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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1/21 유럽여행: 로마 보르게제 공원

2008/11/21
보르게제 공원

민박집을 옮기다
민박집을 '카푸치노'에서 '로마의 휴일'로 옮겼다.
STB 테스트를 위해 TV가 있는 곳이다.
역에서 약 10분쯤 걸어간 위치에 있다.
'카푸치노'민박에 비하면 시설이 많이 낙후하고, 청결함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조선족 이모님이 운영하시는 곳이었다.
3일전에 야간투어 하면서 알게 된 여행객이 여기 머무른 다고 했었다.
그분은 어제나 그제쯤 여길 떠났을 것이다.
민박집 이모님이 너무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그 모습이 떠올라 여길 오긴 했지만, 실수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도 이전보다 입에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모님이 무척 상냥하셔서 좋았다.
친 조카처럼 대해주는 마음에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하길 너무 좋아하셔서, 이것저것 많은 이야길 해주셨다.

STB를 연결해 VOD 상태를 확인해 보려 했다.
그런데 서버를 찾지 못하는지 네트워크 설정화면으로 빠져버렸다.
시간도 많지 않아서 대강 테스트 해봤는데, 설정 저장 후 바로 연결을 하면, 그때서야 메뉴서버에 연결이 되긴 하는데, 첫 화면이 뜨고 바로 죽어 버렸다.
Serial debugging 을 해 보고 싶었지만, 마음만 바빠서 저녁에 확인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온다.


보르게제 공원을 거닐다
지하철로 스페인 광장으로 이동해, 광장에서 사진을 찍는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이 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떠올랐다.
무척 옛날 영화라서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짜라도 요즘 젊은이라 일부러 찾아서 봤었다.

스페인 광장에서 보르게제 공원은 가까운데, 들어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서 조금 해매었다.
쌍둥이 성당을 지나, 나폴레옹광장 쪽으로 뻗어있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상당히 넓은 공원이었다.
약 두세 시간 가량 공원을 해매고 다닌 것 같다.

공원 거리 좌우로 얼굴 조각상들이 줄지어 서있다.
도시에 공헌도가 높은 사람들의 얼굴 조각인 듯 하다.
그중에 눈에 뛰는 조각이 있었는데, 좌우 볼에 연지를 찍었는지, 볼이 발그레 붉은 빛이 돌았다.
누군가 장난삼아 낙서를 했나보다.
가까이 가 얼굴 조각 아래 이름을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적혀있다.

공원 가운데 물의 신전이 있는 곳에 찾아간다.
가는 길에 태풍 부는 듯 한 소리가 나서 무슨 소리인가 하고 한참 두리번거렸다.
좀 더 가다보니 새들이 때지어 날아다닌다.
수천 마리라고 해도 믿을 만큼 하늘 가득 새들이 날아다닌다.
한참을 서서 무었을 하나 지켜보며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보고 있자니, 큰새와 작은 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큰새가 먹이 활동을 하면, 작은 새들은 그 새를 피해 날아다니는 것 같다.
새 때가 한 방향으로 일제히 날아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렇게 많은 새가 날아다니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공원 안에는 여러 개의 박물관이 있다.
에투르리아 박물관과 국립 박물관 중에 어디를 갈지 고민을 하다 국립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19C ~ 20C 작가들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짜라는 그림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들어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회화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
여행을 오면서 선물로 그림을 그려 주려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그림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림을 감상 할 때도 배우는 자세로 보게 된다.
얼굴의 윤곽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배경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보게 된다.
생각해보니, 짜라 그림은 비율이나 균형이 엉망이라, 아무리 노력을 해도 이상한 그림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들에 신경 쓰며 그리면 그래도 봐줄만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각 중에 예쁜 소녀의 전신상이 있었는데,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
이름을 하나 붙여 준다.
"내 여자 친구"


돌아오는 길
저녁 10시까지 한다고 본 것 같은데 7시 반쯤 되니 5분후에 문 닫는다고 한다.
암흑 군단이 보르게제 공원을 점령해 버리고, 힘겹게 저항하는 가로등만이 희미하게 공원길을 비춰 주고 있다.
어둠이 깔린 보르게제 공원을 가로지르고 있자니, 혹시나 무슨 사고라도 당할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
손으로 박자를 맞춰가며, 가볍게 노래를 부르며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로 향한다.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넘었다.
피곤한 하루다.

이모님이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저녁상을 받았다.
새우요리에 와인 한잔을 곁들인다.

로마에서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내일 비행기 탈 준비를 대략 하고, 사진이며 밀린 숙제들을 정리하려 했지만 피곤한 마음에 귀찮은 생각이 들어 그냥 일찍 잔다.


작성: 2008/11/23, 11/25
편집: 2008/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