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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2 2008년의 특별한 경험

2008/11/02
2008년의 특별한 경험

2008년도 이제 두 달 남았다.
벌써 1년이 다 지나간 듯하다.

2008년은 짜라에게 특별한, 아주 특별한 3가지 경험을 선물했다.

1. 처음으로 내 의지로 사표를 썼다.
2. 단순한 희망사항이던 여행을 결정 했다.
3. 처음으로 무협지를 보았다.

 


3. 김용의 ≪사조삼부곡≫을 읽다.
김용은 무협소설의 어머니이다.
그의 ≪사조삼부곡(영웅문)≫은 무협 소설의 처음이자 끝이다.
2008년에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세편(24권)의 무협 소설을 모두 읽었다.
다른 사람들이 중.고교 시절에 (몽정에 탐닉하듯) 빠져드는 무협에 한발 늦게 그것도 느긋하게 빠져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다.
그냥 읽다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다.
아직도 욕심은 남아있다.
≪사조삼부곡≫에 이어지는 『녹정기』, 『천룡팔부』, 『소호강호』 세편(38권)을 또 읽고 싶다.
그러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
몇 년쯤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봐야겠다.

≪사조삼부곡≫은 AC 1100년부터 1400년 사이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들을 이야기에 녹여 소설로 써 내린 것이다.
중국인이 아닌 바에야, 역사와 연결 지은 것이 큰 재미의 요소로 작용하진 못한다.
김용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무협이란 장르적 특성과 세계관을 만들고 그 틀 속에서 인생고락을 풀어가는 것이다.
때론 담담하게, 때론 열정적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속 인생사는 독자로 하여금 우습게도 하고 눈물짓게도 만든다.

김용의 소설은 굳이 무협이 아닌, 인생사 갈등만으로도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있다.
오히려 무협이란 세계관을 만들고 다듬기 위해 이야기가 지나치게 커진 감도 없진 않다.
그 덕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또 많은 작가들이 그 세계관을 이어 많은 창작을 쏟아내고 있으니, 김용은 더 큰 흐름을 보는 시야를 가진 것이 분명하다. 


삶과 죽음의 길고 짧음을 어찌 사람이 억지로 추구할 수 있으랴?

삶에 대한 애착이 그래도 미망이 아님을 내 어찌 알 것이며,

죽기를 겁내는 마음이 어릴 적 고향 떠나 타향살이하며 장성해서도 고향에 돌아갈 줄 모르는 것과 같음을 내 어찌 알랴?

죽고 나서도 자신이 살아생전 삶에 연연했음을 후회하지 않게 될지 내 어찌 알랴?

- 『장자』 내편, 제2권 《제물론》, 구작 선생과 장격 선생의 대화에서 인용.


『의천도룡기』 5권의 주제가 되는 글귀다.
이 네 가지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은 삶과 죽음, 즉 인생에 확신이란 것을 갖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처절하게 독백하고 있다.

짜라는 스스로를 아직도 '어리다' 생각하고 있지만, 100년 전에만 해도 벌써 처자식을 두고, 그 자식이 서당에가 글공부를 할 만큼 장성했을 것이다.
그렇게 따져 본다면, 스스로 얼마나 나약한지 반성하게 된다.
시대의 탓으로 사회의 탓으로 돌려 보지만, 변명일 뿐이란 걸 너무도 잘 알기에 그거 머리 숙일 뿐이다.


짜라가 생각하기에 김용의 소설은 자기개발 서적으로 분류해도 좋을 듯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갈등과 번민들이 수없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노라면, 살아오며 부딪히고 치고받던 과거의 기억들에 '어쩌면' 이란 단어가 겹치며, 새로운 사색과 자기 성찰로 빠져들게 된다.

의천도룡기의 주인공 장무기는 투철한 의협심을 가진 반면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성정을 드러내고, 쉽게 다른 이를 믿고 간계에 빠지곤 한다.
책 속에 인용된 ≪장자 내편, 제2권≫의 글귀가 곧 장무기 인 듯 싶다.


『의천도룡기』 마지막 권을 덮으며, 하나의 질문을 떠올린다.

인생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