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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31 일리움

2010/05/31
짜라일기

독서일기: 일리움 | 댄 시먼스, 역:유인선 | 베가북스 | 2007-10-15
Ilium | Dan Simmons | 2003

이 책은 무척 두꺼워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총 942쪽, 두께가 5cm나 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꿔하면 그리 부담 가는 량은 아니다.
일반적인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이 한권에 300쪽으로 10권인 책도 허다하고,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이에 비교하면 3권짜리 SF 소설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가볍게 읽을 만하다.

그런데 일리움은 단순히 SF소설이라고 가볍게 볼 녀석이 아니다.
과학적 전문용어나 지식이 필요한 부분이 등장하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기본 줄거리로 삼고 있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인용하고 있다.
SF소설 치고는 좀 어려운 책이지만, 그래도 소설인지라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주말을 이용해 집중해서 읽을 요량으로 토요일 자정 즈음에 찜질방으로 향한다.
찜질방에서 밤새 책 읽을 각오로 읽으면 그런 대로 집중해서 읽을 만 한 것 같다.
처음 100쪽까지는 읽는 게 좀 힘들다.
로봇들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야기에 나오는 대다수 단어들이 생소한 과학 용어들로 구성되어 이해하기가 무척 힘들다.

모라벡이라 총칭해서 불리는 생각하는 로봇이 나온다. "만무트"란 녀석은 『소네트 광팬이고, "오르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광팬인데, 로봇 둘이서 문학작품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어떤 구절이 마음에 들고, 어떤 평론가가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석했는데 자기 생각에는 다른 것 같다는 등의 평들을 주고받는다.

지금까지 400쪽 가량 읽은 것 같다.
100쪽을 넘어설 때쯤 해서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가 보이면서 편안하게 재밌게 읽히기 시작한다.

총 3가지 스토리라인이 등장한다.
첫 번째는 일리움의 핵심적인 이야기인 일리움 평원에서 일어나는 트로이 전쟁이야기 인데, 스콜릭 종족인 토머니 호켄베리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인간의 전쟁이야기를 호켄베리를 통해 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음모들이 얽혀간다.
두 번째는 인문학이야기를 즐기는 모라벡 로봇들이 주인공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인데 만무트의 생각만 들여다본다. 로봇들은 만들어질 때 각자 가기의 임무에 맞게 제작되었는데, 마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듯이 다른 특징을 가진 4개의 로봇에게 화성탐사 계획이 주어진다.
세 번째는 시대가 어디쯤인지 예측 할 수 없는 먼 미래의 인류에 관한 이야기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인데, 가끔씩 데이먼과 에이다의 생각이 서술 된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일 할 필요 없이 그냥 먹고 놀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다.
다른 일들은 모두 시중드는 로봇들이 다 알아서 해준다.
지구의 인류는 딱 100만 명이며, 정확하게 제5의 20주기 죽 100년을 산다.
하먼 이라는 유일하게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나오는데, 자기가 읽을 줄 안다고 말하자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이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격리된 이야기가 어떻게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 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