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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10/07/30 남해로 떠나는 여행

2010/07/30
짜라일기: 남해로 떠나는 여행

17:10 퇴근
K에게 퇴사에 대해 이야기하다 조금 늦게 출발한다.
5시 정각에 퇴근해도 빠듯한 시간인데……. 오지람 넓은 사람.

17:50 광명역
저런, 광명-익산 자유석이 모두 매진이다.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고 했는데, 시간을 맞춰오니 좌석이 없다.

하는 수없이 1시간 뒤에 있는 광명-서대전행 자유석을 산다.
18:54 서대전행
서대전에서 여수행으로 갈아타야한다.
자유석인데 자리가 없다. 50분가량 서서간다.
서있는데 눈이 감긴다.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의자에 기대서서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하는 눈은 주기적으로 깜빡이며 졸고 있다.
서있는 바로 앞에 자리가 났다.
앉으려했더니, 세 걸음 떨어진 곳에 서있던 아저씨가 잽싸게 달려 앉는다.

20:00 여수행
여행의 기술 20쪽을 읽는다.
좌석이 있어 다행이다.
자유석이란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입석은 서서가는 건대, 자유석은 지정된 열차 칸에 빈자리가 생기면 앉아갈 수 있다. 갑작스럽게 기차를 이용 할 일이 생겼을 때 유용할 듯하다.
그리고 매진도 된다.

앉아서 "여행의 기술"을 읽는데, 모르는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휴지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주 전쯤에도 한번 이런 전화를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누구"아니냐며 되묻는다. 아니라고 했더니 그대로 끊어버린다. 자기 할 말만하고 끊어버렸다. --a 보통은 "죄송합니다." 성의 없는 한마디라도 흘리거나, 번호가 어떻게 되죠? 하고 되묻기도 하는데……. '너무한다'싶은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잠시 후 또 동일한번호가 뜬다. 또 "누구"아니냐고 묻기에 이번엔 짜라가 되묻는다. "최소한 죄송합니다. 정도는 하는 게 예의가 아니에요?" 그는 뒷 번호가 "xxxx"아니냐고 또 되묻는다. 맞는데 번호가 바뀐 것 같다고 해더니, 이야기를 체 끝내기도 전에 끊어버린다. 완전 지말만 하는 배은망덕한 놈이다. 짜라보다 나이든 목소리 였지만, 놈이라는 존칭을 듣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질을 가졌다.
짜증이 확 일어난다. "인간아~" "이그" 라고 문자를 보낸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린다.
즐거운 여행의 시작을 이상한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21:00 여수행 새마을호 1127열차 5호차
18:54 광명을 출발해, 19:40 서대전 도착.
20:00 서대전에서 여수로 출발, 23:30 여수에 도착한다.
핸드폰에 넣어둔 영화 <대한민국 1%>를 잠시 봤는데 별로 재미없다.
우측 통로 건너편 두 명의 아가씨들은 아이폰을 가지고 논다.
아이폰이 많이 팔리긴 했나보다.
특히 젊은 사람들 중에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84만 명이 샀다고 하니, 적은 숫자는 아니다.
둘이 서로의 폰을 번갈아 보며, 이러쿵저러쿵 한다.
어플에 대해 정보 교환을 하는 것 같다.

23:23 여천
어디쯤일까? 밖을 보니 '여천'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아마도 다음이 여수일 것이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기차 탓을 때의 불안감이 떠오른다.
방금 여기가 '여수'는 아니었겠지 하며 두리번거렸다.

25:30 유희열의 스케치 북
정시에 여수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친구 집으로 향한다.
친구 어머님에겐 이미 12시 넘어나 도착 할 거라고 양해를 구해 두었다.
어머니는 TV를 켜 둔 채 방으로 들어가 주무시고, 짜라는 몸에 붙어온 더위를 털어내기 위해 샤워를 한다.
TV에 나온 기타 치는 이병우씨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게 생겼다.
기타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 보인다.
기타를 않고 흔드는 모습이 너무 사랑하는 사람을 안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