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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독후감: 료마가 간다

독후감: 료마가 간다

2012/04/06
짜라일기(독서일기)

료마가 간다 | 시바 료타로, 역:이길진 | 창해 | 2003-04-25 | ****


『료마가 간다』를 다 읽었다.
재밌게 읽긴 했지만, 지인의 말처럼 술술 넘어가는 책장은 아니었다.

이 책은 1965년에 완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3년에 번역 출판 되었다.
초판은 5권 양장본으로 출판되었다가, 문고본으로 8권으로 되었다가, 우리나라에 번역되면서 10권으로 출판되었다.


1~4권 까지가 료마의 성장을 담고 있고, 이후 5~10권까지는 일본의 역사를 주로 다루고 드문드문 료마가 해결사처럼 등장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어쩌면 이런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감상이 들었다.
마치 혁명을 위해 태어났다가, 혁명이 끝나니 바람처럼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실존인물이라기 보다는 마치 가공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이한 인물이다.


가쓰 가이슈라는 선각자를 만나 세계의 정세를 알게 된 후로 그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세상을 바꾼다.
무혈 혁명이라는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 낸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이후로 서구 열강들은 왕정, 귀족정에서 공화정, 민주정 체제로 정체를 옮겨간다.
대부분의 혁명은 지배계급을 물리치는 유혈혁명으로 이루어졌고, 끝내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일본은 특이하게도 바쿠후라는 거대'한'이 지배하는 귀족정 체제에서 계급 제를 패지하고 민주적인 국가의 형태로 이행해 가는 과도기를 "료마"라는 개인이 청사진을 그리고 무혈 혁명으로 혁명을 완수한다.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료마'는 혁명을 성공시키고 며칠 후에 과격파에 의해 암살당한다.
'료마'가 살아 있었다면, 일본은 더 큰 그림으로 세계를 누볐을 지도 모를 일이다.

료마가 죽은 해(1867년)로부터 10년 동안 국내정세를 성공적으로 안정화 하고, 남아도는 무력을 밖으로 표출하기 시작한다.
인접 국가인 조선, 중국, 러시아를 치기위한 전쟁을 준비한다.

30년 뒤에 조선은 일본에 의해 강제 점령당한다.

료마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대신 영국, 러시아, 미국이나 아니면 다른 서구 열강에게 당했을 지도 모르지만, 좀 더 행복한 세상으로 나갔을 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이 환히 그려지니, 료마가 좋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혹은 전혀 다른 상상도 해본다.
료마가 33세의 나이로 죽지 않고 90세까지 장수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랬다면 전쟁으로 주위 나라를 먹으려 하기보다, 더 큰 그림으로 동양의 EU를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뭐 이런 상상이 저자의 말대로 "죽은 아이 나이세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상상이 드는걸 어쩔 수 없다.


"료마", 그의 품은 생각과 실천력은 한참을 두고 생각해 볼만 하다.
연구해서 조금이라도 닮을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물론 료마는 그런 짜라를 보고 이렇게 말하겠지만,

뭇 사람들이 모두 선을 행하거든 자기 홀로 악을 행하라.
천하의 일은 모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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