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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4 체념이라는 이름의 유혹

2009/02/14 독서일기
체념이라는 이름의 유혹

체 게바라 평전 P. 472
혹시 여러분이 우리의 형명이 공산주의 혁명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정의를 내리겠습니다.
우리의 혁명은 우리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마르크스가 표지판을 설치했던 그 길을 찾아냈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지금 내가 확신을 가지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소련이나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뿐 아니라 스스로 해방을 쟁취한 모든 식민 국가들과 반 식민 상태에 놓은 국가들이 우리의 친구라는 것입니다. 비록 라틴아메리카의 정부들 중엔 우리를 때리는 손을 핥아주라는 조언을 하는 측도 있지만 그 거대한 노예주의자들과 대륙적인 연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입니다.


1960년 8월 8일 라틴아메리카 청년회의의 폐막식에 참석해 한 연설이다.


체는 의학을 공부했고, 쿠바를 독제정권으로 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총을 든 게릴라가 되었다.
체의 확고한 신념은 독제정권 타도가 아니고, 그것을 쟁취하려 투쟁하는 우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느냐를 스스로 알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체에게 게릴라는 맨주먹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투쟁의 한 가지 필수 불가결한 방법이긴 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독제정권이 그 자리를 차지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민중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게릴라들에게 글자를 가르치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마르크스 등을 가르쳤다.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후 그는 쿠바의 여러 가지 중요한 직책을 맞게 된다.
그중에 너무도 어이없이 맞게 된 자리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쿠바중앙은행 총제'의 자리다.
그는 국제 금융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너무나도 어이없이 우연하게 찾아온 달갑지 않은 짐을 그는 담담하게 짊어지고 나아간다.
그에게는 그 난국을 해쳐나갈 방법이 있었다. 무지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체는 공부를 한다.


체는 공산주의의 길을 앞서 걸어갔던, 소련과 중국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쿠바도 그 길을 가야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마라크스주의는 책에 적힌 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쿠바의 민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가기를 바란다.

항상 쿠바의 미래를 생각하고, 농민이, 민중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미국의 압력과 미국의 청탁을 받은 인접국들의 압력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머지않아 다가올 희망찬 미래만을 생각한다.
체는 지나친 낙관 주의자 이었다고 말 할 수도 있지만, 몽상가는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쿠바의 미래가 몽상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위해 이데올로기 서적부터 철학 서적까지 두루두루 읽으며 사색한다.


게릴라로서 독제정권을 무너뜨린 것을 하드웨어를 바꾼 것에 비유 한다면, 이전의 정치 관례를 무너뜨리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에 비유 할 수 있다. 체는 국제 외교도, 국제 금융도 항상 체만의 색깔로 타협하지 않고 어려운 난국들을 해쳐나간다.


한사람이 그 모든 것을 품기에 체는 그릇이 너무 크다.
체도 인간인 이상 모든 것을 알고, 잘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식지 않는 배움이라는 열정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흐르고 있었다.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외압을 의연히 견디는 체를 보면서, '이건 도저히 할 수 없어.'라고 체념해 버리는 짜라의 모습이 겹쳐진다.
체의 자리에 짜라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렇게 체념해 버렸을 지도 모른다.

체는 체념을 모르는 사람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다수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가는 길을 누군가가 막아선다고 해서
체는 돌아서지 않았다.

30대에 가치관이 흔들리고,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한 짜라에게, 체라고 불리우는 에르네스토 게바라라는 한 인간이 하나의 역할 모델로서 다가온다.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미래의 '나'가 2009년도의 '나'를 어떻게 평가 할 지.
그것은 항 상 두려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가슴 설래 이는, 손발이 짜릿하고 아찔한 쾌감 그 자체이다.

'나'의 부족함을 누군가에게 기대어서 버티어 보고 싶어지는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잘못된 판단이다.
후회가 뒤따를 지라도, 그 후회를 통해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는 더욱 튼튼해 질 것이다.
미래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집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