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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7 '가장 좋은 날'이 달아나기 전에

'가장 좋은 날'이 달아나기 전에

2012/03/17
짜라일기(독서일기)

인생이 왜 짧은가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역:천병희 | 도서출판 숲 | 2005-10-15 | ***** ****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9장 좋은 날

1. 세상에 자신의 선견지명을 자랑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또 있을까요? 그들은 더 잘 살려고 정신없이 분주하지요. 그들은 인생에 대비하기 위해 인생을 보내고 있지요. 그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손실은 뒤로 미루는 것이지요. 뒤로 미루는 것은 다가오는 족족 하루하루를 앗아가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약속하며 현재를 낚아채가지요. 기대야말로 내일에 매달리다가 오늘을 놓쳐버리게 하니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이지요. 그대는 운명의 여신의 수중에 있는 것을 탐내다가 그대의 수중에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오. 그대는 무엇을 원하며, 어디로 향하고 있지요? 미래는 모두 불확실한 법이오. 현재를 살도록 하시오!

2. 보세요. 가장 위대한 사인이 소리치며, 마치 신의 목소리에 영감을 얻은 듯 구원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이 가련한 인간에게서 언제나 맨 먼저 도망가노라.

"뭘 망설이는가?"라고 그는 말하고 있어요. "뭘 꾸물대는가? 그대가 붙잡지 않는다면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도망가리라." 붙잡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도망갈 것이오. 그러니 그대는 시간의 재빠름에 시간을 이용하는 속도로 맞서야 하며, 언제 그칠지 모르는 급류에서 물을 떠마시듯 해야 하오.

3. 시인은 '가장 좋은 나이'라고 하지 않고 '가장 좋은 날'이라고 말함으로써 한없이 뒤로 미루는 것을 점잖게 나무라고 있지요.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그대는 어찌 그리 태평스럽게 느긋하게 달과 해를 욕심껏 앞에다 길게 늘어놓는단 말이오? 시인은 그대에게 날에 관해, 그것도 도망가고 있는 날에 관해 말하고 있는데 말이오.

4. 그런데 가련한 인간들, 말하자면 분주한 자들에게 가장 좋은 날이 맨 먼저 도망간다는 것을 의심할 만한 무슨 근거라도 있나요? 노년이 그들을 덮칠 때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소년이지요. 그들은 준비도 없이 무장도 하지 않은 채 노년을 맞으니까요. 그들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노년이 되어버렸으니, 노년이 날마다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지요.

5. 여행자가 대화하거나 독서하거나 골똘하게 무엇을 생각하다가 어느새 목적지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하듯이, 자나 깨나 똑같은 속도로 간단없이 계속되는 더없이 빠른 인생 여정도 분주한 자들은 그 끝 무력에야 알아차리게 될 것이오.


이 글을 읽노라면 마치 '노년'이란 치한에게 기습을 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노년'은 모든 젊음열정을 앗아간다.
고대의 작가들은 노년을 마치 병이 든 것처럼 묘사한다.
물론 '노년'에 이른 사람들을 베테랑에 비유하기도 한다.

다만, 스스로에게 그때는 몰랐던 것에 대해 한탄하거나, 혹은 아직 '노년'의 기습을 받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충고를 해주고 싶은가 보다.

노년은 날마다 다가오고 있다.
미래를 살지 말고 오늘을 살아라.
'가장 좋은 날'이 달아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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