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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02 유럽여행: Oh! My motorcycle

2008/12/02
유럽여행: Oh! My motorcycle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독일 쾰른, 17일째

새벽녘에 많은 글을 썼다.
자꾸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쓰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4시까지 글을 쓴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왕성하게 활동하며, 이쪽으로 치닫다가는 금세 또 저 쪽으로 치닫는다.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한다.


오늘은 입금이 되었을까 확인을 한다.
은행 창구에 가기 전에 혹시나 전화로 확인이 되지 않을까 하여, 전화를 해본다.
3번 정도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연락해서 입금 유무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돈이 들어온 것이다.
간밤에 은행 직원 말로는 월요일에 처리되어 적어도 3일은 걸린 다더니, 이틀 만에 도착한 것이다.
드디어 뭔가 풀리려는가?

창구에가 돈을 찾아서 바이크 가게에  가 오토바이 대금을 치르고, 오토바이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처음 계약할 때 이야기 했던 것과 달리, '사이드백'도 준비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뒤에 짐받이 바꿔 다는 것도 하지 않았다.
짐받이 크기가 너무 작아서 큰 걸로 바꿔 달라고 했는데, 그대로 두고는 새로 달았다며 50유로 더 내라고 한다.
민박아저씨 사정을 이야기하고, 전화기를 바꿔줬더니 이야기를 듣다 말고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놓고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화가 났는지, 말을 듣던 중에 핸드폰을 내려놓은 것이다.
10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는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항의도 할 수 없고, 하는 수 없이 알았다며, 계약 할 때 금액보다 50유로 더 비싼 650 유로에 사기로 한다.
나쁜 사람 같진 않은데, 짐받이가 있는데 달아달라고 하니, 아마도 못 본줄 알고 새로 단것처럼 속이려 한 것 같다.
그 부분을 지적하니, 무안해서 화를 낸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우여곡절 끝에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러고 나니 다시 처음처럼 조금은 무뚝뚝하지만,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준다.
기념으로 사진도 찍고, 녀석에게 그윽한 눈빛을 던지고, 쓰다듬어도 준다.


오토바이 서류, 은행계좌, 여권을 가지고 보험회사로 가서 보험을 등록한다.
처음 ING 에 갔는데, 무슨 사정인지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다음으로 Aliantz에 갔는데, 여기는 12~14시까지 점심이라 문이 잠겨있다.
여기저기 해맨 끝에 VHV 라는 생소한 보험회사를 찾아 들어갔다.

직원은 무척 친절하게 상담해 주었다.
헌데 오토바이 보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지, 한참을 왔다 갔다 하며 전화통화를 한 끝에야 보험증을 받을 수 있었다.
3개월에 34유로 정도 보험료가 나온다.
1년으로 끊으면 조금 싼데, 125유로 정도라 큰 차이가 없다.
보험은 자동이체 말고 선택사항이 없는지 물어보진 못했다.
통장 잔고가 0인데, 돈을 조금이라도 넣어놔야 갰지?


마지막으로 자동차 등록사업소에 가서 번호판을 받아와야한다.
전철을 두 번 타고 버스를 한번 탄 후 조금 걸어 들어가면 된다.
라인강 건너, 우리식으로 강동 지역으로 간다.
목적지 근처에서 사람들에게 주소를 보여줘도 아는 사람이 없다.
자동차등록사업소가 독일어로 뭔지 정도를 적어 와야 했는데, 경황이 없어 준비하지 못했다.
노트북을 꺼내 구글어스를 띠우고 인근 지역의 위성사진을 봐도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지나는 행인에게 그걸 보여주니 그제서야 손가락으로 먼 곳을 지목한다.

16시에 문을 닫는데, 그때까지 30분도 남지 않았다.
TUV라 적인 높은 건물에 들어가 목적을 말했더니, 이미 지나쳤던 건물이 등록하는 곳이라 알려 준다.
시간이 늦을까 걷다가 뛰었다 조바심을 친다.
이미 지나온 길인데도, 자꾸만 막다른 골목을 빠져서 마음은 다급하기만 하다.
다행히 15분전에 등록사업소에 들어간다.
등록사업소에서 595번 번호표를 뽑아 5분정도 기다린 후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여권, 보험, 자동차 소유증을 제출하고 기다린다.
업무 처리는 아주 신속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이 전산 등록을 끝내고, 위층에 올라가 번호판을 사오라고 한다.
번호판은 17유로를 받는다.
찍어 내는 데는 30초면 충분하다.
번호판을 가지고 D 51번 창구로 돌아가니, 번호판에 스티커 두 장을 붙여 준다.
깜찍하고 귀여운 녀석.
이 녀석을 손에 넣으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많은 생각들을 이 녀석으로 인해, 참 많이도 했다.


16:30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오토바이 가게 영업시간을 확인해 보니 18:30 까지라고 한다.
가는데 50분이면 충분하니, 오늘 모든 일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바이크 가게에서 번호판을 달고, 외부전원 연결선을 배터리에 연결 한다.
헬멧은 가까운 바이크 매장에 가서 산다.
그곳에 사이드백도 팔기에 그것도 사가지고 나온다.

오토바이부터 타는데 필요한 헬멧까지,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간단한 정비와 튜닝을 하고나면, 기다리고 고대하던 바이크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바이크 여행을 포기하니, 마치 기다렸다는 것이 모든 것이 한 번에 풀려 버렸다.
인생이란 이렇듯 막다른 골목에까지 다다라서야, 다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스릴 넘치는 것이다.
말이 좋아 스릴이지 애간장 태우고 피 말리는 일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해피엔딩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한국에서 준비해온 내비게이션 프로그램(내비)과 GPS 를 연동해 길을 찾아 민박집으로 가려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MS Autoroute 가 4800 baud-rate 만 지원한다.
가지고 있는 GPS는 9600만 지원 하기 때문에, 내비와 연동이 안 된다.
이제 모든 게 다 해결 되었나 했더니, 금방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일단 멀지 않은 거리니, 표지판을 보고, 전철 정거장 이름들을 따라 엉금엉금 집으로 돌아간다.
전철로 갈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무사히 집을 돌아왔다.


새로운 난관이 나타나긴 했지만, 이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좀 해매긴 하겠지만, 어디든 갈수 있는 두 바퀴가 생겼고, 장시간의 인내와 기다림으로 어떤 시련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의지도 길러졌다.
이제 짜라의 호령에 세상이 엎드리리라.

여봐라~ 문을 열어라.


잠자리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GPS와 내비를 연동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2시간 동안 찾아 봤지만 찾지 못한다.


작성: 2008/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