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30 짜라일기: 바디클렌저의 가치 요즘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일이 많다. 회사일이 지지부진 하고 여전히 지지부진 한 상황이지만, 몇 가지 결정사항들이 어설프게나마 나면서 프로젝트가 다음 단계로 진행되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루하지만 고요했던 일상이 좀 더 부담스럽지만 활동적인 바쁨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 사적으로는 주 1회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MS라는 친구가 한명 더 생겼고, 부산에 몇 가지 골치 아픈 문제에 봉착했다. 특히나 부산에서 생긴 일은 더하기 빼기로 답을 낼 수도 없고, 마음대로 하기도 껄끄러운 그런 일이다. 그래서 골치는 골치대로 아프고, 많은 시간 생각을 해도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는 없다. 단호하게 끊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것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힘들고, 그 결정을 실행하려니 아프고 주저주저 한다. 지난주에 교통사고를 당한 후배놈도 신경이 쓰인다. 그리 큰 사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 가까이 입원한 상태고, 아파하는 놈을 보고 있으니 자꾸만 마음이 쓰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짜라는 기본적으로 매정하고 칼같이 끊어버리는 사람인데, 상황에 따라 감성적으로 행동하기도 하나보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자잘한 일들이 겹치면서 생각만큼 책도 많이 읽지 못하고 있다. 올해목표 100권에 거의 근접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20권은 더 채워야 한다. 지난달 초만 해도 쉽게 목표를 달성 하리라 생각을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꼬이다 보니 다시 녹녹치 않아 보인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독서모임 북마스터 역할도,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면서 두 어깨를 더욱 무겁게 내리 누른다. 최근 친해진 MS와 사소한 분쟁이 생겼다. MS는 나를 위해서 몇 가지 물건들을 추천해 주었다. 추천을 해 준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런 물건이 짜라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데에 있다. 그리고 그런 값을 치를 만큼 가치가 있는 것 같지도 않게 여겨졌다. 그래도 추천 해준 친구의 마음을 봐서 사가지고 돌아왔다. 나중에 MS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속에 있는 마음을 그대로 털어 놓았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너의 마음이 고마워 그걸 사가지고 왔는데, 지금도 잘 한 건진 모르겠다." MS는 짜라를 위해 손수 골라준 것인데, 짜라는 되려 MS를 위해 그 물건을 샀다고 하니 맘이 많이 상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황당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 물건의 정체다. '바디클렌저' 짜라 생각에 그건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없으면 그냥 비누칠해서 몸에 골고루 펴 바르고 씻어내면 그만인 것, 그 이상은 아니다. 아무튼 사건은 '바디클렌저'로 인해 촉발되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점점 더 확대되었다. 결국 짜라는 쪼잔 하고 계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말은 가끔 의도치 않은 재난을 불러들인다. 칼날처럼 날카롭게 마음을 후벼 파기도 한다. 그 말에 오해라는 보강제가 더해지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결국에는 상처 난 가슴이 덧나고, 조용히 불신의 씨앗을 심어 참혹한 결말을 예언한다. 불신은 서로에 대한 원한을 만들고, 원한은 복수로 이어져 지옥의 불꽃같은 날카로운 말의 비수는 되돌아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른다. 여기까지 정확하게 단계를 밟아 왔다면 결말은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승자는 어디에도 없고 상처입은 가슴만 남는다. 다행이도 짜라는 잘 짜여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악으로 치닫던 말들은 다시금 조금의 배려를 배후에 깔게 되었고, 상처의 흔적들엔 딱지가 앉아 서서히 아물어 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사람과의 만남인 것 같다. 부산일도 그렇고 지금에 친구 문제도 그렇고 사람과의 사이에 돋아나는 관계의 문제다. 여기엔 정답이 없다. 정답이 없으니 어떻게든 최선의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 할 밖에…….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선택은 결국 짜라의 목이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남겨지게 될 그 무엇도 짜라의 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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