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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비가 내렸다

2010/08/10
짜라일기: 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잠이 달아나 버렸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소방차로 집 앞에 물을 뿌리는 듯이 내린다.
싸~ 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도 분다.
오늘부터 좀 시원해지려나?


이어지는 생각은 '아! 오토바이'.
지난 토요일에 오토바이를 타고 도서관엘 갔는데 열쇠를 잃어버렸다.
화장실에서 소변 보고, 그 때 책과 장갑, 열쇠를 함께 올려뒀다가, 볼일을 보고 나와 책을 반납하고 가려는데 열쇠가 없어진 것이다.
분명 1분 혹은 2분정도 되는 시간인데…….
화장실에 다시가보고, 책 반납기가 있는 정문에도 가보고, 혹시나 해서 무의식적으로 움직였을 동선들을 다 따라가 봤지만 열쇠를 찾지 못했다.
1시간정도 그렇게 망연자실 하고 있다가.
누군가 열쇠를 훔쳐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괴롭힌다.
오토바이, 집, 사물함, 여행가방 등의 열쇠가 열쇠고리에 달려있다.

형에게 전화를 해 열쇠를 잃어버렸으니 오늘 좀 일찍 들어오라고 이야길 한다.
집으로가 오토바이 예비키를 찾아서 도서관으로 다시 간다.
도서관 관리실에 다시 가서 혹시 유실물 들어온 게 있나 물어본다.
혹시 열쇠가 들어오거든 꼭 연락 부탁한다고 다시 한 번 더 부탁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암울한 기억.

그러고 3일이 지났는데, 아직 연락이 없는걸 보니, 훔쳐간 아이들이 어딘가 에다 던져 버렸나보다.
건물어딘가에 떨어져 있었다면, 청소하시는 분이 줍거나 했을 탠데.


그 때 연락이 오면 오토바이 바로타고 달려가려고, 오토바이 커버를 벗겨놓았는데, 지금 장대비가 오토바이를 적시고 있다.
비 맞는 오토바이를 생각하니 안타깝고, 그 생각을 하다 다시 열쇠 잃어버린 것이 원통하고 억울한 생각이 든다.

장난감이든 자동차든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이 더욱 행복해지는 게 아니고 값비싼 새로운 걱정거리를 하나씩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
그럴지도 모르겠다.
돈으로 걱정거리를 산다.


예전에는 비를 좋아했는데, 그 때가 언제였지?
10년 전? 20년 전?
그래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좋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집중도 잘되고, 그래서 공부도 잘된다.
지금은 빗소리가 나면, '커버를 씌워 뒀나? 이런 씌웠어야 하는데, 깜빡했네.' 한다.

가끔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맞으며 공원을 산책하고 싶어진다.
생각한 하고 여태껏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다.
한번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