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2 2008년의 특별한 경험 #2
2008년도 이제 두 달 남았다. 벌써 1년이 다 지나간 듯하다.
2008년은 짜라에게 특별한, 아주 특별한 3가지 경험을 선물했다.
1. 처음으로 내 의지로 사표를 썼다. 2. 단순한 희망사항이던 여행을 결정 했다. 3. 처음으로 무협지를 보았다.
1. 정든 회사를 떠나다.
두렵다.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두렵고, 회사를 그만 두는 것도 두렵다.
짜라는 욕심이 무척 많다. 10년이 지난 후의 짜라도 이 글을 읽을 면서 여전히 욕심이 많다고 스스로를 타박할지도 모른다.
처음 회사에 입사하고 3년 안에 무엇인가 결실을 보고 싶었다. 인생 35년 쯤, 창업을 하기로 계획할 때부터, 예비과정을 계획했다. 그것은 여러 종류의 회사를 두루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계획일까 싶지만, 어쩌랴 그런 계획인걸.
만 6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획대로라면,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른 곳을 알아보고 이직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개발의 종점에 다다라 마침표를 찍지 못한대 대한 안타까움으로 차일피일 무르다 보니 6년이란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종국에 나름의 마침표를 찍긴 했지만, 성에 차지 않는 마침표였다. 마지막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좀 더, 좀 더를 고민하던 끝에 떠밀리듯 찍은 마침표가 마음에 차면 그게 더 이상 할 듯하다.
이직을 결정하고 시기를 저울질 하던 시점에서 몇 군대 구인 제의가 있었다.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에도 몇 군대 구인 제의가 있었다. 짜라는 서두르지 않는다. 미적지근한 대답으로 제의를 거절했다.
지금은 백수다. 10월 중순에 회사를 그만 두었으니, 달이 바뀌고 백수 2~3주차에 접어들었다. 다음으로 어떤 회사도 선택하지 않았다. 7년의 회사 생활에 피로해진 정신을 여행으로 달랠 계획을 세웠다.
사람들은 걱정한다. 어려운 시기에 다른 일자리도 알아보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한다. 짜라는 그저 담담하게, 일자리 알아보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TV, 신문에선 실업자가 넘쳐 난다고 떠들고 있지만, 짜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뭐 잘난 구석이 있어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냐고 속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자신만만"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짜라는 잘 알지 못한다. 단지 그냥 담담할 뿐.
한 달 짜리 여행이 끝나면, 회사를 알아볼 참이다. 먼저 제의가 있었던 곳에 아직도 사람이 필요한지 문의해 봐야지.
능력과 상관없이 기회가 된다면, 대기업에서도 일해보고 싶다. 대기업을 좋아하진 않지만, 거대한 시스템을 몸으로 느껴보고 싶다. 그런 경험들이, 미래에 창업할 회사의 큰 밑거름이 될 것 같다.
만에 하나, 짜라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어느 곳도 없다면 천천히 시간을 즐길 것이다. 구직활동을 장기적으로 펼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학사 8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회사에 어렵지 않게 취업하고, 시간의 흐름에 편안히 몸을 맡기고 여기까지 흘러 왔다.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겪는 불확실한 미래를 짜라는 격어보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좋지 않은 그런 기회가 짜라에게도 올지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니, 다음회사를 안중에 두지 않고도 그렇게 태연 한지 모른다. "자신만만"함이 아닌, 인생 흐름에 순응하는 삶을 담담히 받아드리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떠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사람들과 해어지기 실어 3년 이란 시간을 더 끌었는지도 모른다. 떠나면서도 그 사람들에게 구구한 변명을 하며, 어쩔 수 없는 심정을 설명했다. 한 가닥 끈을 남겨두려 애쓴 것이다. 그 애씀에 성공 여부를 지금은 알지 못한다. 아마도 다른 회사를 다니며, 1년이란 시간이 지날 즈음에 그 결말을 어렴풋 느낄까!
인생이 이렇듯 단정치 못함을 미처 몰랐다. 그냥 반듯 하고, 뒤끝 없이 앞만 보고 달릴 줄 알았다. 여전히 철없는 놈이지만은, 그 또한 철없음의 소치인가 한다.
아직도 연약한 짜라는 '결혼'이란 단어를 '가~끔' 떠올린다. 이정도 나이 먹으면 으레 결혼이란 걸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다지 마음이 없다. 아니 사람이 없다. 사람은 많지만, 사람이 없다.
사랑이란걸 마음에 품어야 한다. 애증이란걸 마음에 품어야 한다. 따듯함과 진솔함, 그리고 욕심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결혼이란걸 한다.
짜라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런 욕구를 마음에 품는지 모른다. 어려운 게 쉽고, 쉬운 게 어려운 탓이다. 이런 사람을 두고, 바보, 천치라 하고, "굼벵이도 구르는 제주가 있다" 하는가?
앞일이 막막하다. 그래서 두렵다. 막상 그 두려움과 맞닥뜨리면, 그 두려움은 온대간데 없고 그 두려움을 찾는 짜라만 있다.
인생에 특별할 것은 없다. 그 모든 게 특별한 까닥이다. 산에 오르고서야 산이 특별함을 알고, 파도를 느끼고서야 파도의 특별함을 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떠밀리듯 몰아새운 결정이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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