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06 짜라일기 입모양의 슬픔 - 슬픔을 관찰하다 강철의 열제 14권을 읽다,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생각의 씨앗이 되어 새로운 의미에 가지를 뻗어나가 그늘을 만든다. 슬픔의 시작은 보일 듯 말듯 실룩이는 입 꼬리에서부터 시작한다. 입이 다물어 지고, 경직되더니 나중엔 입 꼬리가 조금씩 흔들린다. 그리고 눈에 슬픔이 살짝 떠오르더니, 이내 슬픔이 흘러내린다. 조금씩 눈에 실핏줄이 돋아나면서 충혈 된다. 처절한 슬픔과 감동은 눈에서 시작해 눈물을 타고 흘러내려 코를 자극하고, 콧물을 동반한 감정은 또다시 흘러내려 입 꼬리를 잡아당긴다. 그렇게 들썩 거리던 입 꼬리는 종국에 참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켜 입모양마저 일그러뜨린다. 처절한 슬픔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처절한 슬픔을 옆에서 관찰 하고 있다. 슬픔과 오열에 극한은 입에서 나오는 것인가? 두 장 정도를 읽고서, 샤워를 한다. 슬픔을 못 이겨 눈물, 콧물을 짜내는 중에, 스치는 생각. 책속에서 슬픔을 묘사할 때 지금의 생각들을 정리해 쓰면 좋겠다는 생각. 슬픔을 주체할 수 없는 숭고한 감성에서 떠오를 만한 생각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상념에 생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이어가고 있다. 지극한 슬픔을 표현하는 상투적인 방법들이 있다. 돌아선 그의 등은 간혈적으로 들썩인다. 입을 가리고 있는 손사이로 의미를 분간 할 수 없는 소리가 뒤엉킨다. 약간은 자신이 경멸스러워 진다. 불현듯 다가선 슬픔 속에서 그 '슬픔'까지고 해부하고 있는 자신이. 스스로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도 버릴 수 없는 욕심. "언젠가는" 이란 단어를 되뇌이며, 그 언젠가를 위해 지금을 갈무리해야 한다고, 욕망은 견고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아직은 그 모든 것을 포용 할 수 있을만한 풍부함을 가지지 못했다. 말머리를 열고, 열심히 생각을 나열하다, 말꼬리를 닫을 때쯤 시작이 어떠했는지를 떠올리지 못해 곤혹스러워 하는 것이 지금 짜라의 현실이다. "언젠가는"이란 절망석인 기대를 하면서 또다시 갈무리 한다. "언젠가는"이란 희망석인 기대를 떠올릴 때를 준비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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