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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1/07 유럽여행 #7 - 연습: 침낭사용

2008/11/07
유럽여행 #7 - 연습: 침낭사용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필요한 준비물들이 하나씩 도착했다.
그중 침낭세트(침낭, 침낭커버, 침낭깔게)가 있다.
한 번도 침낭을 사용해 본적이 없어 어떨지 궁금하다.
그래서 집에서 한번 사용해 보기로 했다.^^

거실에 난방을 하지 않고, 침낭깔게, 침낭커버, 침낭 이렇게 3개를 차례로 펼쳤다.
침낭커버와 침낭엔 길쭉한 옆면에 지퍼가 달려 있다.
침낭커버 지퍼를 열고 그 속에 침낭을 넣는다.

침낭커버는 이번 여행 전엔 알지도 못하던 물건이다.
처음 침낭커버에 침낭을 넣는 게 쉽지 않았다.
지퍼도 내리지 않고 열린 구멍으로 침낭을 밀어 넣었는데, 생각처럼 쉽게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잠깐 해매다 보니, 대략의 사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침낭 지퍼도 조금 내리고, 침낭 속으로 몸을 누였다.
딱 내 몸만 한 이불속에 몸을 넣고 있으니,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든다.
바로 옆방에 들어 가 자면, 맘 놓고 굴러다니며 자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드니까 무척 불편한 듯 생각이 든다.

누운 상태로 침낭커버와 침낭의 지퍼를 모두 다 올렸다.
머리도 침낭 속에 넣고, 팔에 힘을 풀고 아래로 뻗었다.
눈을 감조 잠들려 하는데, 평소 얼굴을 내 놓고 자던 습관이 있어 그런지, 얼굴에 닿는 침낭 때문에 거북한 느낌이 든다.
좌우로 뒤척여 본다.
한쪽 어깨로 새운 상태로 누우니, 그런 대로 참을 만하다.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침낭과 침낭커버 지퍼를 조금씩 내리고, 밖에 나가 볼일을 보고, 다시 돌아오면 지퍼를 올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아이구 귀찮아!


아침에 잠을 깨니 바지가 젖은 듯한 느낌이 든다.
너무 더워 땀이 찾나보다.
일어나기 귀찮아 그대로 1시간 쯤 더 누워 있다가, 축축한 느낌을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여행을 하다보면, 적어도 하루걸러 한번은 캠핑장에서 이렇게 침낭을 사용할 것이다.

지금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침낭이, 어쩌면 여행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그리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란 일관성을 상실한 동물이라, 힘들고 고통스런 시기를 그리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 힘들었던 기억들은 지워버리고, 그 상황을 극복하고 넘어갔을 때 찾아오는 성취감과 달콤한 느낌들만 어렴풋 남아 좋은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남겨진다.


침낭커버 안쪽 면에 이슬이 맺혔다.
안과 밖의 온도차로 인해 이슬이 맺힌듯하다.
만약 밖에서 야영을 했다면, 밤새 내린 이슬이 침낭커버 밖을 적셨으리라.

침낭의 첫 번째 목적은 잠자리 온도 유지에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침낭은 맡은바 임무를 잘 하고 있는 샘이다.
물론 0도까지 떨어지는 곳에서 야영을 해봐야, 그 진가를 알게 되겠지.
우려 썩힌 기대감이 마음속 한구석에 찾아든다.
바야흐로 고생문이 훤히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