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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9 하루종일 비

2008/07/19

비가 온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대지를 적시는 시원한 빗소리가 두 귀 가득 달콤한 향기처럼 퍼졌다.

오늘은 선배의 부탁으로 종각역에 2시까지 가야한다.
비가 오는 주말은 마사가 귀찮아진다.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
땅을 적시는 빗방울들이 나직이 속삭인다.
오늘은 그냥 집에서 편히 쉬는 게 좋겠다고…….

비는 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끈질기게 내린다.
한번 장대비를 쏟아 붙고는, 잠깐 동안 숨을 고르고 또다시 쏟아 붙는다.


몇 일전 전화통화 했던 ㅇ씨가 생각난다.
MT 가는 날에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정말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보니, 조금 걱정이 된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떠나는 MT 는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짜라도 인생의 이쯤에서 그런 추억을 담아보고 싶은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언제부터 이렇게 미쳤었지?'
이렇게 궂은데 정말 MT를 갔을까?
물론 동호회에서 계획한 거니까, 취소하는 건 불가능 하겠지.

전화 한통화로 위로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그렇게 안부를 물을 만큼 친하지도 않거니와,
걱정을 해주는 건지, 놀리는 건지, 아님 부러워 하는 건지, 나 자신도 분간이 안 되는데,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어린에가 아니니까 놀림으로 받아들여도 상처는 받지 않겠지만,
마음속에 괘씸함이 앙금처럼 내려 앉아, 자기도 모르게 불편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그 전화가 위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10년 후에 추억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가끔씩 건조해지는 마음을 향기롭게 적셔줄지도 모를 기억으로 남을 거란 기대를 심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전화 안부는 머릿속에서만 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가끔 짜라가 하는 사소한 행동이 그 사람을 아프게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들어 나를 괴롭힌다.
그것이 짜라를 주저하게 만든다.
그 주저함을 수치스럽게 생각 하면서도,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만큼 상저 주고 싶지 않다.
짜라 또한 나약한 인간인걸. 니체가 그 말을 들으면 땅을 치고 통곡하겠지만…….


하늘은 아직도 지치지 않은 것 같다.
비는 자정을 넘어서도 계속해서 내린다.
가끔씩 숨고르기를 계속하면서도, 그만들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분명 무언가에 심술이 난 것이 분명하다.
설마 짜라로 인해 심술이 난건 아닐까?
또다시 바보 같은 생각을 떠올리곤 피식 웃는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걸 보면, 나쁜 짓을 많이 하긴 했나보다.

항상 똑바로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돌아보면 항상 비틀 거린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밟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차라리 걷다가 서서 숨을 고르며, 돌아보기를 멈추는 편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밟은 사람들의 상처를 보지 않을 태니까.
그 아파하는 모습들은 짜라를 닮았다.


다른 사람 따위 신경 안 써, 하며 살아 왔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일도 이렇게 하루 종일 비가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