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2009/01/19 독서모임갔다 돌아오는길

2009/01/19
GGRC 독서모임

얼마만일까?
정확힌 모르겠지만 느낌상은 거진 1년 만인 듯하다.


정기 독서모임이 끝나고, 뒤풀이에 남자 다섯이 남았다.
술은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만 마시고,
굳이 권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 가운데
뒤풀이도 즐겁게 끝났다.

구로역, 버스 승강장까지 두 사람이 비를 맞으며 걷는다.
각자의 고민을 짊어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다.
살면서 고민 한가지씩은 없겠냐만은 특히나 고민이 많은 두 사람은
투덜투덜 비틀비틀 길을 걷는다.

비는 조금씩 더해가고,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았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기분 좋을 만큼만 마셔서 그런지, 어지럽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다.
읽다만 책을 펼쳐 들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귀찮은 생각이 앞선다.
뿌실거리는 창밖의 비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게 생각에 빠져든다.

너는 작은 소녀였고

짜라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졸고 있다.
앞에 앉은 머리가 오른쪽으로 비스듬해 지더니
어느 순간 45도의 어정쩡한 각도를 이루고 버스의 흔들림에 순응한다.

머리엔 제비꽃

3년 이라는 시간동안, 아니 그 보다 더 오래된 사람들을 보며,
참, 시간이 많이도 흘렀구나 생각이 든다.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이랄까?
언제든 '간다.'고만하면 반겨주는 사람들…….
어쩌면 짜라의 인생 몇 년은 이 사람들에 의해 증언 될 지도 모른다.
그들은 타인이면서도 타인 같지 않은
정이 들만큼 친하지도 않았지만, 친근한 느낌.
포근한 사람들이다.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앞사람의 머리가 몇 번 기울었을까?
45도까지 기울었던 머리는 어느새 다시 90도로 꽃꽃히 섰다가,
어느 순간 기울어 있다.
마치 시계추처럼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그 머리를 보며
짜라는 참 다른 사람의 인생에 많이도 참견 하면서 살았구나 생각이 든다.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모임에서 누군가 고민을 털어놓고, 나머지 사람들이 위로를 한다.
냉정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위로가 되었다.
그래도 그는 그게 마음에 차지 않는것 같다.

사람마다 자신의 기준이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의 기준이므로 그 무게는 그만이 알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한 베테랑이라고 해도,
80년을 살고 모르는 것이 없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경험이 있다해도,
그의 무게는 그만이 알뿐.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목적지 두정거장 전.
지갑을 확인하고, 창밖을 건너다보며 어디쯤인지 가늠해 본다.
기울어진 앞사람의 머리를 살며시 일깨워주며.

"어디까지 가세요?"
"여기는 수원이에요."

그렇게 던지듯 한마디를 남기고 버스에서 내린다.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그래.
살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개입한 것 같다는 후회가 든다.
어차피, 누군지도 모르고, 앞으로 만나도 그때 그 말을 했던 사람이 짜라 인지도 모를 탠데.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인생, 어두워, 외로워. HM희망이, SM소망이, JM절망이"
어느 개그 프로의 상투어처럼
짜라 인생은 어둡다.
그러나 그 어둠의 그늘은 짜라의 것이다.
그 속엔 어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마엔 땀방울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가볍다.
그래, 누군가에게 오늘도 착한 일을 했구나.
비를 가리며 눌러쓴 털 달린 모자위로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그런 스스로를 보며 살며시 미소 짓는다.
인생 뭐 별것 있나?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까 버스의 비스듬한 머리는 집에 잘 들어갔을까?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독서모임에서 뒤풀이에 공감했던 그 사람은 지금쯤 집에 도착했겠지.
그래 그렇게 스치듯 만나는 인연이 어쩌면 행복일지도 모르지.

음 음 음 음……. 음 음 음

불 꺼진 집, 차가운 방.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컴퓨터를 켜고.
어떤 이야기를, 무어라 적을까?
생각을 한다.

예전엔 참 지금보다 더 생각이 많았다.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인데…….
생각해보면 더 나을 것도 없는데…….
또 그때 보다 더 나아진 것도 같고…….
이야기는 끝이 없고…….ㅎㅎ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여전하다.
3년 전 보았던 그 사람.
지금도 변함없어.

그때 그 열정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다른 모습, 다른 느낌.

그때 그 열정
지금도 여전히
넘치는 그 열정
짜라에게도 전해진다.

너는 아주 평화롭고

노랫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그때처럼 한결같은 너.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음 음 음 음 음 음 음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인생은 그렇게 함께 가는 것 같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