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08/08/16 여수에서 생긴 일

2008/08/16 여수에서 생긴 일

이런 변고가 있나!
큰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기차에서 "생각의 노트"를 놓고 내린 것이다.
여수행 기차에서 그만 그걸 놓고 내렸다.
기차 안에서 책을 읽었다.
남한산성
남한산성을 읽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노트에 적었다.
그리고 밤기차를 타는 낭만 같은걸 적었다.
열차번호는 1515번이다. 그때 815 1515 1 52 라는 수열을 가지고 사고놀이를 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쩌면 "생각의 노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생각을 도둑맞은 듯 한 상념에 빠져 버린다.
그때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게 되어 버린 듯…….


8월 15일 22시 기차로 여수로 향했다.
여수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날 3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짜라는 저녁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 배가 고팠다.
그래서 가까운 식당에 가서 어중간한 아침을 먹기로 했다.
갈비찜인가를 시쳤는데, 너무 달고 짰다. 그냥 해장국을 시킬걸 하는 생각이 먹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식당을 나와 어디로 갈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차에게도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지 확인한 후, 우리는 "향일암"로 향했다.
"향일암"은 남해 돌산도에 위치한 절인데, 여수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어서 일출을 보기에도 좋다고 했다.
향일암에 도착하니 5시쯤 되었다.
8월 경이면 5시 반쯤 해가 뜰 거라 생각되었다.
주차장에서 향일암까지는 대략 2Km 쯤 되는 것 같아 서둘러 걸었다.
향일암이 산에 있는 줄 알았다면, 아니 사실 다른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냥 샌들을 신고 왔는데, 비록 포장은 되어있지만, 가파른 길을 서둘러 가려니 발이 간만에 고생을 좀 했다.
얼추 시간에 맞춰 전망이 트여 해돋이를 보기 좋은 장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열 네댓 명의 사람들이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10분쯤 기다리는 동안 주위가 환히 밝아 왔지만, 해는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너무 많이 껴 해가 높이까지 떠오르고서야 수줍게 얼굴을 -그것도 아주- 조금 내밀었다.

해돋이는 본샘치고, 친구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 개 냄새가 방안 가득 흘러 넘쳤다.
콤콤한 냄새가 향기롭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참을 만큼 지독하진 않았다.
개가 주는 행복에 비한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 할 만한 것이다.
개는 무척 똑똑했다. 대소변도 알아서 처리하고, 앉으라면 앉았다.
"손"이라고 말하면, 손을 내밀기도 한다.
더위도 식힐 겸 캔 맥주를 한잔씩 하고 3시간쯤 눈을 붙였다.
07:30 에 잠들었는데, 친구 어머님이 들어오시고서야 잠에서 깨었다.
11:30 이었다. 10:30 에 맞춰 논 알람은 오전이 아닌 오후로 설정되어 있었다.

어머님이 차려주신 점심을 부리나케 먹고, 가까운 계곡으로 향했다.
친구는 올여름 휴가 때 아무대도 놀러가지 않았다고 하며, 무척 좋아하는 눈치였다.
전남 광양시에 있는 "어치계곡"으로 향했다.
가는대는 약 90분이 걸리는 걸로 확인되었다.
기차시간이 18:10 이어서 시간이 빠듯할듯해 가던 중 다른 가까운 계곡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곳에 가보니, 물이 너무 얕아 계획대로 다시 "어치계곡"으로 향했다.
중도에 다른 계곡에 들러서 20분정도 시간이 초과 되었지만, 그래도 약 90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도착해서 바로 계곡에 몸을 담구었다.
친구는 조금 주저주저 하더니, 이네 좋아라 했다.
둘이서 물장구치며, 어린아이처럼 놀았다.

계곡은 수Kilo에 걸쳐 있었는데, 우리는 그 중간쯤에 자리를 잡은듯했다.
다리가 하나 있었고, 중간에 두개의 기둥이 서있어서 계곡을 삼등분 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물이 흐르는 위에 평상이 놓여있었다.
가족 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요리를 해먹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여기서 라면이라고 끄려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물놀이 중에 비가 변덕스럽게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친구는 수영을 못했기 때문에, 수영을 조금 가르쳐 줬다.
물깊이가 가장 깊은 곳이 허리까지 왔기 때문에 맘 놓고 수영하기엔 무리고 있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평형을 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지만, 집에 들렀다가 기차역에 가기에 시간을 너무 빠듯하게 잡으면 혹시 다른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40분정도만 물놀이를 하고 나왔다.
가을쯤에 여기 다시 와서 고기나 구워 먹자고 서로 다짐을 하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 샤워를 하고, 어머님이 타주신 미숫가루 한 사발을 마셨다.
엄청난 양이었지만, 다 마셔버렸다.
기차역으로 가서 발권을 했다.
15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