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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27 오지탐험: 여행을 포기하다

2008/12/27
오지탐험: 여행을 포기하다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프랑스 니스, 42일째

아침에 다시 한 번 오토바이 시동을 걸어본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있었지만, 기대는 기대로 끝났다.

오토바이를 두고 가기로 결정한다.
일단 번호판을 때서 가져가, 이탈리아에서 번호판을 패기할지 그대로 둘지를 결정하기로 한다.

호스텔 핑크 레이디(매니저)에게 손ㆍ발짓으로 렌치를 빌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드라이버만 보여줄 뿐 렌치는 없는 것 같다.
다행이 가까운 곳에 종합 마트가 있어 그곳에서 8.5유로하는 렌치 세트를 산다.
10mm ~ 18mm 까지 총 7개로 구성된 세트다.
가장 작은 10mm렌치가 번호판 나사에 꼭 맞다.
어렵지 않게 번호판을 뜯어내는데 성공한다.
한국과 달리 번호판을 뜯었다 붙였다 해도 문제가 안 되는 듯하다.
한국은 한번 뜯으면 다시 쓸 수 없도록 되어있다.

니스 중앙역에 가서 플로렌스(피렌체)행 기차표를 예약한다.
플로렌스행은 없고 밀라노행만 있다고 해서 그것으로 예매한다.
처음부터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더니, 기차표마저 내 마음대로 안 된다.
여행일정 취소하고 돌아가는 계획도 수정해야 하나보다.

지금 짜라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마치 운명처럼 느껴진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들은 그것이 지금 내 길이 아니기 때문인 것처럼 여겨진다.
침낭을 일어버렸던 그날 처음으로 침낭을 사용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그날 침낭을 고속도로에서 잃어버렸다.
운명의 장난인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인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게 돌아가는 느낌이다.

밀라노행 기차표를 받아 나오면서, 지금 앞에 펼쳐진 일들을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곳엔 또 다른 미래가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겠지…….


날씨가 너무 좋다.
오후에 니스를 한 바퀴 돈다.

4시쯤 와인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와인 두 잔을 마시니 잠이 쏟아진다.
영화나 한편 보고 자면 딱 좋겠다 생각이 든다.


작성: 2008/12/27
편집: 2010/08/13


더하는 말

다행히도 숙소에서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었다.
그곳에서 표를 예매하기위해 줄을 섰는데, 얼핏 한국 사람으로 보이는 남녀가 있다.
줄서 기다리며 5분쯤 망설이다 말을 건넨다.
한국 사람이 맞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바이크여행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고, 고장 난 바이크를 처분 할 수 있을까 해서 묶고 있는 숙소주인이 혹시 한국 사람이냐고 물었는데, 현지인이 경영하는 호텔이라고 한다.
그들과 20분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 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