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4 유럽여행 #4 준비 - 책 복사
여러 권의 여행책자를 열심히 보긴 했는데, 보고나면 빠른 속도로 머릿속에서 지워 버린다. 이런 경의적인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전체적인 움직임은 정했지만, 세부적인 일정은 여전히 미정이다. Google Earth 와 AutoRoute 에 임직일 목적지들을 표시해 놓았다. 길 따라 움직이는 건 문제가 없는데, 이 두 프로그램들을 이용하면 문제는 없다. 단지, 그곳에 가서 뭘 보고 무슨 미술관, 박물관, 혹은 궁전에 들어갈지 계획한 게 없다. 뮤지컬, 오케스트라 같은 것도 보고는 싶은데, 종류도 많고 지역마다 있어서 그걸 선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책을 보면서 어디에선 무얼 하고, 저곳에서 이걸 보고, 이렇게 세부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결정하기가 참 난감하다.
결국 여행지에 가서 그날그날의 일정들을 책을 보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책을 다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 하므로, 필요한 부분들을 복사해 가기로 했다.
처음엔 스캔을 하려 했으나, 두꺼운 여행책자의 안쪽 부분이 스캐너 유리바닥면에 닺지 않아, 안쪽 1/3 지점부터 글자식별이 어려웠다.
다음으로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책을 펼쳐 놓으면 자꾸 한쪽으로 덮여 버려서 이것도 쉽지 않다. 누군가 한사람이 잡아 주면 좋겠는데, 마땅히 부탁할 사람도 없다. M님이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다. 유리판을 책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면 되겠네 하셨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적당한 유리판이 없다. 회사에 보이는 유리판이라곤, 사무용 책상위에 덮여있는 가로x세로 2M x 1M 인 거대한 유리 말곤 보이지 않는다. 집에 있는 유리창을 뜯을 생각도 했는데, 책을 누르기엔 너무 무거울 것 같다. 궁리하던 중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시계를 분해해, 시계앞 유리를 뜯어내었다. 너무 가벼워 책을 누르는 힘이 조금 약했지만, 그래도 효과는 만점이었다.
디카를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여행책자를 유리로 눌러 한 장씩 찍었다. 모든 책을 다 찍기엔 시간이 나무 걸릴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들고 가 봐야 다 보지도 못할듯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권만 찍었다.
어설픈 계획 때문에 자꾸 불안하고, 조바심만 났었는데 여행 중에도 볼 수 있다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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