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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03 유럽여행: 눈 오는 아침, 또 다른 시련

2008/12/03
유럽여행: 눈 오는 아침, 또 다른 시련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독일 쾰른, 18일째


아침 식사를 하는데,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아침 일찍 바이크에 필요한 물품들을 확인한 후 출발하려 했는데, 재촉하지 말고 느긋하게 하라고 그러나 보다.

어제 바이크를 가지고 오는 길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데, 시동 거는 열쇠로 기름통을 열 수 없었다.
열쇠가 1/3도 들어가지 않는 걸로 봐서, 다른 열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름통 열쇠 확인해 본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헬멧 사러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잊어버려 묻질 못했다.

바이크 가게에 전화를 건다.
그 사람도 정확힌 모르는지, 오토바이를 가지고 오라고 한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다.
눈이 그치기를 기다린다.


바이크 가게에 가서 기름통 열쇠를 받고, 뒷좌석에 '사이드벡'을 달아 달라 부탁을 한다.
눈이 그치길 기다리는 동안 혼자 달아보려 했는데, 뒷좌석 때어내는 방법을 알 수 없어 하지 못했다.
가게 주인은 문제없다며, 뒷좌석 때는 방법을 손수 시범을 보이며 알려 준다.


낮에 새로 온 광영군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다.
간만에 값나가는 저녁을 먹을까 하다, 숙박비가 부담된다는 광영군과 비싼 식당에 가는 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간단하게 빵과 커피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오토바이로 이동하려, 광영군을 뒷좌석에 태우고 길을 나선다.
엑셀을 당기는 느낌이 이상하더니, 두 번째 신호 등에서 시동이 꺼진다.
엔진 출력이 약한 건가?
한국에서 125CC 를 탈 때도 이런 느낌은 안 들었는데, 두 사람이 타니 오토바이가 버거워 하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 후로 계속 시동이 걸리지 않아, 길에서 낭패를 당한다.
하는 수 없이 오토바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걸어서 상점가로 가 적당한 식당을 찾는다.
빵과 커피로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려 했는데, 빵집들은 18:30 에 문을 다 닫는 것 같다.
늦어도 19:00 까지는 다 닫는지 가는 곳마다 닫았거나, 닫고 있는 중이다.
하는 수 없이 마트에 들어가 빵과, 와인, 맥주, 술안주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둘이서 A3 용지 크기만 한 작은 탁자를 침대 사이에 놓고 앉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빵을 먹고 와인을 마시고 맥주를 음미한다.

광영군은 집이 인천이라고 한다.
짜라집에서 멀지않은 성대에 다니며, 기숙한다고 한다.
동내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을 만나니 더욱 반갑다.
한국에 가면, 얼굴 한번 보고 술이나 한잔 하자 한다.
독서모임에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이야길 했더니, 광영군도 좋다고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 힘들어 일정을 단축하고, 빨리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생각하던 여행과 많이 다른가 보다.
짜라가 지금껏 여행하며 느낀 것들을 이야기 해준다.
12월 2일자 '글쓰기 여행, 백조가 없는 백조의 호수'를 읽으라 권한다.
짜라의 비애가 최절정에 달해, 비애를 운명으로 승화시키는(?ㅋㅋ) 글이다.
차라리 비애가 가득 든 글을 권할걸 잘못했나?

나 하나도 어찌 못하는 주제에 남을 가르치려 하는가?
별로 도움 안 될 이야기를 한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달라, 짜라의 생각이 광영군에게는 맞지 않을 수 도 있다.


한참을 이야기하며 와인을 마셨는데도 시계바늘은 고작 9를 넘어서 있을 뿐이다.
병맥주 두병까지 다 마시고 시간을 보니 10:30 쯤 되었다.

어제 쓰다만 일기와 오늘 일들을 간단히 정리하려 하는데, 술기운에 졸음이 밀려든다.
결국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다.


한 가지 시름을 덜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또 시름이 찾아온다.
언제쯤 시름의 늪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지…….
바이크 시동 걸리지 않는 문제가 큰 난관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긴~ 한숨을 쉰다.

내일은 희망으로 시작하는 하루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람은 이래서 신을 믿는 것인가?
이럴 때 신이 필요한가?
그래도 신을 찾진 않는다.
짜라는 변덕이 많은 사람에게 의지한다.
아무것도 되지 않으면 그건 모두 나의 탓으로 돌리면 그뿐이다.


작성: 2008/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