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4 짜라일기 100% 잘못된 선택 부제: 떠나보낸지 20년이 지나면
빈 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오늘은 비가 왔어요. 저녁엔 날씨가 무척이나 쌀쌀해 졌네요. 여태껏 미뤘던 이야기를 오늘에서야 후배에게 했죠. 그닥 즐거운 이야긴 아니었죠. 사랑을 잘은 모르지만……. 아니, 전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어렵군요. "나"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다지도 모질수가 있을까요? 아님,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모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아 ~ 정말 사랑은 어렵군요. 창밖을 서성이던 겨울 안개들이, 마치 짜라의 초라한 뒷모습처럼 그려집니다. 아직도 아집과 고집으로 똘똘 뭉쳐진 짜라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언젠가"라는 꼬리표를 하나도 빠짐없이 달아 놓고 있죠. 열정에 불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오늘 <그 열망들>중 하나를 버렸습니다.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던지지만……. 어떤 변명으로, 700쪽 책을 가득히 채워도 부족함을 채울 수 는 없을 겁니다. 내 사랑도 "허무한 공간속에 갇혀"버린 걸까요? 이렇게 시를 인용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혹자는 '저 녀석 이렇게 어려운 시를 마치 다 이해하는 듯 이야기하네, 대단한걸.' 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기에 사족 달아야겠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다지 좋은 머리는 아니거든요. 다만, 시의 한 줄 한 줄들이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되어 짜라에게 말을 겁니다. 그럼 그 한 줄, 한 사람과 이야길 주고받는 거죠. 그냥 그렇게 말을 걸어주는 한 줄, 단어 하나가 고마울 뿐입니다. ---
다른 사람 말은 잘 듣지도 않는 녀석이.
내 말이라면 그래도 듣는 시늉이라도 하는 그 녀석을. '넌 인마 끝이야'라는 말로. 사형 선고를 내린다. 그 사형 선고는 너라는 거울을 두고 나에게 하는 것이다. 무었을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는 남는다.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더 큰 후회를 남기겠지……. 그렇기에, 떠밀듯, 입 밖으로 내밀면 날이 서 시퍼런 칼날이 될 줄 알면서도. ---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며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소주를 한잔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냥 이렇게 잠들기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읽어보지도 않던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려 생각을 다집니다. <떠나 간 지 20년이 된 어느 시인> 이란 제목에 글을 아무 생각도 없이 읽어 내려갑니다. 그 속에는 고민 하는 한사람이 있고, 짜라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이야길 걸고 있는 시도 있습니다. 번민이 가득한 그 사람은 "종로"어딘가를 해매이다 다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겠죠. 지금시간이면 단잠에 빠져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짙은 어둠을 몰아내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따듯한 햇살을 가득 머금은 해가 뜨면, 짜라도 행복한(?) 미소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겠지요. 그래서 짜라가 항상 행복한가 봅니다. 그 행복함의 비결이 조금은 쓸쓸하네요. 마치 <질투는 나의 힘>의 마지막 두 줄을 장문의 수필로 다시 읽는 느낌이겠죠. 시작은 다섯줄짜리 리플이었는데, 어느덧 길고 긴 인생이 되어버렸네요.^^; 이 이야기는 봄비내리고 사늘한 날씨가 아니고, 역설 입니다. 그럴 겁니다. 아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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