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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10/08/01 두 번째 찾은 향일암

2010/08/01
짜라일기: 두 번째 찾은 향일암

아침 4시에 일어나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려고 계획했는데 일어나지 못한다.
나중에 K는 4시에 알람을 맞춰뒀는데, 정신을 가눌 수 없어 알람을 끄고 계속 잤다고 이야기 한다.

7시에나 겨우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은 친구어머니와 K와 동행이다.
아침을 먹고 9시쯤 집을 나선다.

차에 다가서며 전자키로 '열림'을 누르는데 반응이 없다.
'뭔가 이상한데?'생각을 하며 문을 열어봤더니, 문은 열려있다.
다행은 문은 열렸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생각을 하며 열쇠를 돌려보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그제야 불현듯 어제 라이트를 켜뒀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역시나 라이트를 켜두어 방전이 되었다.
급히 자동차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 SOS를 요청한다.
다행이 5분 만에 구조차량이 도착해 자동차 밥통에 빨간 선과 검은 선을 연결하더니 인공호흡을 시킨다.
5초도되기 전에 거친 숨을 토해낸다.
살았다.
그나마 많은 시간 지체하지 않고 출발!

친구 어머니, K, 어머니가 돌보는 슈나우저 "또잠이" 그리고 짜라까지 넷은 향일암으로 향한다.
돌산대교를 넘어서부터 길은 꼬불꼬불 사지를 뒤튼다.
마치 구부러진 용의 등을 타고 달리는 기분이다.
향일암 입구에서 차를 대고, 또잠이를 대리고 향일암으로 걷는다.
어머니는 K와 버스로가 만나기로 한다.

향일암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방화로 추정되는 화제가 있었다.
중앙 대웅전(?)은 임시로 가건물을 지어놓았다.
종각은 불타서 종만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있고, 나무난간은 불탄 흔적을 나무색테이프로 겨우 가리고 있다.
한쪽에선 절을 재건하기 위한 기부를 받고 있다.
절 입구에서 받지 않고 한쪽 구석에서 받고 있어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불을 놓았을까?
서울 남대문 방화사건처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이유일까?
죄 없는 건물들이 불만 해결하느라 고생이 많다.

K가 어머니에게 기념 팔찌를 선물했다.
짜라도 하나 사달라고 조르려 했는데, 너무 선선히 사준다.

다음으로 가까운 방죽포해변으로 향한다.
어제 밤에 갔던 곳이다.
하루상간으로 해변의 낮과 밤을, 아니 밤과 낮을 보게 되었다.
낮의 풍경은 훨씬 번잡하다.
민박집에서 백숙을 시켜 먹는다.
백숙전문이 아니라 요리는 그저 그렇다.
해변 뒤 언덕 나무그늘을 한자락 잡고,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앉는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한껏 여유를 끼얹는다.
또잠이는 피서 온 아이들의 호기심을 부풀린다.
그래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곤욕을 치러야 했다.

K는 17:30 서울발 기차를 예매했다.
짧은 여행에 마무리를 돕기 위해 역까지 마중을 간다.
여름 여수여행의 기억을 함께 간직한 K는 그렇게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다시 돌아간다.
여행은 아쉬울수록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쉬움은 기억 속에서만 빛을 가지며,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 시간과, 그 장소, 그리고 그 인연을 고슬 하니 모아야 그 아쉬움을 복원 할 수 있을까!

집으로 돌아와 이젠 익숙한 공간속에서 '익숙해져 이질적인 여행'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을 치른다.

일찍 잠들어 시간의 긴 팔에 몸을 맡긴다.
또잠이도 피곤했는지 일어날 줄을 모른다.
저녁은 들 시원한 수박으로 때웠다.
맛있는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