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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8 꿈에,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

2009/06/08 짜라일기

꿈에,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

10시가 다되어 퇴근길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미친 듯이 달린다.
이건 뭐 총알택시도 아닌 것이, 집에까지 빨리 대려다 주니까 좋긴 한데,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자빠뜨리고 싶은지 마구 쿵쾅 거리면서 달린다.
한손에 "엄마를 부탁해"를 들고 다른 손은 천장에 달린 손잡이를 의지한다.
천장을 의지하던 손이 책장을 넘기려 하면, 여지없이 흔들어 넘어뜨리려 안달한다.

10분쯤 후에 빈자리가 난다.
자리에 가서 살포시 앉는다.
좀 전처럼 마구 흔들어 대지만, 이젠 두 손 모두로 책을 감싸 쥐어도 넘어지지 않는다.

책을 읽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차올랐다.
눈을 감았다.
고인 눈물이 눈가에 머무른다.
1분쯤 후에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짜라는 이 장면을 박제해 보기로 한다.
이 문장만 오려두고 나중에 다시 읽으면 또 눈물이 날까 생각을 해본다.

 - 니 엄마는 꿈에조차 나타나질 않는구나.


어째서 이 한 줄을 읽다가 눈물이 나는 것일까?
꿈에 나타나지 않는 게 눈물 나는 일인가?


엄마를 부탁해 P. 264
너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아버지는 갑자기 엄마에게 축농증수술을 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 엄마가 코도 아팠어요?
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묻자 아버지는 엄마가 환절기 때면 기침을 하느라 잠을 자지 못했다고 했다. 나, 때문이다, 고 했다. 나때문에 니 에미는 자기 몸을 살필 겨를이 없었잖여. 다른 날 같으면 너는 아버지, 그건 누구 탓도 아니에요, 했을 것인데 너의 입에서 그래요, 아버지 때문이에요,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수화기 저편의 아버지가 갑자기 숨을 죽였다. 아버지는 네가 공항에서 전화를 건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 지현아.
한참 만에 수화기 저편에서 아버지가 너를 불렀다.
 - 네.
 - 니 엄마는 꿈에조차 나타나질 않는구나.
 - …….



이야기에 흐름에서 절단 되어져 나온 이 문장은 박제되어 생명을 잃어버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장을 박제해서 보관해 두고 싶다.
언젠가 그리움에 사무칠 때,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