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4 짜라일기: 짜라커피 짜라란 인간은 밍숭맹숭하다. 커피 타 마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스턴트 봉지커피를 마시긴 하지만 즐기지 않는다. 일단은 너무 달고, 끝 맛이 느끼한 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그 느끼함이 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병에 담긴 2~3mm 정도 크기의 입자 커피를 티스푼 하나정도 덜어 250ML 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1cm 정도 담기에 조금만 넣고 잘 흔들어 준다. 입자커피는 조금만 흔들어도 금방 뜨거운 물에 풀린다. 그런 다음 뜨거운 물을 가득 붇는다. 여름에는 각얼음을 두 세게 넣고 흔들어 녹인 후 찬물을 붙기도 한다. 그렇게 탄 커피는 어떤 맛이냐? 아마도 다방 커피에 길들여진 분들이라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니맛도 내맛도 아닌 커피를 상상하고 있으실 탠데, 정답이다. 밍숭맹숭한 커피의 흔적만 살짝 남은 커피 국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짜라가 마시는 커피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커피와 차별성을 두기위해 수식어를 붙이자면 숭늉 커피라고 하면 적절 할 것 같다. 숭늉커피의 진국은 그 색깔에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엔 물을 가득 채우지만, 형편이 좀 녹녹한 경우엔 우유를 가득 채운다. 우유를 그렇게 많이 넣으면, 그냥 우유지 그게 커피냐? 고 따지는 분들도 있겠지만, 엷은 우윳빛 밤색이 나는 유혹적인 커피를 보지 못해서 하는 소리다. 향은 우유의 기운을 듬뿍 받은 커피향이 아주 고풍스럽게 우러난다. 커피의 쌉싸름한 맛과 담백한 우유의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첫 맛에 두자기 고유의 맛이 혀에 감기며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듯 맛을 전하고, 끝 맛은 잔잔하게 부드러운 여운을 남기는 담백함이 오래도록 입안을 간지럽힌다. 마지막으로 침을 한번 삼치면 입안에 남아있던 커피의 뒷맛이 게운 하게 입안을 청소해주고 미묘하게 남은 향이 살짝 코를 자극한다. 크림이나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날것의 커피 맛이 그립다면, 도전해 보길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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