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4 짜라일기: 도자기 공예, 첫날 친구 MS와 도자기 공방에 가기로했다. 집근처에 있는 공방이라 10시에 약속했는데, 한시간 먼저 가서 이젓 저것 듣기로 했다. 공예를 배우기위해선 도구를 사야한다. 나무로된 조각칼 세트, 칼날과 톱날이 앞뒤로 붙은 쇠붙이, 마지막으로 10Kg 점토까지 총 23500원이 든다. 하루 수업료 1.5만원까지 합하면 야가 3.8만원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매회 수업료만 내면 되겠지? 원래 처음 수업을 들으면 흥미 유발을 위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도형들을 만들어 실에다 역서 주렁주렁 다는 아기 머리맡에 달아주는 그런걸 만든다고한다. 만들어 전시된 것이 있어 살짝 건드려 봤는데, 동그라미, 별, 세모모양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청아한 소리를 공방 책상밑 구석까지 골고르 흩뿌려 상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MS가 오늘만 하루 와서 배우기로 해서, 선생님이 특별히 첫수업을 컵 만들기로 한다고 하셨다. 손 물레를 가져다 놓고, 내모나고 길죽한 갈색 지점를 세워 2CM정도 절단해서, 수분증발 방지를 위해 비닐에 헐겁게 싸 놓는다. 우선 선생님이 어떤 컵을 만들고 싶냐고 하시면서 정문에 걸려있는 컵들 중에 하나를 골라 보라고 하신다. 개중에 마음을 끄는 놈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반듯하게 올라가다 꼭대기에서 15mm를 남겨두고 12도 정도 밖으로 열려있고 손잡이가 달린 컵이다. 컵 바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점토를 밀대로 골고루 편편하게 펴준다. 약 5mm 정도 두께면 좋다고 하신다. 다 펴졌으면 그걸 손 물레 위에 올려놓고 돌린 다음, 칼날을 살짝 얹어서 완벽한 원 모양을 그려 넣는다. 그려진 동그라미 안쪽이 컵의 바닥이 되는 것이다. 컵의 크기를 대충 가늠하고, 비슷한 크기로 원을 그린다. 물레가 도는 동안 손을 흔들리지 않게 고정시키고 있어야 정확한 원을 그릴 수 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예측하는 컵의 크기보다 약 15%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조하고, 초벌에 재벌구이까지 거치고 나면, 수분 증발로 인해 15% 정도 크기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밖은 어둠이 점령해 버렸다. 눈치체지 못하게 살금살금 와서는 낮 10시 조금 지난 대낮을 생포해버린 것이다. 그때쯤 MS에게서 전화가 왔다. 번개소리 때문에 한정거장 지나서 내렸단다. 일단 방향을 알려주고 사거리 빵집 앞으로 마중을 나간다. 전화 건너편에선 천둥소리가 들린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호우
비가 퍼붓고 있어 큰 우산을 빌려 쓰고 공방을 나서는데 1분도 되기 전에 좌우로 쇄도해 오는 비로 신과 바지가 금세 젖어 들어간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정강이 밑은 이미 비에 축축이 젖어버렸다. MS를 빵집 앞에서 만났는데, 울 표정이다. 이 경황에 그나마 쉽게 만난게 다행이라면 다행. 공방으로 바로 가려는데, MS의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집에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선풍기 앞에 입고 온 젖은 옷을 걸어두고 공방으로 향한다. 공방 선생님은 웃는 낮으로 맞아주신다. 첫날이라 그런지 밖에서 들리는 오케스트라 연주도 좋고, 방의 정적 속에 오롯이 떠있는 공방 분위기가 좋다며 너스레를 떨어본다. MS도 짜라가 한 것처럼 컵을 고르고 본격적으로 컵 만들기에 돌입한다. 바닥을 만든 후 그 위에 컵의 옆면을 쌓아올린다.
코일링: 점토를 길쭉하게 주물러 어느 정도 형태를 만든 후 바닥에 놓고 두 손바닥으로 굴려 길쭉한 줄처럼 만든다. 두께는 8mm에서 10mm 정도가 적당하고 길이는 어떤 용도의 작품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컵의 경우 둘레 길이보다 좀 더 긴 정도가 좋다.
짜라는 약 300mm 정도 길이로 엿가락 같은 코일을 만들든 후 살달 두드려 펴서 3~5mm 정도 두께가 되도록 만든 후, 컵 바닥의 가장자리를 따라 둘러서 바닥면과의 이음새를 손가락도 도구를 이용해 붙인다. 보통 떨어진 두개의 점토 조각을 붙일 때는 접합면에 톱날 칼을 이용해 우둘투둘 긁어 상처를 낸 후 접합을 하면 두 덩어리가 잘 붙게 된다. 그렇게 컵 크기만큼 코일링을 쌓아올리고 나면 마무리 작업으로 컵 손잡이를 붙여 넣는다. 손잡이 붙이기는 가장 까다로운 작업이다. 완성된 후, 들어 올렸을 때 컵과 손잡이가 분리되어, 손잡이에서 분리된 컵이 바닥에 떨어지는 산산이 부서지는 장면서 머릿속에 그려져 몸서리를 친다. 이쁜 모양으로 손잡이를 만들고 장식하는 것 보다, 컵과 완벽히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붙이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과도한 집착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최초의 컵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컵에 짜라의 서명을 남기기 위해 도장을 두개 만들었다. 이로써 오늘의 수업은 끝. 컵을 만드는 동안 선생님과 여러 가지 인생 이야기를 했다. 취미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공방에서 배우는 학생들은 얼마나 되고 어떤 사람들인지, 산에는 자주 다니는지, 드럼을 얼마나 배웠고 가족들 앞에서 드럼실력을 보여줬던 것, 동양화를 배우고, 사군자를 쳐보고 외국인에게 선물도 해주고 등등 두서없이 인생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었다. 다음 수업시간 시간을 대략 정하고 공방을 나섰다. 시계를 보니 시침이 2시 근처를 가리키고 있다. 거의 5시간 가까이 흘렀다. 역시 몸으로 하는 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린다. 다음 수업시간이 기대된다. 시간이 된다면 수요일 저녁에 수업을 받면 좋겠는데, 안되면 오늘처럼 토요일 오전에 하는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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