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3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대학교 Lab실 선후배를 만났다. 고기도 구워먹고, 게임도하고, 영화도 보고, 당구도 쳤다.
짜라의 DNA는 본능적으로 싼 것을 찾는지, 냉동 삼겹살을 사다가 구워 먹었다. 다음날은 대패삼겹살을 먹었다. 모란역 근처엔 아주 저렴한 대패삼겹살 집이 몇 군대 있는 것 같다. 그중 한집에서 먹었는데, 무척 맛있었다. 삼겹살을 먹은 만큼 아랫배의 인덕이 늘어날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다가오는 월요일부턴 다시 골프를 시작해야 갰다.
미라 3를 봤는데, 그냥 웃으면서 볼만했다. 오랜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친구와 함께 봐서 그런지 그저 그런 장면에서도 과장되게 많이 웃은 것 같다.
지난주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을 봤는데, 그에 비하면 재미가 떨어진다.
우리는 토, 일 양일간, 고기 구워먹기와 당구치기를 했다. 당구치기는 2시간, 다음날 2시간 반 총 4.5시간을 쳤다. 당구를 오래 치면, 다리가 아프다. 칠수록 내가 이 짓을 왜 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치고 싶어진다. 이것은 중독의 증상인 듯하다.
살면서 해야 할 일들이 무척 많은 것 같다. 너무나 많은 해야 할 것들 중에서 정말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엔 많은 해야 할 일들을 가진 것에 대해 비관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예전만큼 심각한 시선을 던지진 않는다. 그것은 마치 내 삶의 행복을 주는 요소들의 개수처럼 느껴진다. 일에는 언제나 시작, 과장 그리고 결과가 있다. 항상 사람들은 결과에 집중한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쉽게 나타나는 결과는 항상 사람들을 허탈 하게 한다. 재미있는 소설이 너무나도 쉽게 끝나는 것만큼 사람을 허탈하게 하는 것은 없다.
사람들은 좋은 교훈을 섬기듯이 과정을 중요시하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지만, 진심은 담겨 있지 않다. 재미는 그 과정 속에 녹아 있다. 굳이 과정을 중요하다고 강조하지 않아도, 우리가 과정에서 재미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저절로 중요하게 다가온다.
5년간 어둠의 터널이 지나왔다. 아직도 그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젠 그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다. 그 끝에 눈부신 빛이 있을지, 잔잔한 호수가 물결칠지, 그것도 아니면 허허 벌판 사막이 나타날지 모르겠다. 달려가 보면 알겠지, 한 가지 걱정은 짜라가 조바심 치고 있다는데 있다. 과정을 즐길만한 여유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스스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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