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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6 독후감: 로마인 이야기 1

독후감: 로마인 이야기 1

2011/09/26
짜라일기(독서일기)
로마인 이야기 1 | 시오노 나나미, 역:김석희 | 한길사 | 1995-09-01


이 책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책의 서두와 말미에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왜'라는 물음표(?)로 적고 있다.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체력에서는 켈트족보다,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뛰어날게 없는 로마인이 어떻게 그들 모두 보다 더 오랫동안 융성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총 15부작이라는 대작을 1년에 한권씩 써나가기로 독자와 약속까지 했다.
어쩌면 그것은 독자와의 약속인 동시에 자신과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독자를 심판 혹은 관전자로 참여시켰는지도 모르겠다.
15년이 지난 2005년, 저자는 스스로의 약속을 이루어 냈다.

저자는 역사가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역사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끄집어 내어 자신의 논지를 펼치는 역사가이다. 역사에서 특정한 결론을 도출하고 그것으로 다른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역사 그 자체를 목적으로 쓰는 역사가이다. 역사는 결론이 아니고 그 과정 모두가 역사이다.
저자는 이렇게 두 가지 부류의 역사가를 전제하고, 자신은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역사가에 속하며 거기에 평론을 더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로마는 기원전 753년에 로물루스왕에 의해 건국되었다.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로마는 기원전 270년에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했다.
『로마인 이야기』 1권은 이 500년의 세월을 다루고 있다.

1대 왕 부터 7대 왕까지의 왕정을 지나 공화정으로 이행한다.
로마의 공화정은 집정관 2명에 300명의 원로원 2명의 호민관으로 구성된 정치 체제이다.
건국부터 270년까지의 로마 역사에서 수도 없이 많은 변혁이 있었지만, 딱 한번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그것은 귀족과 평민간의 불평등에서 촉발 되었다.
(2천년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관점에서 평등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전쟁 승리 후 전리품 분배에서 전쟁 참가자 중 귀족에겐 좋은 땅을 분배하고 평민에겐 좋지 않은 땅을 분배한다는 식이다.
계급간(귀족과 평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평민들의 농성이 국가 위기 상황에서 파업으로 이어져, 이민족이 조국의 땅을 유린하여도 방위하기 위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귀족들은 평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척 하면서도 위기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평민의 유구를 거절하거나, 교묘한 방법으로 회피해 버렸다.
종국에는 제2의 수도를 만들어 그곳으로 평민들이 이주해 감으로써 켈트족의 침입에 로마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다른 민족들은 여기에서 The END 의 방점을 찍음으로써 역사에서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로마는 최대의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제 2의 로마로 다시 말해 로마 2.0 으로 부활한다.
50년에 걸친 로마 복구의 시간을 거쳐 원기를 회복하고, 불화의 원인이었던 계급간의 불평등 문제를 모든 시민이 원로원에 들어가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서 문제의 근원을 치료 한다.

로마는 위기를 극복하고 1000년 왕국의 발판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서면학원 영여강사였던 정영호 선생님이 『로마인 이야기』를 처음 추천해 주셨다.
어떤 감언이설로 유혹하셨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흥미가 동할 만큼 재미난 책으로 소개를 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책읽기를 좋아하기도 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그 후로 대학 졸업하기 전까지 매년 꾸준히 읽다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 못 읽은 것 같다.
어렴풋 기억에 11권 정도까지 읽은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다.
1년이라는 다소 긴 여유를 두고 출간되는 책이어서 새로 나온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그전의 내용이 가물가물하거나 혹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책이 완간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어보리라 생각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못 읽은 부분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볼까 생각이 들어, 어디까지 읽었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었는데, 2~3번 시도해 보다가 결국은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그런 상태로 시간은 계속 흘러 2011년 가을이 되었다.
『로마인 이야기』를 알게 된 시점부터 해서 대략 15년 정도가 흘렀다.
지금에서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로마인 이야기』 1권을 다 읽었다.
예전에 읽은 부분이 어렴풋 떠오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처음 읽는 느낌이다.



저자의 생각을 다시금 읽으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이런 원대한 목표를 이룬 것을 보며 대단히 여기기도 한다.
저자는 로마가 1000년 왕국을 새울 수 있었던 그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그 궁금증을 전 세계 수많은 독자와 공유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답을 얻었다.
그녀는 그 답을 얻은 것으로 만족했을까?
(스스로는 부정했지만)아니면 "마키아벨리"를 사랑했던 것처럼 그 결론으로 부터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1권에서 자신은 제 2의 역사가적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다고 했다.
15권에서도 처음 그대로의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1권을 출간하고, 14년이 지난 후에는 다른 변화된 주장을 할 것 같기도 하다.


시오노 나나미가 풀어가는 "로마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볼 준비가 되었다면,
행복한 기분으로 『로마인 이야기』 2권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