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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1/23 유럽여행: 독일 한인교회에 가다

2008/11/23
독일 한인교회에 가다

어제 맥주에 와인, 거기다 35도 양주까지 마셨더니 머리가 조금 띵한 느낌으로, 억지스레 눈을 뜬다.
오늘은 회성군 일행과 교회에 갔다가,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한 후 오토바이 파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보기로 한다.



네덜란드에서 아핸 한인교회까지 가는대 2시간은 걸리는 것 같다.
날씨가 무척 추워 온몸이 떨려온다.
한국의 겨울 날씨와 비슷한 것 같다.
회성군 표현을 빌리자면, 기분 나쁘게 추운 겨울 날씨다.
여행가방 속에 얌전히 모셔져 있는 스키복이 자꾸 생각난다.
저녁에 쾰른역 로커에 보관해 놓은 가방을 찾기로 한다.
찾는 대로 스키복 점퍼를 갈아입기로 다짐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그마한 2층 건물의 교회다.
주위에 얕게 눈이 쌓여, 풍경이 아름답다.


13시.
한 가지 잘 못 생각한 것이 있다.
교회 예배가 12시나 1시쯤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후 3시에 있다고 했다.
어제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교회에 다니는 듯 했다.
연주팀 일원으로 오늘 예배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예배가 끝나면 5시가 넘을 것이고, 식사 후엔 시간이 너무 늦을 듯하다.
전화를 해 알아보기에 너무 느긋한 시간 안배처럼 느껴진다.
조급한 마음에 조금 짜증스런 마음이 든다.
허나, 여기 많은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려 하는 사람들이기에 조바심을 보이거나, 짜증을 던질 순 없다.
좀 더 상세히 예배 일정이나, 돌잔치 시간 같은걸 물어볼 필요가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따라나선 짜라의 잘못이 크다.

모두들 예배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조용한 곳을 찾아 앉아 잠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10분쯤 그렇게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모든 것을 체념하게 된다.
일단 체념 하고 나니, 마음 한 구석에 실망이 피어오르기도 하지만, 조금 여유가 생겼다.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무척 아름다운 풍경이다.


오후 2시가 지날 즘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저녁 늦게까지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은 쌓여만 가고
그 만큼
짜라의 시름도 커져간다
길에도 눈이 쌓여 위험해 보인다.
오토바이를 사서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을지…….

소영씨가 다가와 커피한잔을 권한다.
소영씨를 따라 주방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차를 마시고 빵에 버터를 발라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방에 들어선 느낌이다.

따듯한 커피 한잔과 빵 한 조각을 배어 문다.
시름을 털어 내듯 크게 웃어본다.
따듯한 커피가 날씨처럼 얼어붙은 마음속 조급 함들을 녹여 내린다.

그곳에서 회성씨 어머님, 아버님과도 인사를 나눈다.
멀리서온 떠돌이 여행자에게 근황을 물어보시며, 위로의 말과 격려의 말들을 해주신다.
친 자식을 대하듯 짜라의 걱정거리들을 자신의 문제인 듯 걱정해 주신다.
고맙고, 또 감사하다.


연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힘이 넘쳐 보인다.
마이크를 체크하고, 기타 줄을 퉁겨 보고, 드럼 북을 자근자근 쳐서 소리를 들어본다.
앉아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완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듯 한 착각에 빠진다.
어쩌면 착각이 아닌지도 모르지.

언제부터 교회를 다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다녔으니, 15년은 족히 다닌 샘이다.
그 이후로 교회에 발을 끊고 살아 왔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 년에 두세 번 부산과 사천에 갈 때면 누나 형을 따라 교회에 가곤 했다.
모두가 교회에 가니까 그냥 따라가는 것이다.


일만km 나 떨어진, 이 먼 곳에 와서 교회에 가리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하기야 여행의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당연한 듯도 느껴지지만, 아무리 그래도 교회에 간다는 건 또 다른 의외성처럼 느껴진다.

여행 전에 누나에게 여행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언제나 그렇듯 누나는 짜라를 위해 기도해 주마한다.
짜라가 무슨 일을 하던 기도를 하는 누나다.

짜라는 그런 누나의 행동을 좋아도 실어도 하지 않는다.
처음엔 누나가 그렇게 기도를 하는 게 무척 실었다.
내 인생은 내 힘으로 살아가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보호해 주면 좋겠지만, 그럼에도 왠지 싫은 생각이 든다.

언젠가 부터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기도를 해 누나가 마음에 평안을 얻는다면 좋은 이리라 생각이 든 것이다.

어쩌면,
어쩌면……. 누나의 기도가 독일 아핸에 있는 작은 마을의 한인교회로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운명인가?
필연인가?
그냥 인생은 특별한 한 패이지 일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뭐, 짜라가 유럽 교회에 왔으니 개인적으로도 특별하겠지.ㅋㅋ
아기 한명과 학생 3명이 세례를 받았다.
또한 다른 아기 돌잔치도 있다.
이래저래 교회는 시종 들뜬 잔치 분위기다.

예배는 한국어로 진행 되는데, 한사람이 독일어로 동시통역을 한다.
찬양은 한국어와 영어 찬송가를 골고루 부른다.

다행이 그리 지루하진 안았다.
예배는 한국에서 한 것과 거의 비슷한 듯 하다.

세례식은 처음 본다.
아니 예전에 본 듯도 한데, 기억이 아리송하다.
머리에 물을 붓고, 목사님의 손길이 세례 받는 사람의 머리에 한참동안 머문다.
진중한 손길과 엄숙한 목소리가 세례식의 위엄을 더한다.

아이들은 재밌는 구경거리를 본양, 시선을 때지 않고 그 광경에 집중한다.
서로 소곤거리고 키득 거리면서도 눈길은 그곳을 향한다.


예배가 끝나고, 1층 돌잔치가 준비된 곳으로 장소를 옮겼다.
아직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짬나는 동안, 전화를 해보기로 한다.
3곳에 전화를 해보니, 딱 한곳에서 전화를 받는다.
주말에만 시간이 되니, 다음 주에 와서 보라고 한다.
그때 까지 ebay 에서 팔리지 않으면 팔겠다고 한다.
일주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에 눈앞이 캄캄하다.
게다가 그 사람은 아핸에서 700KM 나 떨어진 지역에 있어, 만에 하나 확실히 살 수 없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일찍 체념을 해서 그런지 나쁜 소식에도 큰 상심은 들지 않는다.

돌잔치 음식들로 배를 가득 채웠다.
쾰른에서 가방을 찾고, 민박집에 연락해 숙소를 잡아야 한다.
회성군 어머님이 눈이 너무 많이 온다며, 집에서 하루 묶고 가라고 하신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너무 큰 친절에 조금 당황스럽다.
어쩔까 망설이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잠시 후 회성군이 로커 시간이 다되면 가방을 분실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에 다시 서둘러 떠나기로 한다.


쾰른하우스 민박집으로
버스를 타고 아핸 역에 가서 기차를 타고 쾰른으로 간다.
도착하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었다.
로커 보관시간이 1시간 초과되었다.
4유로를 더 내고서야 짐을 찾았다.
역에서 민박집에 전화를 하고 찾아가는 방법을 물어 민박집으로 향한다.

전화상으로 도미토리를 물어봤을 때 35유로라고 했다.
도미토리 치곤 너무 비싸다 생각이 들어 30유로에 해 달라고 했더니, 일단 오세요 한다.
민박집에 도착해 방을 보니, 도미토리가 아니고 1인실이다.
30유로에 1인실을 내주셨다.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에게 너그러우신 분들이다.


작성: 2008/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