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2009/01/01 오지탐험: 다시 밀라노로

2009/01/01
오지탐험: 다시 밀라노로

제 3장 여행을 하는 이유?
유럽여행: 이탈리아 베네치아, 47일째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알프스에서 스키는 꼭 타보고 싶었다.
그런데 계획이 틀어져 스키는 못 탈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마음만 먹으면 스키를 탈 수 있다.
민박집 사장님이 가지고 있던, 스키 패키지 팸플릿을 한 장 들고 일단 스위스 그리온 으로 찾아가기로 한다.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 준비도 없이 스위스로 향하게 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역에 늦게 도착해 10:50 기차를 노치고 말았다.
결국 두 시간을 더 기다려 12:50 기차를 타게 되었다.
베니스에서 스위스로 직행하지 않고, 밀라노에서 갈아타게 되어있다.
티켓은 두 장을 따로 사도, 한 번에 사는 것과 가격이 같다.
11:50 에 출발하는 밀라노 행 기차가 있었는데, 그걸 살걸 하는 후회가 든다.
경험 하고 나서야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이 파악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티켓을 사기전엔 밀라노에서 환승 하는지 조차 몰랐으니.

스위스 몬트뤼에 19:20 에 도착한다.
거기서 다시 그리온 까지 가야지 목적지인 차렛 마틴(Chalet martin)에 걸어 갈 수 있다.
아무리 빨라도 저녁 9시나 되어야 도착 할 듯하다.
너무 늦어서 문을 닫아 버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밀라노에서 숙박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밀라노 손드리 하우스에서 하루를 묵으며 예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차표 날짜를 하루 연기 하는 게 가능한지 알아봐야 갰다.


어제 부라노섬에 관광가는게 아니라, 스위스 스키장과 숙소를 예약 하는 게 좋았을걸 그랬다.
여행 50일이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시행착오를 격고 있다.
언제나 새로운 곳으로 향할 때면, 처음 여행할 때처럼 느껴진다.


수중에 남은 돈이 14유로뿐이다.
어제 동행했던 사람에게 5유로를 빌려 줬는데, 한국에서 주겠다는 쪽지를 남기고는 가버렸다. ㅡㅡ;
별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독일은행 현금 카드로 돈을 뽑으려 하는데 뽑을 수 없다.
이런 큰일이다.
기차표는 신용카드로 결제해서 사긴 했는데, 밀라노에서 다시 인출을 시도해 보아야 갰다.


이탈리아가 눈으로 뒤덮였다.
밤새 이탈리아 북부에 눈이 내렸는지, 기찻길을 따라 시선이 닫는 모든 곳이 하얗게 변했다.
여간해선 베네치아에 눈이 오지 않는다는데, 그곳에 내렸으니 다른 곳들도 눈으로 덮인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유로스타 기차에는 모든 좌석에 전기 플러그가 있어, 이동하며 노트북 쓰기에 무척 편리하다.


밀라노에 도착해 스위스행 기차 시간을 내일로 바꾸고, 손드리 민박집으로 간다.
3일전에 묵었던 곳에 다시 가니, 아는 사람 집에 가는 느낌이 든다.
사장님도 반갑게 맞아주신다.

스키장에 전화를 해 예약 문의를 한다.
예약할 때 여러 가지 필요한 게 만을 줄 알았는데, 그냥 이름만 말하니 예약이 되었다.
민박집에 부탁했을 땐, 이름과 신용카드 번호 여권번호 등이 필요 할 거라고 했지만 그런 건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예약을 하고 나니 한시름 놓인다.
하지만 예약 절차가 너무 단순해서, 뭔가 미심적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난번에 왔을 땐 손님이 뜸했는데, 지금은 꾀 손님이 많다.
정말 여행시즌이 되긴 했나부다.

멕시코 LG공장에서 일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오늘 아침 비행기를 놓쳤다며, 힘이 빠져 있다.
패널티를 200유로 물고 내일자로 다시 변경 했다고 한다.
여행하며 저마다 우여곡절을 많이 격는것 같다.
그분은 특이하게 열쇠고리를 무척 많이 가지고 있다.
가는 곳마다 기념품을 한 봉지씩 산 것 같다.
여러 봉지에 열쇠고리와 기념품들이 그득하다.
개인적으로 열쇠고리를 선물 받으면, 썩 달갑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도 선물을 하지 않는데, 사람에 따라 그걸 좋아하기도 하나보다.
그러니 그렇게 많은 열쇠고리를 사는 것이겠지.

술이 필요한지, 저녁에 캔 맥주 10개를 사왔다.
3명이 앉아 맥주를 마시여 여행 이야기를 한다.
영국 에든버러 어학연수 중인 친구는 계획을 철저히 짜서 어려움을 느껴보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무난해서 여행이 시시한 느낌이 드나보다.
여행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만나본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그렇듯이 이 친구도 무척 낙천적이다.
여행을 하면 낙천적으로 되는 건지, 낙천적인 사람들이 이렇게 여행을 하는 건지, 선후는 잘 모르겠지만, 여행하며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만은 확실하다.

멕시코에서 오신 분은 일 그만두고 스페인에서 민박집이나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돈은 그럭저럭 벌지만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는 듯 여겨진다.
짜라는 스페인을 가보지 못했는데, 다음에 꼭 한번 가 봐야겠다.

세상엔 참 다양한 인생들이 있다.
민박집 주인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여행자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모두들 그냥 평범한 인생은 없는 것 같다.

나또한 평범치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단지 선택의 문제이고, 그 이전에 타고난 문제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듯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평범함이든, 그렇지 않든.


작성: 2009/01/01
편집: 2010/10/04


더하는 말

여행은 많은 사람을 만나게 해 준다.
삼일 만에 다시 찾은 민박집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막연히 여행을 생각하다, 막상 여행을 해 보니 자신에게 그리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 일인이 있었다.
사실 짜라도 여행 초기에 그런 생각이 불쑥불쑥 들었다.
아까운 돈 써 가며 고생하면서, 금쪽같은 시간까지 엄청나게 지출 하는 여행 따위, 돈지랄에 시간 지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판단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가능하면 글에 그런 생각은 적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고생하면서 다녔던 고뇌의 기록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여행기를 적으며 제목을 뭐로 할까 고민을 할 때 제일 처음 떠오른 단어가 '고생문'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가 고생으로 가득 찬 듯 한 생각이 들어서다.

다시 그런 고생이 뻔 한 여행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임 없이 다시 도전 해 보고 싶다.

그때 여행이 맞지 않다던 그 친구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과거의 여행을 떠올리며 어떤 생각을 할까?
어쩌면 짜라처럼 소중한 추억으로 생각하며, 또 다른 여행을 꿈꾸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