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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1/18 유럽여행: 바티칸 투어

2008/11/18
로마 바티칸 투어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3일째



6:30 기상
8:00 떼르미니 21 플랫폼 집합
가이드를 따라, 바티칸에 들어감. 입장료 14유로

미술관, 박물관, 소성당
바티칸답게 그림의 대부분은 기독교 관련된 성화들로 채워져 있다.
그림들은 입구에서 부터 시대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시대 순으로 배열된 그림들을 전반적으로 보노라면, 미술 기법의 발전과 색감의 선호도 같은 것들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보노라면,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지다.
미술관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 지어져 있는데, 시대, 소제, 기법적인 공통점들이 있는 그림들을 테마별로 묶어 놓은 것 같다.
한방에서 집중해 볼만한 그림 한 점씩을 설명하고 지나간다.
그림에 대해 많이 알진 못하지만, 관심은 많아서 여러 그림들을 좀 더 느긋하게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비수기라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았다.
성수기엔 아마도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나 보다.
유럽에서 유명하다는 바티칸 우체국에서 엽서 두 장을 사서, 한 장은 짜라에게 또 한 장은 집을 지키고 있을 동생에게 보냈다.
누나와 형에게도 보내고 싶었지만, 정확한 주소를 몰라서 포기.ㅡㅡ;
여행 갈 때는 주소 확인해 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갰다.

박물관의 작품들도 무척 인상 깊다.
돌을 깎아 사람의 근육을 표현한 조각들은 정말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럽다.
미켈란젤로는 팔의 절반이 부러진 고대 조각의 남은 팔 근육에 수축 이완만을 보고 추측해 부러진 팔이 어느 쪽으로 뻗쳐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로마인 이야기'가 드문드문 떠올랐다.
여행 전에 다시 한 번 읽고 왔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졌다.

사람의 신채근육을 멋지게 표현하고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조각가 들은 하늘거리는 옷을 조각에 새겨 더욱 복잡한 옷의 질감을 표현했다.
중력을 받아 늘어뜨려진 옷자락과 접힌 구김, 그리고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느껴지는 옷자락의 흐느낌도 들려오는 듯 하다.

점심을 먹고 시스티나 소성당에 들어간다.
소성당 안에서 떠드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밖에서 1.5시간 동안 설명을 들었다.
그림이 그려진 역사적인 배경, 미켈란젤로의 인생 등은 한편의 오페라는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측은한 마음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였다. 천재에겐 언제나 시련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깊이, 멀리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숙명과도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처럼 천재이면서 동시에 범인을 이해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종국에 원로원에 사주 받은 브루투스에게 암살을 당하고 만다.

소성당에 들어가 좌우 벽, 천정의 프레스코 화를 20분 동안 감상했다.
15시쯤이었는데, 밖의 빛도 많이 들어오지 않고, 실내조명도 약해서 그림을 자세히 보기 어려웠다.
설명 들을 때 보았던 사전이 오히려 선명하고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전반적인 성당의 느낌과 벽화의 조화 그리고 그 속의 '나'를 형상화 해보려 노력했다.
좌우 벽화는 당대의 뛰어난 미술가 들이 그린 것이고, 천정과 정면 벽화는 미켈란젤로 혼자 그렸다.
깊은 믿음을 가지고, 성경이야기를 풀어쓴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내용을 이해하고 감명을 받을 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성당에 들어설 때 말 못할 거대한 느낌은 아무리 많은 지식과 설명, 자세한 관찰과 뛰어난 안목과는 무관하게 짜라에게 위협적으로 도전해 왔다.
처음에 숨 막히는 긴장감을, 다음으로 좌절감을, 마지막으로 편안한 느낌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욕심이 큰 짜라는 화자의 마음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능력이 부족해 그린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없어 안타까웠다.

전체적인 조화를 놓고 이야기 하자면, 뭔가 가득 찬 느낌이 오히려 부족한 느낌을 준다.
너무 가득 차서, 여유와 여백의 미 같은 한 박자 쉴 수 있는 편안함은 결려돼 있다.
어쩌면 평생을 동양의 남쪽 끝에서 살아온 짜라의 마음이 가진 미망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몇 분 동안 눈을 감도, 소중한 느낌을 곱씹어 음미해 본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느낌을 오래 도록 간직하고 싶다.


대성당, 납골당, 꼭대기
투어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찾아가 볼 몇 곳을 소개해준 후 가이드는 저녁 투어를 기약하며 떠났다.

소성당에 들어가 보고, 21M 높이의 천정과 그 크기에 소성당이라고 하기엔 크구나 생각했다.
헌대 대성당에 들어와 보니, 그 곳을 소성당이라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성당의 규모는 이름만큼이나 거대 했다.
입구에서 예배 보는 곳까지 100M 달리기를 해도 될 만큼 큰 느낌이다.

대성당 지하의 납골당엔 베드로 성인이 잠들어 있다.
그 외에 성인 칭호를 받은 많은 사람의 석관이 있었는데, 그중 어느 것이 베드로 성인의 석관인지 알 순 없었다.
묵직한 공기 중에 옅은 향 내음이 났다.
그 향 내음은 잠깐 동안 한국의 사찰에 온 듯 한 내음을 실어다 주었다.

대성당 꼭대기에 올라가려 했는데, 시간이 늦었는지, 입구를 막아버려 들어가지 못했다.
하기야 해가 진지도 벌써 오래전, 1분마다 어둠이 짖어지고 있어 전망대에 올라가도 로마 시내가 잘 보이진 않을 것 같아 입장료 7유로를 내고 들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행, 불행. 떨떠름한 입맛을 다셨다.


바티칸을 벗어나 올드 브릿지에서 1.5유로 아이스크림을 먹다.
세가지 맛. 맛은 그냥 먹을 만하다.
크림은 언지 않는 것이 좋을걸 그랬다.
1.3유로짜리가 가장 작은데, 아이스크림을 식사로 할 게 아니면 가장 작은 것이 적당하다.

바펠로(?) 피자집을 어렵게 찾아가 30분 기다려 피자를 먹다.
빵이 한국 피자완 완전히 다르다.
4명이 가서 피자 3판, 샐러드, 맥주를 주문해 32유로가 들었다.
피자 한판이 1인분이라는 게 짜라에겐 미션임파서블에 준하는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진다.


민박집에 잠시 들렀다가, 야간투어에 가려 했다.
그런데, 민박아주머니가 청국장을 내 오셨다.
유혹에 굴복하고, 밥 두 숟갈에 청국장을 비벼 먹었다.
피자로 가득찬 배가,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그릇의 바닥까지 확인하고서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0:00 야간 투어를 봄.
트레비분수, 판테온, 광장, 천사의 성
민박집을 뛰쳐나와 부랴부랴 떼르미니 21번 플랫폼으로 갔다.

두 번째 야간 투어여서 그런지, 처음처럼 신나는 않았지만, 역시나 좋다.

언제 누가 처음으로 분수에 동전 던지는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그 유래는 알 수 없다.
전 세계 많은 분수나 연못에 가면 꼭 동전을 던지면 뭔가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민족, 종교를 막론하고 태초의 인간 심연 깊숙한 곳에서 부터 우러나오는 본능적인 행동인 듯 하다.
과연 어떤 깊숙한 마음이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행동을 하도록 하는지…….
짜라 또한 던져 보고 싶은 충동을 억지스레 다잡았다.
나쁜 일인 아니지만, 던지는 순간 바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테온 내부에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이미 문을 닫았다.
예전엔 여기가 신들의 신전으로 모든 신의 신전 이었지만, 지금은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어 낮에 시간 맞춰 가면, 미사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2000년 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버텨온 건물답게 거대하고 웅장한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천정을 통해 스미는 빛이 내부를 비추어 드리우는 빛의 마법을 직접 보지 않고는 판테온을 보았다 말 할 수 없다고 한다.
시간 내어 꼭 한번 들어가 봐야겠다.

천사의 성에 가는 길에 분수 3개가 멀찍이 배치되어 있는 광장에 잠깐 들렀다.
가운데 분수는 공사 중. 몇 년째 때를 닦아내고 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접어두었던 걱정거리들을 펼쳐 본다.
오토바이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피자먹고 돌아오는 길에 바이크 대여 브로셔를 가져왔다.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한 시간에 15유로 정도인 듯 하다.

작성일: 2008/11/20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