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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4 시간의 상대성에 대하여

시간의 상대성에 대하여

2012/03/14
짜라일기(독서일기)

인생이 왜 짧은가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역:천병희 | 도서출판 숲 | 2005-10-15 | ***** ****


8장 인생은 첫날 출발한 그대로

1. 어떤 사람이 시간 좀 내달라고 요청하고, 또 요청 받은 사람이 기꺼이 이에 응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놀라곤 하지요. 양쪽 다 시간을 내달라는 까닭을 보면서도 어느 쪽도 시간 자체는 보지 못하니까요. 마치 요청한 것이 아무것도 아니고, 주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양 말이오. 가장 소중한 것을 갖고 놀면서도 그런 줄 모르는 것은 그것이 형체가 없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싸구려로, 아니 거의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쯤으로 여기는 것이지요.

2. 사람들은 연봉이나 하사금을 받는 것을 좋아하며, 그 대신 자신의 노동력이나 노력이나 용역을 제공하지요. 시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사람들은 마치 공짜인 양 시간을 너무 헤프게 쓰고 있어요. 그런데 바로 그런 사람들이 병들어 죽음의 위험이 다가오면 의사의 무릎을 잡고, 사향에 처하게 되면 살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을 바치려고 하지요. 그만큼 그들의 감정은 모순된 것이지요.

3. 만일 지나간 세월을 셀 수 있듯이 다가올 세월도 일일이 셀 수 있다면, 자신의 세월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얼마나 두려움에 떨 것이며, 그 세월을 얼마나 아껴 쓸까요! 아무리 적은 것이라 하더라도 양이 정해져 있으면 절약하기가 쉽지요. 그러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은 더 신중히 관리해야 하오.

4.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들이 모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오. 그들은 가벼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세월의 일부를 기꺼이 주겠다고 늘 말하곤 하지요. 그들은 뭘 모르고 주는 것이지요. 시간을 준다는 것이 자신에게서 뭔가를 빼앗을 뿐 타인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까 말이오. 그리고 그들은 다름 아니라 자신에게서 무엇을 빼내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들에게는 손실이 눈에 뛰지 않는 까닭에 참고 견딜 만한 것이지요.

5. 아무도 그대에게 세월을 되찾아주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그대를 다시 한 번 그대에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처음 시작한 그대로 흘러갈 것이고, 진로를 되돌리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소란도 피우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상기시키지도 않은 채 소리 없이 흘러갈 것이오. 인생은 왕의 명령에 의해서도 백성의 호의에 의해서도 더 길어지지 않는다오. 인생은 첫날 출발 한 그대로 계속해서 달릴 것이며, 어디서도 방향을 틀거나 머물지 않는다오. 하지만 그대는 분주하고 인생은 달려가고 있소. 그사이 죽음이 다가오면 그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죽음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할 것이오.


앞으로 3일 동안 밀린 일기를 쓰듯 남겨 놓았던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 할 생각이다.
『인생이 왜 짧은가』를 읽으면서 생각이 가지를 치던 글들을 접어놓았고, 다시 한 번 되씹어 보기로 한다.


'시간의 상대성에 대하여' 라는 제목이 어울릴 법한 글이다.
우리는 보통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
그리고 바꾼 돈으로 시간을 되사기도 하고, 유희나 사랑, 즐거움, 웃음을 사기도 한다.
시간은 짜라의 유일한 밑천이다.
지금도 짜라는 시간과 몽상을 바꾸는 거래를 하고 있다.
상념의 바다를 해엄치는 것과 시간을 바꾼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몽상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무 의미 없는 쓸데없는 몽상에 시간을 허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결정을 하는 건 무의미 하다. 어차피 모든 시간을 유의미로 채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흔히들 인생에 사형 선고를 받아든 사람들은 변한다고 한다.
지금껏 자신이 누리고 있던 특권들에 대해 상기하게 된다고 한다.
그 전 까지만 해도 아무 의미가 없던 것들에 하나하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 하게 되는 것이다.
내일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라고 어느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노래 할 것이다.

발가락 10개 중 하나라도 달아나지 않고 모두 모여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며, 비록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생각은 자유로이 활개를 치며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또는 한 쪽 눈이 멀긴 했지만 다른 하나의 눈이 세상의 빛에 의미를 해독 할 수 있는 행복함을 전하고 있는 놀라운 경험을 가슴 떨림과 함께 전하기도 한다.

누군가 인생에 회의감에 빠질 때면, 자신이 가진 것을 잃어버렸다는 가정을 해보라고 했다.
가령 다리가 하나 없어졌다거나, 인생의 10년을 도둑맞았다거나 손가락 하나를 도박으로 날렸다는 식으로…….
어떤 가정을 하던 '참 다행이야'라는 안도감과 함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행복의 날개가 포근히 자신을 감싸는 듯 한 이미지를 그리게 될 것이다.

진리를 찾겠다는 철학적인 개소리는 집어 치우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가 있다.
짜라는 언제나 행복할 이유 수십 가지를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행복 할 이유니까 말이다.

누군가 짜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실천하기에 어렵다.' 라고.
어려울 수도 있다. 짜라도 가끔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보통은 그냥 그것이 짜라의 생활이다.
해탈한 부처님 같은 사람이나 할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 그런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짜라도 그런 사람의 말들을 짜라 버전으로 바꿔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생각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생각 속에 담긴 힘이 내 의지와 공명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세네카의 상념은 2000년을 거슬러 오늘을 살고 있는 짜라에게 '인생'을 생각해 보라며 더 큰 그림을 펼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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