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초입에 짜라는 단어 뜻 그대로의 일기를 써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하루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도전이자, 더 큰 개획의 밑그림이다.
그러나 숙제하는 매일 매일 쓰는 일기는 쉽지만은 않다. 글을 쓰고 싶을 때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과 의무감으로 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무리 치사하고 졸렬한 문장, 단어들이 나오더라도, 막판까지 밀어붙여 볼 참이다. 8월의 끝자락에 이에 대한 평이며 감상들이 쏟아지겠지……. 그것엔 아마 한 달의 여정을 평가하는 점수들이 수놓일 것이다.
오늘은 무엇에 대해 글을 쓸기 잠시 생각에 잠긴다. 보통은 떠오르는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게 기억했다가, 숨 가쁘게 써 내려가는 게 순서인데, 이번에는 일단 좌판을 벌여놓고 모든 준비를 마친 뒤에 무었을 쓸지를 고민하니 뭔가 어색한 억지웃음을 지으며 사진 찍는 모습이 아련히 그려진다.
일단 샤워를 하고 다시 쓰기로 하고, 샤워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떠올린다. 샤워를 하면서 방금 전까지 읽던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지만, 글 속에서 주인공(화자, 일인칭 관찰자)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저자의 이름이 제레미 머서이니, 아마도 주인공은 제레미 일 것 같다.
주인공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신비로운 시선으로 본다. 서점에 들러 처음 만난 "이브"를 비롯해, 소피, 피아, 나디아 등등.. 뒤로 갈수록 그 느낌을 서술하는 횟수가 줄어들지만, 하나같이 만날 때 마다. 할 말을 잃어버리고,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애를 쓴다.
처음엔 그런 감정의 동요를 보고 그러려니 했는데, 반복된 서술을 보고 의아해 졌다. 짜라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있었는데 애써 기억에서 지워버렸는지도 모르지만. 그거 정성일까? 짜라가 정상일까?
50년 넘는 시간동안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지켜온 조지 아저씨도 만나보고 싶다. 약간 엉뚱하기도 한 그의 모습이, 짜라에겐 어떻게 다가올지도 무척 궁금하다. 아주 사소한 것도 아끼는 조지지만, 그의 방에는 200프랑 짜리 지폐가 구겨져 굴러다닌다.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변장한 천사일지 모르니" 라고 사람들에게 말하기도 한다. 서점 어느 문지방에 쓰여진 문구라고 한다.
책 생각에 한참을 잠겨 있다가 일기에 쓸 만한 몇 가지 소제를 떠올렸다.
떠오른 생각들……. * 과거와의 소통 * 휴가 계획
휴가 계획은 그냥 5일 동안 누나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뭔가 다른 기억에 남을 엽기 행각을 생각해 보다. 2번째 바이크 투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엔 시간이 좀 빠듯하긴 하다.
과거와의 소통은 1년 전 짜라의 생각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때의 짜라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나! 짚어 보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훔쳐보는 것 또한 스릴 넘치는 일이다. 무척 재밌을 것 같다.
오늘은 이 아이디어들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좋은 글감이 된듯하다. 그냥 오늘의 제목은 '독서일기 -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그 서점의 주제가를 적어본다. 음악을 찾을 수 있으면 더 좋을 탠데..^^;
P. 160 춥고 비 오는 밤 파리에 온다면 셰익스피어 서점을 찾아요 반가운 곳이죠
그 서점 모토는 다정하고 따뜻하죠 변장한 천사일지 모르니 낯선 이에게 친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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