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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10/07/31 만성리해변에서

2010/07/31
짜라일기: 만성리해변에서

6시 반쯤에 어머니 소리에 잠시 깨었다가 다시 잠.
10시 넘어 일어나 아침을 먹고 친구차를 빌려 만성리해변으로 향한다.

13시쯤 도착해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을 한다.
혼자라 약간의 쓸쓸함이 있었다.
해변에 빙글빙글 돌면서 상하로 움직여 타고 있는 사람을 떨어뜨리려는 둥근 놀이기구가 있다.
입담 좋은 아저씨가 승선한 사람들에게 재미난 어투로 말을 건넨다.
"그 나이에 남자들끼리만 놀러왔어?"
"3대3 미팅이라도 온 거야? 짝 잘 맞춰왔네. 커플룩도 있고, 검은 치마는 검은 티셔츠(남)와 잘 어울리겠다."
하며, 흰소리를 한다.
"남자친구 없어? 없게도 생겼다."

해변이 길다. 한 2Km정도는 될 것 같다.
해변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수영해 본다.
바다는 내가가려는 방향을 자꾸만 틀어서 엉뚱한 방향으로 자꾸만 보낸다.
장난꾸러기다.
한번은 수영하다. 앞쪽에 뭔가가 감지되어 일어났더니 꼬마들이 "까악!" 비명을 지른다.
10초 후 "뭐가 그리 무섭니" 했더니, "놀랐어요." 하고는, 아까 하던 비명을 깜빡 잊었다는 듯 또다시 "까악!!" 이어서 지르며 얼굴엔 놀람과 기쁨 환희와 미소까지 다양한 표정이 스몄다.

해변을 두 번쯤 왔다 갔다 했더니, 조금 지친다. 잠시 책을 읽고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신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우산을 펴 밑에 숨어든다.
다리는 검은 모래에 파묻었다.

가족들, 연인들, 여자 셋인 친구들, 남자 넷인 친구들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하나같이 바다에 시선을 던진다.
중학생쯤 보이는 애들 무리가 해변으로 향한다.
슈퍼마켓 청년은 고등학생 흑은 대학생쯤으로 보인다.
나름 싹싹하고, 손님이 무얼 찾는지 관심을 가진다.
짜라가 맥주 캔을 뒤적이자, 그중 시원한 캔을 찾아 건넨다.
집안일을 돕는 그의 손길에 성실함이 묻어난다.
할머니들이 검은 모래에 몸을 묻고 따가운 햇살 아래 찜질을 한다.
어디서 구했는지 삽으로 당신의 그대를 모래에 묻어주고 있다.
얼굴만 남은 그대는 얼굴에 미소를 그렸다가 모자로 지운다.

친구에 친구인 K는 익숙지 않은 길과 교통편으로 약속보다 좀 늦는다고 문자가 왔다.
늦어지는 만큼 더 기다려야 하는 짜라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 답한다.
여행은 익숙지 않은 상황으로 짜라를 몰고 간다.
그때 평정심을 저버리면 안 된다.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친구 집에서 샤워를 하고 향일암에서 가까운 해변으로 향한다.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그곳은 언덕에 키 큰 나무들이 하늘 높이 뻗어있고, 해변과 바다가 살짝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지금은 밤중이라 모든 곳이 그늘이지만, 한 낮엔 언덕 위 키 큰 나무들이 사람들에게 바람과 시원한 그늘을 선물하겠지.
나무들 밑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구우며 가족들과 추억에 조각을 만들고 있다.
예전 가족 친지들과 함께 계곡에서 고기 구워먹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밤바다에서 폭죽을 터뜨리느라 신이 났다.
두려움 반 기대 반이 석인 아이들 표정에는 여행의 들뜸과 눈의 반짝임이 있다.
그 반짝임은 해변에서 "피이우~" 소리를 끌며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가 "퍼엉~"하고 기성을 지르며 동그란 해바라기를 그리다 스러진다.

짜장 컵라면과 200ML우유를 산다.
3200원. 두 배 가격인가?

짜장에 뜨거운 물을 붓고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야! 니친구 K랑 저녁먹자 했는데 늦는단다. 어쩔 수 없이 라면이나 먹어 허기를 달래야겠다." 이야길 한다.
전화가 길어져 라면이 좀 불었다.

(우유 짜장 만드는 법)
물을 따라 모두 버리고, 짜장 분말스프를 넣고 비빈다.
적당히 비벼지면 우유 1/3 가량을 넣고 또 비빈다.
이렇게 하면 짜장면에 우유의 단백함이 더해져 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나 여름철엔 시원한 우유 때문에 조금은 시원한 짜장면을 즐길 수 있다.
또 하나 시원해 져서 그런지, 면발이 좀 더 쫄깃해 지는 효과는 보너스다.

짜장면을 다 먹을 즘에 문자가 왔다.
"라면 드신다니 죄송해요." K에게 서다.

여수역에 K를 마중하러 간다.
어렵지 않게 만나 늦은 저녁식사로 생선회를 먹는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한단다.
특히 산에 가는걸 좋아한단다.
짜라와 비슷한 취미라 반갑다.

1시가 다되어서 친구 집으로 향한다.
너무 늦어져 친구어머님께 죄송하다.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며 시간을 봤더니 2시가 넘었다.
오늘도 이렇게 비럭잠으로 하루를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