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10/03/01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한다

2010/03/01
짜라일기: 사랑한다
독서일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역: 정영목 | 청미래 | 2002

P.133
22.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온느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의미론적 관점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잇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한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가지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23. 그때부터 사랑은, 적어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이제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입에서 맛있게 녹는, 지름 몇 밀리미터의 달콤하고 말캉말캉한 물체였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남용되는 시대에, 적어도 17년 전의 사람들은 '사랑'을 발음하기엔 혀가 부드럽지 못했나보다.
주인공은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걸 그녀도 어렴풋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녀)를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사랑'이란 단어로 전달하기엔 부족함을 느낀다.
'사랑'은 닳고 닳은 진부한 느낌 외에 전할 수 있는 게 없다.

자신의 감정을 '마시멜로한다'고 표현함으로써 17년 전부터 진부해 지기 시작한 이 표현은 '사랑'만큼이나 향긋한 달콤함을 전한다.
나는 내'사랑'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을 함으로서 세상은 변한다.
그리고 언어도 변한다.
하나의 단어 속에 수만 가지 의미가 감추어 질 수 있다.
그것은 사랑의 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