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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독후감: 1리터의 눈물

독후감: 1리터의 눈물

2011/09/01
1리터의 눈물 | 키토 아야, 역:한성례 | 이덴슬리벨 | 2006-07-10
원제: 1 liter no namida


우연한 기회에 『1리터의 눈물』 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그냥 그런 책이 있나보다 했지, 한번 읽어봐야 갰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도 내 손 위에 책이 놓여졌다.


이 책은 루게릭 병에 걸린 15세 소녀의 일기를 편집해 출판되었다.
처음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의 관점에서 병증과 그에 관한 생각과 감정들을 어떨 땐 담담히, 때로는 격하게 써내려 간다.
독자들은 몸은 병들었으나, 정신만은 아주 또렷한 아야 라는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그 발랄함에 감동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적으로 병이 악화 되고 그에 따라 심각한 좌절을 맛보는 주인공을 보며 함께 안타까워하게 된다.

주인공을 그 병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일기는 15살에서 20살까지의 기록이다.
그 이후에는 글씨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손에 힘이 없어 일기를 쓸 수 없었다.
구술을 해서 기록했어도 좋았겠지만, 그 이전에 이미 말 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입과 혀의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심각한 병증으로 몇 개월씩 아파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야기 한다.
사소한 것의 소중함과 세상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아야도 몸이 점점 병들어 감에 따라 세상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열다섯의 아야
처음 병을 알게 되고, 힘들어 할 때 아야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위로한다.

P.28
힘들 때는 인간이 성장하고 있을 때야. 현재를 뚫고 나가면 상쾌한 아침이 동터온다.
…….
행복은 어디에 있는 걸까.
행복이란 뭘까.
"아야, 지금 행복하니?"


그러나 아무리 위로를 해 보아도 힘든 건 힘든 거다.
15세 소녀의 아냐는 "행복이란 뭘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행복하니?" 라고 묻는다.
아픔을 사람을 성숙하게 하고, 아야도 정신적으로 성숙해 지고 있는 걸까?

짜라 생각에 행복은 아마도 살아있음을 느낄 때가 아닐까?
재미, 짜릿함, 아찔함, 가볍게 숨이 가빠지는 흥분, 설렘, 등등
이 모든 것들은 호기심으로 부터 출발하거나, 호기심으로 수렵된다.
이와 같은 느낌의 가운데에 있을 때가 아마도 행복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충만해 질 때일 것이다.
아야는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아야의 엄마는 항상 아야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말들을 많이 들려준다.

P.37
사람은 누구나 하나 둘 정도의 고통은 지니고 산단다. 그걸 견디고 이겨내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안 돼. 나보다 훨씬 불행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생긴다는 걸 마음에 새겨둬라.


비로 지금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들고 불행한 사람들이 많음을 잊지 말라고 일깨워 준다.
사람은 살면서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남들과 비교도 한다.
대게는 좀 더 발전된 미래를 그리면서 그 자리에 서있을 것 같은 사람을 역할 모델로 삼는다.
시간이 지나 그 자리에 도달 하지 못할 때 좌절하기도 하고, 도달 하여 행복해 지기도 한다.
도달 하지 못했을 때 좌절하기 보다는, 엄마의 충고처럼 더욱 불행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힘을 얻으면 어떨까 생각된다.


열여섯의 아야
발병하고 1년이 지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자주 걷다가 넘어져, 앞니가 부러져 얼굴형이 흉하게 바뀌었다.
16세의 아야는 그게 아주 심각하게 고민이다.

P.56
내 청춘의 아름다움을 빼앗았다.
이런 이상한 병이 없었다면 연애도 할 수 있을 텐데.
내게는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꿈속에서는 걷고 달리고 자유로이 움직이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랑은 할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아야에게 그런 것이 허락은 된 것일까?
그런 여러 가지 당연한 것들을 꿈꿀 자유를 박탈한다면 나는 어떨까?
아야의 고민은 무수히 많은 '만약에…….' 라는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P. 58 엄마가 아야에게
"선천적으로 눈이나 몸이 불편해서 처음부터 할 수 없었던 사람과 달리, 과거에 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몸을 마음대로 움직였던 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거든. 왜 안 되는 걸까, 깊은 고민에도 빠지고 감정이 앞서버려. 그래서 항상 정신과의 싸움부터 시작된단다. ……. 아야. 결과야 어떻든 간에 지금을 후회 없이 사는 것이야 말로 미래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 그래도 넌 의견을 주장하거나 싸울 때는 척척 말을 잘하잖니? 그건 아야가 인간적으로는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보통 아이이고, 언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정신이 강해지는 사랑의 말도 받아들이고 있는 거지.
……. "


열아홉의 아야
이제는 걷는 건 고사하고 서있는 것조차 힘들다.
아야는 몸이 불편한 만큼 '만약에…….'를 많이 떠올린다.
만약 몸이 건강하다면, …….

P.219
화장실까지 3M를 기어서 간다. 복도가 차갑다. 발바닥은 부드러워 손바닥 같다. 손바닥과 무릎은 발바닥처럼 딱딱하다. 보기 흉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단 하나의 이동수단이니까……
뒤에서 인기척이 난다. 기는 것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엄마도 기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바닥에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스물의 아야
P.233
엄마, 나는 왜 살아 있는 걸까요?


아야는 21세가 될 즈음부터 누워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없게 되었고, 25세에 이 세상을 영영 등져버렸다.

세상엔 60억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
그 숫자만큼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 아야처럼 깊이 있게 인생을 생각해 본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짜라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여러 가지 답도 만들었다.
그런데 "왜 살아 있는가?"라는 질문은 해본 적이 없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전자는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이유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난 왜 사는 걸까?"


이 책을 읽다보니 짜라 또한 "만약에……."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아야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떨까?
… 지금 10살이면 뭘 하고 있을까?
… 중학교 때 『DNA: 생명의 비밀』를 읽었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등등 수많은 "IF" 들이 떠오른다.

사고실험 이라는 것도 있다.
주로 권투 선수와 외판원들이 즐겨 사용한다고 한다.
사고실험은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상황에서 "나"가 어떻게 반응하면 "상대"는 어떻게 반응 할까를 예측하는 것이다.
권투 선수는 수없이 많은 펀치를 가상의 상태에게 날리고, 상대가 어떻게 방어하고 공격하는지를 상상한다.
외판원은 "고객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고객은 어떻게 반응할까?" 를 수없이 많은 경우로 나누어 상상하고 고객의 반응이 이럴 땐 어떻게 할까를 또 수없이 생각한다.
사고실험 역시 "만약에……"를 반복적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식물인간과 가까운 상태에 빠졌다.
식물인간에 "가까운"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자신의 몸 어느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왼쪽 눈꺼풀만은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눈만으로 책을 썼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은 『잠수복과 나비』 이다.
다 같은 불행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지는 것 같다.


아야는 처음엔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지만, 결국엔 점점 불행해 졌던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원망스러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한 의지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었던 아야는 오늘을 살고 있는 짜라에게 큰 화두를 던져 주었다.
어찌 되었든 "인생은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