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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9/01/03 오지탐험: 스키

2009/01/03
오지탐험: 스키

제 3장 여행을 하는 이유?
유럽여행: 스위스 그리온, 49일째

바보로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향한다.

9:00
스위스의 스키장은 산 전부가 스키 코스이다.
스키를 탈수 있는 곳이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눈만 있으면 아무 곳으로나 스키를 타고 내려 올 수 있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든, 민가가 있는 마을이든, 눈이 쌓여있고, 비탈만 있으면 된다.

여행하며 체력이 떨어졌는지 힘들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스키 탈 땐 힘들긴 해도, 지치지 않고 계속 스키를 탔었는데, 여기선 힘들어서 더 못 타겠다는 생각이 든다.

12:00
점심시간도 되었고 해서, 쉴겸 1500m 높이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커피에, 샌드위치가 11.2 SFR 이다.
비싸다. 유로랑 혼동이 되서 더욱 비싸게 느껴진다.


1000m 정도 높이에 구름이 깔렸다.
구름을 내려다보며, 스키를 타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다.
저 구름위에 내려앉으면, 사뿐히 구름을 밟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비행기를 타고 오며 구름을 뚫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밖에서 볼 땐 구름인데, 구름 속에 들어가면, 짙은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안개를 밟고 설순 없겠지?


리프트는 해가 떨어지는 저녁 5시까지 하는 것 같다.
마지막 리프트를 타고 올라, 바보로즈까지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초급이라곤 하지만, 상당히 비탈진 30도 경사 코스도 포함되어 있다.
산위에서 보았던, 구름이 바로 눈앞에 융단처럼 깔려있다.
바로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몇몇 사람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하며 망설이고 있다.
짜라도 잠시 망설이다, 다른 길이 없어 천천히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조심스럽게 구름 속에 들어서니, 앞이 조금 보인다.
약 4미터 앞 정도가 보이는 것 같다.
그렇게 비탈을 정면으로 본 상태로 스노보드를 타고 미끄러져 간다.
구름 속에서 타는 보드가 무척 신기하게 느껴진다.

내려가는 중에 드문드문 민가들이 보이더니 갑자기 도로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도로를 가로질러, 미끄러져 내려간다.
방금 지나친 도로가 한번 굽이쳐 다시 앞을 막고 선다.
또다시 도로를 가로질러 간다.

그렇게 안개에 쌓인 마을과 도로를 지나 내려가다 보니, 구름 속에 들어오기 직전에 동영상 촬영을 시작해 바보로즈에 도착할 때 까지 찍으면, 멋질걸 하는 생각이 든다.
온 길을 되돌아 갈 수도 없어, 하는 수 없이 기억 속에 잘 담아둔다.


바보로즈에 도착하니, 비탈이 끝나는 부분에 서너 명씩 무리를 지은 사람이 따듯한 무엇인가를 마시고 있다.
핫 와인인 것 같다.
상점에서 4SFR 을 주고 핫 와인을 하잔 받아든다.
뜨거운 술기운이 코를 간지럽혀 기침이 나올 것 같다.
베네치아에서 슬립웰 민박에서 마신 와인 맛과 같다.
핫 와인은 독일 마인에서 마셨던 글뤼바인이 가장 맛도 좋고 향도 달콤한 것 같다.
다시 또 그 맛과 향을 느끼고 싶다.


스위스는 전반적으로 친절하다.
공식적으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스완어(?)를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물어보나 친절하게 알려 준다.
어떤 경우는 지나친 친절을 보여줘서 짜라를 부담스럽게 하기도 한다.
스위스에 오래 머물며 여기저기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가가 좀 비싸긴 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든 일단 호스텔에 들어가면, 세계에서 온 다양한 젊은이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영어가 세계 공통어라는 사실을 체감한 것이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어, 라틴어를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우선은 영어를 잘하는 게 여러 면에서 쓸모 있을 것 같다.
영어를 잘하게 되면 그때 다시 유럽여행을 나오고 싶다.
나이가 너무 많이 들기 전이어야 할 텐데……. ^^;

어학연수도 생각해 본다.
일단 한국에 가면 영어 학원부터 등록해서, 진지하게 배워봐야 갰다.


작성: 2009/01/04
편집: 2010/10/11


더하는 말

한국에 돌아 온지 2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아직 영어학원은 등록하지 않았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크게 일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라틴어가 더 배우고 싶다.
유용성 면에서 보면 영어가 가장 으뜸이긴 하다.
이전에 일본어, 중국어를 잠깐씩 배우긴 했는데, 다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언어 쪽으론 머리가 따라주질 않나보다.
그래도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욕심이 큰 만큼, 포기하고 싶진 않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영어 공부를 하는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접할 때 마다 포기하려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날, 하루 종일 보드를 탔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관이다.
구름 위를 달리고, 드문드문 퍼져있는 인가 사이로 타고 내려갔던 행복하고 즐거운 그 느낌을 지금까지고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