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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9 종말의 시작

종말의 시작

2012/03/19
짜라일기(독서일기)

로마인 이야기 11 - 종말의 시작 | 시오노 나나미, 역:김석희 | 한길사 | 2003-01-30 | ***** *
로마인 이야기 11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시오노 나나미(Nanami Shiono) / 김석희역
출판 : 한길사 200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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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1권의 부제는 "종말의 시작"이다.
작가는 오현제의 시대를 언급하면서 오현제의 시대가 막을 내림과 동시에 제국은 서서히 힘을 잃어가면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일반적인 역사학자들의 로마 멸망의 시작점을 A.C. 180년으로 본다.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의 아들 콤모두스가 황제로 등극하는 시점이다.

[ 콤모두스 황제가 등장하는 영화 ]
1964년 | 로마 제국의 멸망(The Fall of the Roman Empire)
2000년 | 글래디에이터

에드워드 기번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죽은 지 10년 뒤, 그러니까 콤모두스 황제가 실각되기 직전에 떠돌았던 소문을 살짝 언급하고 있다.
영화는 이것에 착안하여 그 소문이 사실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영화화 한다.
콤모두스 황제가 아버지를 암살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식으로 영화는 그려진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영화적인 해석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고민해 보고, 그랬을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 오현제 시대의 황제들 ]
네르바 ≫ 트라야누스 ≫ 하드리아누스 ≫ 안토니누스 피우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왜 그런 소문이 떠돌았고, 사람들은 소문이 진실 이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황제의 아버지였던 전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철의황제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뛰어난 황제로 후세에 화자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뛰어난 황제가 자기밖에 모르고 무능한 차기 황제를 준비 해 뒀을 리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왜 무능한 아들에게 차기 황제 자리를 주었을까?
황제의 미덕은 치세기간 동안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기 황제를 선택 하는 것 또한 그에 버금가는 만큼 중요하다.

저자는 카이사르를 언급하면서 그의 뛰어난 점을 언급 할 때 그의 엄청난 땅따먹기 실력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일을 아주 간단하게 해치우는 추진능력을 칭송한다.
더불어 차기 황제를 선택하고 그의 부족한 점까지 배려하여, 미리 준비해 준 점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 아니 극찬 한다.
아마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언급하기 전에 하나의 복선처럼 이야기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이 문제의 원인을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 때부터 문제의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국 내ㆍ외적으로 너무나 안정되어 역사가들이 기록할 것이 없다고 까지 한탄했던 이시기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는 제국의 변경은 한 번도 가보지 않고, 수도 로마에 앉아서 모든 결정을 다 내린다.
그리고 차기 황제로 지목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게도 제국 방위에 중요한 요지에 가 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물론 국정을 잘못 했던 것은 아니나, 국가라는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유지, 관리를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는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유지, 관리는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유지, 관리는 하지 않았다.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의 전대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장, 단기 관전에서 유지, 관리를 철저히 했다.
그러나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에는 그 누구도 그런 조취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없었다. 차기 황제로 지목된 안토니누스 피우스도 마찬가지였다.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가 23년의 치세동안 수도 로마에서만 국정을 돌봐도 문제없이 굴러간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따라 한다.
그러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에는 라인 강, 도나우 강 전선에서 야만인의 침략이 끊이지 않는다.
황제가 실정을 했기 때문은 아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냥 운이 조금 나빴을 뿐이라고 말 할 수 있는데, 그래도 대처는 상당히 잘했다.
문제는 이전에 충분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이전에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준비를 해 뒀더라면, 훨씬 쉽게 해 결 했을 일을 문제를 마주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힘겹게 대처해 나간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독자들은 쉽게 작가의 목소리를 파악 할 수 있다.
오현제 시대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그리고 '종말의 시작' 시점은 콤모두스 황제 때부터가 아닌,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재 때부터 종말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역사학자들의 다른 진술들도 논문과 책을 찾아보고 검토해 본다면, 작가의 견해에 대해 균형 잡힌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짜라는 그런 전문적인 자료에는 접근해 본적이 없고 앞으로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전적으로 작가가 제공하는 자료와 논리에 의존 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자료를 바탕으로 생각해 봤을 때, 작가의 의견을 큰 설득력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로마인 이야기』를 기획했던 목적은

'로마'라는 대 제국이 어떻게 1000년이라는 세월동안 지속 될 수 있었을까?

였다.
그에 더하여

수많은 국난을 이겨내고 대 제국으로 성장한 로마가 무슨 이유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도 궁금한 점이었을 것 같다.
작가는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11권에서 찾았다.

그런데 『로마인 이야기』는 총 15권으로 기획되었다.
11권에서 이미 로마의 몰락이 시작되는데 그럼 나머지 12 ~ 15권 까지는 계속해서 몰락해 가는 로마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작가는 숙제의 90%는 끝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을 얻지 않았을까?

뒤에 이어지는 책의 부제를 정리해 본다.

11 - 종말의 시작
12 - 위기로 치닫는 제국
13 - 최후의 노력
14 - 그리스도의 승리
15 - 로마 세계의 종언

뒤의 4권에서는 몰락해가는 제국을 그리고 있다.
조금 우울한 내용이 주를 이룰 것 같아, 재밌게 몰입 할 수 있는 몰입감이 떨어질 것 같다.
그래도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고, 흥하는 시기 보다는 망하는 시점이 더 느끼는 점이 클 것 같다.
반복되는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사는 짜라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쓰다 보니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명쾌하고 간단하게 짧은 이야기를 정리해 놓을 생각이었는데…….
뭔가를 알게 된 것 같아 기분 좋게 기록하려고 팬을 들었지만, 쓸수록 짜라가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 든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중언부언 하는 느낌이, 자꾸만 개운치 못한 뒤끝이 입에 남아 입을 다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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