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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8 인연

인연
 
금요일 저녁 마지막 열차로 부산을 향한다.
이승을 작별한 선배의 아버님을 뵈러가는 길…….
피곤함 같은걸 생각하는 것이 미안한 길이다.
새벽 4시 반쯤 부산에 도착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찾아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찜질방에서 피곤을 풀고, 12시쯤 빈소에 도착했다.

금요일 오후
업무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축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랫동안 연락 없던 반가운 선배 목소리
‘형 오랜만이에요.’ 라고 인사를 건넨다.
약간은 우울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어쩌면 이것은 가시는 분의 마지막 배려인지도 모른다.
선배 아버님 한 번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감사합니다.
이렇게 바쁜 사람들이 얼굴 볼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돌아오는 길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가 피곤한 몸을 등받이에 기대고 생각에 잠겨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검은깨가 붙어있는 과자 봉지가 만져진다.
손바닥 보다 작은 과자봉지를 할아버지께 ‘하나 드세요.’하고 무심히 건넨다.

산다는 게 이렇듯 예기치 않은 여행인 듯하다.
그냥 잠깐 왔다가, 돌아가는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여행이 아닐까.

할아버지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잠깐 옆자리에 앉은 흔한 인연에게 ‘조심해 잘 들어가’ 하고 정겨운 인사를 하시고 뒷모습을 보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