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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30 오지탐험: 베네치아

2008/12/30
오지탐험: 베네치아

제 3장 여행을 하는 이유?
유럽여행, 이탈리아 베네치아, 45일째

산마르크 광장 근처에 있는 민박집 두 곳을 검색해 그 중 한곳에 가서 괜찮으면 그곳으로 옮기기로 한다.

어제 밤 동행했던 여행자가 24시간 배 티켓을 주었다.
오후 4시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배를 타고 산마르크 광장으로 가서 광장을 둘러보고, 대성당에도 들어가 본다.
바닷가 옆에 있는 광장은 낮에 더욱 인상적이다.
화려한 성당의 지붕은 낮은 곳에선 앞쪽 일부만 감상 할 수 있다.
역시나 이야기 듣던 대로 다른 대성당들처럼 고딕약식의 뾰족한 탑이 솟아 있으면서도 조금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대성당 옆엔 두깔레 궁전이 있다.
궁전은 어디에나 있는 건물처럼 특색 없는 건물처럼 느껴진다.


좋은 날씨, 많은 인파, 북적대는 사람들, 도망가는 비둘기, 뒤쫓는 갈매기, 총총걸음 참새, 한대 어우러져 날아다니는 새들.
하늘은 새판이고, 땅은 사람 판이다.
북적거리는 한 가운데 있으면서도, 편안하고 기분 좋은 휴식이 찾아 든다.



광장 가까이 있는 '슬립웰' 민박집으로 찾아간다.
민박집은 광장 바닷가에서 왼쪽으로 돌아 다리를 두개건너, 기마상을 지난다음 다시 다리를 두개 건너 왼편에 있는 첫 번째 골목길이다.
대문에는 민박집을 알리는 어떤 표식도 있지 않다.
그냥 번지만 확인하고 초인종을 누르면 된다.

2,3,4 총 세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님이 없어 한산하고, 분위기도 좋다.
특히나 거실이 마음에 든다.
넓고 편안한 소파와 42인치 TV, 그리고 많은 DVD 영화를 구비해 놓고 있다.

시작한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아 손님이 많지 않다고 한다.
도미토리는 '파바로티'와 마찬가지로 침대가 많아 번잡한 느낌이다.
원래 도미토리가 이런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사람이 많지 않아 좋아, 옮기기로 결정한다.

배를 타고 베네치아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리알토 다리는 밤에도 보고 낮에도 봤지만, 어째서 유명한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차라리 베네치아 역 앞에 있는 다리가 더 예쁜 것 같다.
다리위에 좌우로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데 그것 때문에 유명한지도 모르겠다.
짜라의 관점에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복잡해 보이기만 한다.


배로 베네치아를 한 바퀴 돌아, 숙박했던 민박집으로 가서 짐을 꾸려, 광장 옆 민박집으로 잠자리를 옮긴다.
하루만 더 있을 예정이지만, 하루라도 맘 편히 있는 게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민박집에서 추천하는 부라노섬에 가보기로 한다.
일단 무라노 섬에 들러 섬을 휘 둘러본다.
대규모 유리공장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곳은 찾지 못했다.
그냥 조그만 집에서 하얀 콧수염 아저씨가 불가마에서 컵 하나 만드는 것을 시연해 보여주신다.
너무 멀어서 무얼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왔다갔다 몇 번 하니 뚝딱 만들어졌다.
조그만 그릇을 내밀자 구경하던 사람들 중 3할 정도가 그 속에 동전을 넣는다.

바로 옆에는 유리공예품 상점이 있다.
모두들 그곳으로 몰려 들어간다.
예쁜 공예품들이 많다.
여러 가지 사고 싶기도 하지만, 마음에 드는것들은 너무 고가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너무 약해서 한국에 돌아가는 동안 쉽게 부러질 것 같다.

어느 골목길로 들어갔더니, 주민들이 사는 민가가 줄지어 있다.
인적이 드물어 스산하고 차가운 느낌이 든다.
가끔씩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주부들이 오가기도 한다.
마을 사람인 듯하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상점가로 들어선다.
섬에는 유리공예품 상점들이 무척 많다.
관광지라기보다 쇼핑 섬이라 부르는 편이 좋을 것이다.

작은 천사가 두 손에 하트를 쥐고 있는 유리공예품을 하나 산다.
튼튼한 박스에 포장해 줄줄 알았는데, 그냥 공기든 비닐로 한번 감고, 그 위에 신문지를 한 번 더 감아서 준다.
박스에 넣지 않으면 으깨져서 깨진다고 하며, 박스에 넣어달라고 하니, 박스가 없다고 한다.
옆에 박스가 가득히 쌓여있는데, 그것들은 작은 천사용이 아닌가 보다.
박스가 없으면 안산다고 하니, 인상을 찡그리더니, 팔뚝만큼 큰 박스에 넣어서 준다.
짜증스러웠지만, 실랑이 하는 것도 실어서 그냥 받아서 나온다.
미리 값을 치르지만 않았으면, 그냥 나왔을 탠데 미리 확인하지 못한 나의 실수다.

무라노 섬에서 부라노 섬으로 가는 배를 찾아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결국 산마르코광장으로 다시 돌아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라노섬에 정거장이 네 곳 있는데, 그중 한곳에서만 부라노 섬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엔 책자에 나온 관광지 두 곳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골목길을 해매며 근처까지 가긴 했는데, 정작 목적지는 찾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날도 저물고 춥기도 해서, 그냥 민박집으로 돌아간다.



7시에 저녁식사라고 되어있었지만, 아직 준비가 다되지 않았다고 한다.
90분이 지나서야 준비가 다되었다.
식사를 너무 늦게 하는 게 조금 불만스럽다.
그런데 저녁식탁을 보는 순간 그런 불만이 언제 들었냐는 듯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단정하고 예의바른 식탁은 호텔식당에나 어울릴 듯하다.
목이긴 와인 잔에 가득히 와인도 따라 주신다.
식사에 정성을 많이 쏟으시는 것 같다.
맛있는 밥과 달콤한 와인을 마시며 천천히 저녁을 음미한다.

식사가 너무 길어져, 저녁에 시내투어를 계획했는데 다음으로 미룬다.
IPTV를 연결해 한국 TV를 본다.
연말 시상식 프로들이 등록되어있다.
그래 지금이 연말이구나.

여행을 하고 있으니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도 모르겠고, 날짜를 봐도 그 날짜가 크리스마슨지, 생일인지 연말인지도 감각에서 멀어져 버린다.


작성: 2009/01/02
편집: 2010/08/20


더하는 말

숙소만 아니면, 편안한 하루였다.
베네치아 중심가도 가보고, 베네치아 에서도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에도 가보았다.
정보 부족으로 부라노 섬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대신 베네치아 저녁 골목길을 산책했다.
새로 옮긴 숙소는 베네치아의 중심에 가까이 있고, 몇 발만 나가면 지중해의 청량한 해풍을 즐길 수도 있다.

‘슬립웰’에서의 저녁식사는 정말 대단했다.
최근에 생겨 서비스가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민박집을 운영하는 부부는 젊어 여행을 다니다, 베네치아에 정책했다고 한다.
언젠가 또다시 여행을 떠날 거라는 말도 했다.
사람들은 은유적으로 삶은 긴 여행 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에겐 은유가 아니, 직접적인 여행이다.
이야기책에나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삶을 살고, 꿈꾸는 것들을 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에게도 고민과 걱정거리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짜라에겐 그렇게 보였다.
짜라도 저렇게 정처 없이 살 수 있을까?
여태껏 저런 삶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선뜻 답을 내릴 순 없다.
그러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런 삶에 대한 욕망의 불꽃이 조그맣게 피어오르는 것 같다.
언젠가 그때를 떠올리고, 실현할 날이 올 것 만 같다.

그러고 보면, 상당수의 민박집 주인들이 배낭여행을 하거나,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하다가 약간은 충동적으로 인생의 대로를 벗어나 사잇길로 접어 든 것 같다.
망망대해에 오롯이 떠 너울거리는 작은 촛불처럼 미약하지만, 등대처럼 여행자들의 안내자겸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그들을 보면, 짜라 안에도 저런 피가 흐르지 않나 생각을 해 본다.

그러고 보니 또다시 그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가을바람을 타고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