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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23 오지탐험: 하늘의 뜻

2008/12/23
오지탐험: 하늘의 뜻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프랑스 리옹, 38일째

일정: 유로라인 버스표 환불 - 리옹

다시 오토바이 여행 준비를 한다.
따듯한 남쪽 나라로 가기로 한다.
목적지는 니스.
니스까진 상당히 멀기 때문에, 일단 리옹까지 가고, 다음날 니스로 가기로 한다.
리옹까지 약 500KM다.

4일전에 예약했던 버스표를 환불하러, 유로라인 터미널에 간다.
버스표 환불하는데, 위약금을 50% 나 땐다고 한다.
88유로 주고 샀는데, 5유로는 서비스 이용료라, 그것을 빼고, 83유로 중 41.5유로를 내어준다.
엄청난 위약금에 충격을 받았지만, 말 한마디 못하고, OK라고 한다.


고속도로에서 침낭세트를 일어버렸다.

확인하고 간 호스텔 니스는 문을 닫았다.
드디어 침낭을 이용 해야 할 기회가 왔는데, 그날 마침 침낭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이 하늘의 뜻인가.
노숙하면 안 된다는…….?

결국 약 5시간 동안 숙소를 알아보고서야 겨우 Hotel Fomuler 1 을 찾을 수 있었다.
씻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가 4시쯤 되었을 것이다.


정말 힘든 하루 였다.
만약 숙소를 잡지 못했으면, 밤을 새워 달려 니스로 왔을지도 모른다.
절망의 끝에서 방황하는 느낌이다.


기름을 넣을 때마다 기록을 해 리터당 이동거리를 측정해 본다.
가장 경제적인 속도는 약 100Km/h 다.

120Km/h로 달려 봤는데, 연비가 12Km 정도 나온다.
100Km/h로 달리면 22Km 가량이다.

CB400 의 기름통은 약 12L 정도인데, 비상연료통을 빼면 약 10L 정도 된다.


작성: 2008/12/24
편집: 2010/07/30


더하는 말

유럽은 확실히 약속을 중요시한다.
미리 약속을 취소해도, 50%의 위약금을 받는걸 보면, 쉽게 뭔가를 결정한다는 게 얼마나 무거운가를 느끼게 된다.
더하여 서비스 이용료라니,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문화에 할 말을 잃었다.
그 당시에는 50% 위약금도 억울했지만, 서비스 이용료는 더욱 억울한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반 식당에서 직원에게 팁을 주듯이, 아마 그런 개념에서 받는 서비스 비용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렇구나 싶다.

점심때쯤 파리에서 출발해 저녁 8~9시쯤에 리옹에 도착한 듯싶다.
그런데 목적지인 호스텔이 문을 닫았다.
전화 확인을 하지 않은 게 화근이다.
할 수 없이 주위 저렴한 여관을 찾기로 했는데, 하룻밤에 250유로를 달라고 한다.
이런 여태껏 가장 비싼 곳이 50유로 였고 평균 30유로 정도의 숙박비를 지출했는데, 거의 8배에 달아는 하루 숙박비다.
여러 곳을 알아봤는데 가장 싼 곳이 120유로 정도였던 것 같다.
그렇게 여러 곳을 다니는 동안 시간은 자정을 넘었다.
밤을 지새울 수는 없는 노릇 어쩔 수 없이 비싼 숙박비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리곤 이전에 들렀던 호텔인지 여관에 가서 빈방을 물어보고, 비싸다는 제스처를 보인다음, 혹시 근처에 저렴한 숙박시설이 없냐고 물어봤다.
이 질문에는 한 가지 노림수가 있었는데, 간접적으로 깎아달라는 이야기를 한의도고, 또 한 가지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다.
그 여직원은 친절하게도 자세하진 않지만 관광지도를 펼쳐 보이면서 한곳을 집고는 이 근방에 호스텔 비슷한 숙박시설이 있다며 40유로 정도면 잘 수 있다고 알려준다.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쪽으로 가봤는데, 없다.
시간이 너무 늦어 인적도 드물고, 슬슬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아~ 내가 머나먼 유럽, 프랑스 땅까지 와서 비명에 객사하는 구나 농담 반을 썩어 생각을 한다.
근방을 수색하듯 뒤졌더니, 호텔하나가 걸렸다.
겉은 비싸보였지만 관광지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이라 그런지 숙박비가 100유로 미만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뿔싸! 빈방이 없다.
호텔 프론트 맞은편에 둥근 탁자와 폭신한 소파가 보였다.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우며, 혹시 소파에서 쉬어가면 안되겠냐고 했더니 단호히 안 된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 머쓱하게 돌아 나오는 길에, 호텔 직원의 반응이 너무 단호한 것이 어쩌면 내 말을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닐까 싶어 똑같은 말을 풀어서 오해의 소지 없이 이야기했더니 반응은 전과 같다.

고민을 하다 결국 30분만 더 찾아보고 그래도 못 찾으면, 그때는 이대로 달을 동무삼고 밤을 달려 목적지인 니스까지 가기로 결심한다.
다행이 그 호텔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호스텔을 찾아 그날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열린 주유소가 그때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에 호스텔을 찾지 못했다면, 길에서 얼어 죽거나 동내 노는애들에게 화를 입지 않았을까 두려운 생각이 스친다.


정말 죽음 까지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지금은 그냥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데, 40일 가까이 짐처럼 달고 다니던 침낭을 잃어버리고 그 당일 잠자리를 찾지 못해 6시간 넘게 방황했던 그날.
그날이 지금에 나를 만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