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3 독후감: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 가스통 르루, 역:성귀수 | 문학세계사 | 2001-09-20 | ***** 예전, 영화로 처음 만났던 『오페라의 유령』. 영화는 무척 지루하고 재미없었던 기억이 난다. 끝까지 다 봤는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보다 졸았던 기억과, 음울한 동굴 속을 떠가는 조각배가 어렴풋 남아있다. 그 뒤로 책을 찾아볼 생각도, 뮤지컬을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 P군이 『오페라의 유령』뮤지컬을 같이 보자고 했다.
자신은 한국에서, 영국에서 각 각 한 번씩 두 번 보았다면서, 이번엔 좀 비싼 VIP석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한다. 짜라가 가진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느낌을 말해주었더니, 뮤지컬은 다를 거라고 한다. 오죽하면 자기가 세 번째로 또 보려고 하겠냐면서.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이번에 출장 겸 휴가차 한국에 오니 이번기회 아니면 다시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함께 보지 않겠냐고 자꾸 조른다. 하루 정도 생각할 시간을 벌었다. 일단 친구 녀석이 적지 않은 돈을 들여가며 보려고 하는걸 보면, 분명 후회는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처음 보는 나에게 14만원이나 하는 VIP 석은 부담스럽다. 여러 번 고민을 하다, 친구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함께 하기로 했다. 확실히 영화보다는 뮤지컬이 더욱 재미있었다. 물론 그전에 책을 읽었기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다는 아니어도 100쪽 정도 읽으며 어느 정도 인간관계에 대한 상황 파악이 어느 정도 되어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 엄청나게 재밌다,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정도이다. 그 다음날 우리 집에서 친구와 함께 자고, 점심으로 자장면을 먹으며 『오페라의 유령』 영화를 다시 한 번 본다. 책과 뮤지컬을 봐서 그런지, 예전과 달리 영화가 훨씬 재밌게 다가온다. 조금 지루한 감도 있지만 뮤지컬과 책의 내용을 영화와 비교해가며 P군과 이야기를 하니 재미가 더해지는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과의 만남에 대한 추적]
200?/??/?? 졸면서 영화 관람 2010/07/29 P군에게 뮤지컬 관람 제의 받음 2010/07/30 도서관에서 책 빌림 2010/08/06 뮤지컬 관람 2010/08/10 책 다 읽음 2010/08/11 책에서의 몇 줄을 글에 인용 2010/08/13 독후감 작성 영화에서는 뮤지컬을 기반으로 뮤지컬에서 생략된 책의 내용이 아주 조금 추가되어 있다. 책에 나오는 페르시아인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고, 유령이 요구했던 24만 프랑 연봉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인물구성도 확 줄어들어 있다. 극의 남자 주인공 라울은 1000% 비중이 늘어난 형태로 변형되었다. 무대극이라는 제한성 때문에 주요등장인물들을 생략시키고, 복합시키는 작업을 했을 것 같다. 세 가지 매체로 본 『오페라의 유령』은 책이 가장 재밌는 것 같다. 책 > 뮤지컬 > 영화 이 책은 1910년 프랑스의 추리소설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8-1927)에 의해 쓰여졌다. 코난 도일(A. Conan Doyle, 1859-1930, 셜록 홈스), 모리스 르블랑(Maurice Leblanc, 1864-1941, 괴도 루팡)과 함께 1차 세계대전 전인 20세기 초에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명성을 날렸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저자에 의해 파헤쳐진 사실을 기록하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다. 책의 도중에 극중에서도 등장하는 극장 관리자의 기록문을 인용하기도 하고, 페르시아인의 기록문을 인용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저자, 극장 관리자, 페르시아인, 그리고 많은 이의 증언들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시점과 관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요즘의 추리소설들은 책을 손에 놓고 난 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들을 남겨,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여운을 지울 수 없게 하는데, 20C 초에는 극의 말미에 모든 의문들을 시원스럽게 풀어서 이야기 해 준다. 『오페라의 유령』에 별점 다섯 개를 주었다. 사건의 전개과정중 상세한 부분에서 약간의 머뭇거림이 유치함이나 감정처리의 미숙함이 조금 있었지만, 큰 줄기에서 봤을 때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등장인물들의 마음속 생각들을 독자들로 하여금 더듬게 만들어 깊은 몰입감을 이끈다. 화자를 바꾸어 감추어졌던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며, 새로운 의문점을 던지는 방식도 처음엔 조금 당황스럽게 다가왔지만 이네 익숙해져 또 다른 재미를 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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