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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8 오감: 감각과 인식

2010/07/28
짜라일기: 오감: 감각과 인식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 윌리엄 어윈, 역:이운경 | 한문화 | 2003-06-24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
이렇게 다섯 가지 감각을 일컬어 오감이라고 한다.
여기에 제 6의 감각을 더하기도 하는데 오감을 통하지 않은 인식을 말한다.
이를 육감이라고 한다.


책상위에 사과가 놓여있다.
사과를 본다.
사과는 붉은 빛을 은은하게 뿜어낸다.
우리는 빛이 없으면 책상과 사과도 볼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사과는 빛을 받아서 다른 파장은 흡수하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색들만 반사하고 있다.
반사된 색은 눈의 겉 표면에 맺히고 홍채를 지나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전달된 빛의 파장은 시신경에서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되어 뇌에 전달되고 뇌는 이 신호를 분석하여 이미지를 형상화 한다.

눈을 감고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면, 그때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 할 수 있는 것도 이 전기적인 신호 형태로 그때의 상황과 사물들을 정보화해 저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이 전기적인 신호들을 기록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 그것을 두뇌에 전달 해 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전기적인 신호들을 기록하는 게 아니고 한발 더 나아가 새롭게 만들어낸 창조된 정보를 두뇌에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두뇌는 오감으로 인식한 감각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감각을 구분 할 수 있을까?
영화 <브레인스톰Brainstorm>에는 그런 기계가 나온다.
다른 많은 영화들에도 이와 유사한 기계장치들을 등장 시쳤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는다.
도중에 정강이 쪽에 물방울이 튄 느낌이 든다.
반바지를 입은 것도 아닌데, 물방울이 튀었을까? 의심을 해본다.
여름 바지라 얇아서 “뚫고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한다.
손을 닦고 느낌이 난 그 부위를 만져봤는데, 그 주위 옷에 물이 묻은 흔적도 없거니와 느낌이 났던 장소에 물도 없다.
전에도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이 외에도 비슷한 경험은 많다.
갑자기 무릎이 뭐로 맞은 것처럼 따끔한 느낌, 나중에 참지 못하고 무릎 주위를 손으로 어루만지면, 그 통증이 경감되는 느낌이 전해진다.

오감을 인지하고 몸이 반응해 감각을 느끼는 것은 하나의 전기적인 신호 작용이다.
위에서 언급한 통증이나, 물방울이 튄 느낌은 어쩌면 순간적으로 발생한 전기적인 노이즈가 신경에 전달되고 뇌는 그것을 상황에 맞게 해석한다.
그래서 손을 씻을 때 물이 튄 느낌이라든지, 상황에 맞는 결과를 논리적으로 도출 해 내는 것이 아닐까?


영화 매트릭스는 가공된 경험을 사람들에게 제공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장시켜, 전 인류가 프로그램 된 경험을 현실세계(Real World)로 인식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이물감(물방울 튐)이 프로그램 된 경험이 동작하는 중 매끄럽지 못하게 처리된 코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프로그램의 단순한 버그이거나.


경험이 가공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때부터는 감각을 믿을 수 없게 된다.
가공되고 조작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혹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조작된 것은 아닐까?


예전에 TV에서 최면효과에 대한 이야기 본적이 있다.
마늘을 끔찍이도 실어하는 사람이 마늘을 먹으면서 초콜릿 맛을 느끼고 웃으며 먹는 장면이 나오고, 마찬가지로 고추를, 양파를 먹으며 맛있어 한다.
그것 자체가 조작된 사기극 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정말이라면?(짜라는 정말이라 생각했다.)
이 현상도 그때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는데, 위의 이야기로 설명이 가능하다.
입력된 미각정보(마늘)를 신경에서 뇌로 전달 하기 전에, 초콜릿으로 바꿔치기 한다.
이것은 아주 간단하다.
단순히 초콜릿에 대한 경험이 저장되어 있는 것을 마늘과 바꿔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설명이 쉽다는 말이지, 아무나 맘먹은 데로 정보를 바꿔치기 할 수는 없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사실처럼 보인다),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놀이동산의 흥분되는 모든 놀이기구를 경험 할 수 있다.
호흡은 빨라지고, 온몸에서 땀이 나고, 입에서 흥분된 비명이 터질 것이다.

경험이 저장된 디스크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처럼 적정한 가격에 팔릴 것이다.
일반인이 경험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들은 고가에 팔리고,
불법적인 경험들은 어둠의 시장에서 암거래 될 것이다.
죽음을 기록한 디스크를 재생해 경험하는 사람은 어쩌면 심장이 멈춰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엔 하나의 맹점이 있다.
모든 사람은 동일한 감각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처음 볼펜을 잡아보는 사람과 10년 동안 볼펜을 사용한 사람이 볼 팬에 대해 느끼는 감각은 동일 할 수 없다.
높은 곳에서 공포를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불을 무서워하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등. 샐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감각에 대해 사람들은 다르게 반응한다.

이에 대한 몇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1. 입력된 정보는 같아도 신경과 뇌가 소통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마다 신경과 뇌가 사용하는 언어가 틀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스릴 만점인 경험이 나에겐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그것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
2. 뇌 속에 축척된 배경지식(DB)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새롭게 경험된 감각들은 축적된 DB를 기반으로 해석되고, 해석된 정보들은 다시 분류되어 DB에 쌓이게 되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2050년) 이런 기계가 생길 것 같다.
이것이 끔찍한 것인지 환상적인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