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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아버지 기일

2008/08/13
오늘은 아빠의 기일이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짜라는 회사엘 열심히 다녔고, 누나에겐 세 명의 아이가 생겼다.
형은 나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이 아빠 기일에 우리 형제자매가 처음 모인 것이다.
누나와 형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딱히 모여서 아버지를 추모한다는 것도 우리 가족에겐 조금 생소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엄마 기일에도 이렇게 모여서 추모식을 가진 적은 기억에 없는 것 같다.

누나는 교회 목사님에게 부탁에 약식 추도예배 일정이 적힌 A4용지 두 장을 가져왔다.
예전에 아빠가 좋아했던, "만세반석" 이란 찬송을 부르며, 밝은 분위기로 예배를 드렸다.

마지막 순서로 아빠에 대한 좋은 기억들을 이야기 하자고 했다.

아무도 말없이 불편한 침묵이 지속되었다.


짜라가 그 침묵을 깨뜨렸다.
예전 살던 동원아파트에서 이사할 때, 베란다에 있던 아빠가 아끼셨던 화분들을 모두 버렸던 것이 떠올라 그이야기를 했다.
동물과 식물을 무척 조아하셔서, 베란다에 식물원을 차리셨다.
지금도 그때 그 베란다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렸던 짜라는 아무 짝에 쓸모없는 식물 화분들이 얄미웠던가 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왜 그렇게 생각 했을까 하며 후회가 된다.

아빠는 항상 일을 하거든 출근시간 30분 전에 출근 하라고 하셨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1시간 일찍 출근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근면한 사람은 짜라의 인생 경험동안 10명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짜라에게 공부하라고 채근 한 적이 거의 없으셨다.
그때의 부담감 없는 환경이, 지금에 짜라를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요즘 대다수의 부모들을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몰아 부친다.
아빠는 짜라가 잘되기를 바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내 자식들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한다.

아빠는 많은 일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셨다.
어릴 땐 그 모습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가식적으로 느껴 질 때도 있었다.
그것은 삶에 여유 이었던 것 같다.
욕심 없이 인생을 즐기며 살으셨다.


아빠에겐 나쁜 점이 더 많다.
하지만 나쁜 점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빠의 긍정적이셨던 점을 본받고자 한다.


그때 짜라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술친구가 되어 드릴 수 있었을 탠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더라면 좋아하셨을 탠데,
그랬더라면 오히려 술을 더 적게 드셨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그게 못내 아쉽다.


아빠의 기일을 통해 우리 가족은 한자리에 모여서 진지하게 앞날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답은 없다.
단지 어떤 길이 좋은 길일까,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 좋았다.


짜라는 눈물이 많다.
별일 아닌 일에도 쉽게 감정이 동요되어, 눈물짓기 십상이다.
그래도 이번만은 눈물 보이지 않기로 했다.
기쁜 마음으로 추모예배를 마쳤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힘써준 아빠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