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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2 끊어진 도시가스

2008/08/02 끊어진 도시가스
3개월간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벌써 8월이 되었다.
출장 다녀온 지도 이제 한 달 가까이 되어간다.

출장 중에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스요금을 내지 않아 최후통첩이 왔다고 했다.
이번에야 말로 요금을 내지 않으면 가스는 끊어버리겠다는 선전 포고다.
후배는 겁을 좀 먹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었다.
인터넷 뱅킹으로 가스요금을 내려 했는데,
후배가 '아하' 하더니, 인터넷으로 그렇게 내면 되는 거냐며, 자기가 낸다고 했다.

중국에서 돌아온 후 10일쯤 지났을까?
보일러에 갑자기 붉은 등이 들어오더니, 점검표시가 깜빡거렸다.
갑자기 고장이 냈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후배 녀석이 나에게 가스레인지 사용법을 물었다.
ㅡㅡ;

가스레인지에 사용법이 따로 있냐며, 앞장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가스레인지에 레버를 눌렀는데, 전기 불꽃만 튈뿐 불이 붙지 않는다.
가스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밸브를 확인해보니 잠겨있진 않다.
그제서야 가스가 끊겼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날 보일러에 점검 등이 들어왔던 이유도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이유가 드러났다.

가스가 끊기면 서글픈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웬걸.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가스 비 안 나오겠네" 였다.
마치 끊기길 바랐던 사람처럼.
냉장고가 고장 나면, "전기세 아끼겠네." 할 것만 갔다.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짜라가 신기하기만 하다.

독서모임 번개에 가서 그 이야길 했더니.
누군가 서글퍼 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때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가스가 끊겨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경험 해본 사람만이 알고 있는 것.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궁핍한 삶을 살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렇게 남에 이야기 하듯 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이것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인지.
미쳐서 그러는 것인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경험이라면, 이것도 쉽게 접해볼 수 없는 경험이겠지.
다른 누군가에게 부끄러운 기억이 아닌, 신기한 경험을 한 듯이 떠벌리고 다니는 짜라에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P.S.
갑자기 이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