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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1/22 유럽여행: 가자 독일로

2008/11/22
가자 독일로

GermanWings 4U887 편으로 독일로 날아간다.
비행기를 많이 타보진 않았지만, 여태껏 창밖이 잘 보이는 자리는 한 번도 앉아 본 적이 없었다.
기껏 창가에 앉아도 밖으로 날개 박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창가긴 한데 창 위치가 옆에는 없고 앞 의자 등받이 넘어서 있거나 그 반대인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정말 딱 좋은 자리에 앉았다.
날개가 있는 좌석에서 두 좌석 정도 떨어진 자리를 얻은 것이다.


비행기가 날아올라, 발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로마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길 위에서 보는 로마 모습과 발아래로 내려다보는 로마 모습은 전혀 다른 듯 하다.
저 조그만 동내에서 5일 동안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민박집에 머무는 하루 동안 식사할 때마다 '밥을 너무 적게 먹는다'며, 더 먹으라, 자꾸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셨는데, 그렇게 적게 먹는 짜라가 안스러우셨나보다.
민박집에서 나오기 전 민박집 이모가 여행하면 배 많이 고플 거라며, 빵과 귤을 정성스럽게 담아 주셨다.


창밖으로 비치는 하늘 풍경을 감상한다.
갑자기 안개가 비행기를 덮쳐 온통 하얀색으로 시야를 가려 버렸다.
잠시 후 안개가 걷혔다.
구름을 통과한 것이다.
구름을 뚫고 올라왔다고 생각하니, 불현듯 들뜬 기분이 들었다.
저 구름위에 뛰어내리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닐 수 있을까?
너무 엉성해 보여 바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다.
손오공은 잘만 타고 다니더만…….

착륙할 때 또 한 번 구름 속을 지나쳤는데, 이번엔 무슨 이유인지 구름 속에 들어가서는 계속 구름을 헤집고 한참을 그렇게 날아갔다.
구름을 방패삼아 은밀히 침투하는 영화 같은 느낌이 든다.

비행기들은 항상 구름보다 높은 고도에서 날아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경제 고도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이 올라가면, 고도 올리는데 기름 소모가 크고, 너무 낮게 날면 공기의 저항이 크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고도를 잡고 날아가는 게 그 높이 일 것이라 혼자 추측해 본다.


비행기 안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젠 정말 혼자구나, 생각이 든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과 함께 독일로 향하고 있다.



독일에서 '오소영'씨를 만나기로 했다.
이탈리아 민박집에서 인연이 되어, 독일 쾰른 까지 연이 닫은 것이다.

쾰른 대성당은 이 제막 눈이 내리기 시작한 독일 날씨와 어울려, 스산한 느낌을 준다.
3번째로 가장 높다는 타이틀을 가진 이 성당은 번잡한 짜라의 마음에 큰 감명을 주진 못했다.
나중에 라도 기회가 되면 안에도 들어가 보고,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야지.

소영씨와 소영씨 사촌오빠 회성씨를 만났다.
독일에서 오토바이 구매를 도와주기위해 먼 곳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다.
독일엔 지방마다 지방 특유의 맥주가 있다고 한다.
쾰른에는 30가지 정도의 지방 맥주가 있다.
함께 역 큰 처에서 전통 있는 맥줏집에 들러 맥주를 한잔한다.

한국인이 하는 뷔페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몇 가지를 빼고는 한국식이어서 입에 맞았다.
앉아서 노트북을 꺼내놓고 독일 이베이에 매물을 올려놓은 곳을 확인하고 전화를 해본다.
매물 3개를 선별해 두었는데, 하나같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토요일 저녁이라 모두 놀러나갔는지, 아니 놀러 나가도 핸드폰은 들고 나갈 탠데, 암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역시나 오토바이 사는 건 쉽지 않을 듯 하다.

회성씨가 오늘 저녁 한인 2세와 유학생들이 모여 작은 파티를 한다고, 같이 가자고 한다.
짜라는 오토바이 구매 왜엔 다른 계획이 없으므로 '고맙다'는 말로 동행을 승낙한다.
내일은 일요일이라 어쩌면 또 연락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럼 월요일 까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은 계속가고 걱정은 쌓여만 간다.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나.
이런 아리송한 상황에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그런 방법은 있을까?


기차를 타고 쾰른에서 아헨으로,
아헨에서 버스를 타고 네덜란드로,
네덜란드에서 택시를 타고 미리 적어놓은 집주소로 찾아간다.
2시간 조금 넘어서야 목저기에 도착했다.

덕분에 계획에도 없던 네덜란드에도 와보게 되었다.
현실을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것이 여행의 묘미 인가?



기숙사 같은 집에 들어가니 20명 정도 사람들이 가득히 앉아 있다.
와인, 맥주, 양주 등 다양한 술들이 놓여있다.

돌아가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한인 2세들은 대부분 같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고, 유학생들은 거의 음대에 유학 와 있는 것이다.
이 무리에서 유일하게 짜라만 그 어떤 분류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평생 인연이 없을 그런 사람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다.

맥주와 양주가 몸속에 스멀스멀 피와 석이면서,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든다.
새벽 1시쯤부터 그렇게 계속 졸았나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나고, 몇몇 사람들만 장소를 옮겨 술을 더 마셨다.
짜라는 장소를 옮긴 곳에서 바로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 8시에 눈을 떴다.
머리가 아프다.
술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사람이 잠들어 있다.
대충 세수를 하고 지난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참으로 진기한 인연으로 여기까지 온듯하다.

이탈리아 로마 민박집에서 소영씨를 만나고, 소영씨가 두고 간 옷을 가져다 줄 겸 오토바이 정보도 알겨 쾰른으로 가고, 쾰른 대성당 앞에서 소영씨 사촌오빠 회성씨를 만나고, 그리고 함께 한인 2세들 파티에 참여하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연의 긴 사슬은 짜라에겐 무척이나 인상 깊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신비롭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또 다른 인연들이 나를 기다릴지 기대해 본다.


작성: 2008/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