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2008/11/28 유럽여행: 돈 구하기

2008/11/28
돈 구하기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13일째

이젠 놀랍지도 않다.
당연히 쉽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돈을 송금하는 문제로 새벽 01:20 분에 일어났다.
한국시간 09:20

은행업무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건다.
현금 입출금 기능을 이용하려, 현금 지급기 여러 곳에서 시도해 봤는데, 어디에서도 되지 않는다.
거의 30분 동안 전화를 해 확인해본 결과는 카드엔 문제없다는 답변.
문제가 없으면 돼야 하는데, 왜 안 되는 것일까?
분명 VISA 제휴은행인 경우 외국에서 현금 입출금을 문제없이 사용가능하다는 우리은행 측의 설명과는 달리 아무 곳에서도 되지 않았었다.

02:00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 은행 업무시간에 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감으로 거리로 나선다.
90분 동안 독일의 밤거리를 해맨 끝에 현금 지급기 하나를 발견하고, sparkasse 은행 현금지급기에 카드를 넣고 돈 찾기를 시도해보지만 낮에 해볼 때와 똑같이 안 된다.
분명 기계에는 VISA 라는 선명한 로고가 찍혀있다.

아무 문제없이 잘 되어야 할 현금 인출 서비스가 나만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정말 되긴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
사람들은 카드사에서 돈을 대출하는 '현금 서비스'(돈을 빌림)와 혼동해 문제없이 잘 된다고 했다.
헌데, 내가 하려는 건 돈을 빌리는 서비스가 아닌,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인출하는 것이다.


한국은행 업무시간(09:30 ~ 16:30)에 모든 가능성을 다 시도해 보아야 한다.
독일 은행 업무시간이 될 즘엔 한국 은행들은 영업이 끝나있기 때문이다.

일단 독일 은행이 여는 대로 은행별로 찾아가 돈 찾기를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하고, 만약을 대비해 지금 확인 할 수 있는 독일로 송금하는 문제를 시도해 본다.

확인 결과 인터넷 뱅킹으로 외국송금이 가능하였다.
허나, 한 번도 외국송금을 해본 적이 없어, 그 방법이 복잡하게 느껴졌다.
전화를 몇 차래 하고, 시도해 보기를 여러 번 만에야 송금엔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송금 할 때는 기준 환율보다 10원가량 비싼 환율을 사용하는 것 같다.

이걸 다 확인한 후에 시간이 06:20
이 시간쯤 되니, 몸이 무척 피곤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07:30
식욕이 없어 억지로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하고 났더니, 조금 기운을 찾을 수 있었다.

09:30
만에 하나 필요할 만한 물건들을 가방에 가득 담고, 은행으로 향했다.
종일 10군대도 넘는 은행에 가서 현금 출금을 시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 했다.
우리은행 말대로라면, 독일엔 비자제휴 은행이 한곳도 없는 듯하다.

민박집 아저씨 말대로, 쾰른 성당 역에 가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 보기로 한다.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이니, 그곳은 분명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기대는 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도해 본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간은 정오쯤 되었다.
온 김에 쾰른성당이나 구경하기로 한다.
쾰른에 온지도 6일쯤 지난 듯한데,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관광을 하지 않았다.
성당 입구는 약속장소로 많이 애용되는지,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아직 오지 않은 일행들을 기다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성당 문에는 나약하고 불상해 보이는 할머니가 컵 같은걸 들고, 관광객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다.

정오인데도 불구하고 성당 내부는 어두컴컴하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해가 쨍쨍하게 떴으면, 창문 너머로 햇살이 비쳐 들 텐데.
구름이 많은지 하늘은 시무룩하다.
5M 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창문위에는 갖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햇빛이 드리우면, 그 그림들이 성당 바닥에 그대로 찍혀 더욱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할 것이다.


12시가 되가 종소리가 12번씩 두 차례 울린다.
금요일 평일에도 정오 예배가 있나보다.
예배드리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는데, 약 10분 아님 20분 정도 짧게 하고 끝났다.


밥 때가 되었는지 길에서 파는 군것질 거리들이 눈에 뛴다.
독일에 가면 소시지를 꼭 먹어봐야 한다는 말에, 2.9유로를 내고 하나 먹어본다.
딱딱하고 질긴 소시지를 생각했는데, 말랑말랑하다.
먹어본 소감은 맛있다. 씹는 맛은 밍숭밍숭 하다.
한국 소시지와 비교해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가 미각이 둔해, 먹어보면 다 맛있고, 간혹 맛없는 것들이 있다.
둔한 미각에 짜라는 감사한다.
그 덕분에 웬만한 음식들은 다 맛있게 먹는다.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본다.
송금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다.
자동차 등록을 할 때 세금납부 때문에, 계좌가 있어야 한다.

13:30
차 한 잔을 마신 후 은행으로 향한다.
은행들은 대부분 12:00 ~ 14:00 까지 점심시간이다.
관공서들도 대부분 그렇게 하고, 수요일, 금요일은 오전만 하기도 한다.

은행에 가니 예약을 했냐고 물어본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대개의 경우 직원들이 예약이 다 차있어 직원을 만나 볼 수도 없다.
다행이 예약 손님이 없는 직원이 있어, 계좌 개설을 할 수 있었다.
한국과 달리 여기는 계좌 개설하는 절차가 복잡했다.
2~30분은 걸린 듯하다.
계약서 양식 종이를 잔뜩 꺼내서 보여주고 서명을 받았다.
물론 모두 독일어로 되어있어 짜라는 어떤 내용이 적혔으리라 추측만 한다.
아저씨의 도움으로 무사히 계좌를 개설했다.
독일은 통장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카드만 만들어주는데, 카드 만드는 데는 일주일이 걸린다.
결국 계좌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려면 일주일이 걸리는 샘이다.
온라인 뱅킹 등록까지 모두 마치고 은행을 나서면서, 직원에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본다.
은행에서는 사진 찍는 게 금지되어있다고 한다.
웃을 얼굴로, 대신 박으로 나가서 사진 찍는 건 가능하다며, 함께 은행 정문으로 나온다.
직원만 찍으려 했는데, 나온 김에 함께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와 우리은행 인터넷 뱅킹으로 독일 계좌로 송금을 한다.
송금액은 1000유로.
환률 1890원.
수수료는 두 가지 항목으로 총 5.7만원 가량 나왔다.
국가 간 송금은 며칠이 걸린다고 한다.
돈이 빨리 와야 오토바이를 살 탠데, 빨리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통장도 없고, 카드도 없다.
인터넷 뱅킹도 TAN-table(보안카드)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
TAN-table은 일주일 후에 온다고 한다.
결국 계좌번호만 생겼을 뿐 돈을 출금할 만한 어떤 것도 없다.
송금은 했는데, 돈은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애매하다.
아저씨 말로는 창구에 가서 찾으면 된다고 하는데, 아저씨 또한 경험해 본바가 아니라 아닐 수도 있다.
그럼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나?

그리고 TAN-Table 은 100개의 숫자 목록으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할 때마다 그 숫자들을 하나씩 사용한 후 폐기해, 모두 사용하고 나면 새로운 TAN-Table 이 온다고 한다.
그럼 다른 곳에 가있는 동안은 TAN-Table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깐깐하게 보안 관리를 하는걸 보니, 해킹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아무튼 최악의 경우 다음 주 목요일까지 대기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일단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에 넣는다.
하루하루 조마조마하게 마음 조려가며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 시간을 악몽 같은 기다림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 할 수도 있다.

짜라의 이번 여행은 기다림을 연습하는 여행인 것 같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절하기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스리고 다잡는 연습이다.
천국과 지옥, 행복과 불행, 미움과 분노, 즐거움과 환희, 이 모든 감정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이다.
마음속에 있는 어떤 감정을 끌어내느냐는 오직 나에게 달린 문제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기쁘고 즐겁고 행복 가득한 감정들로 내 마음을 가득히 채우는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도 닦는 스님이 아니니, 쉽게 되지는 않겠지만 그런 생각과 의지를 가진다면 불가능한 일 만은 아닐 것이다.


작성: 2008/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