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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13 유럽여행: 주유소에서 생긴 일

2008/12/13
유럽여행: 주유소에서 생긴 일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28일째

하이델베르크를 들른 후 프랑스 접경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현금 인출문제가 걸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일단 인터넷 뱅킹으로 돈이 들어왔는지부터 확인해보고, 움직일지 결정을 해야겠다.


인터넷 뱅킹으로 확인을 해보니, 돈이 들어와 있다.
헌데 100유로가 인출 된 것으로 확인된다.
어제 혹시나 하고 테스트를 해 봤는데, 독일어로 나와 아무렇게나 눌러보고 아직 돈이 들어오지 않았나 했었는데,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짜라와 정 반대로, 운이 아주 좋은 누군가는 100유로를 주웠겠지?
하루 만에 돈이 송금되어, 불행 중 다행이다.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해 주유소에 들렀다.
기름을 넣고 지갑을 찾는데 지갑이 없다. 이런.
이미 기름은 넣었는데, 주머니엔 동전 3유로 정도가 있을 뿐이다.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지고,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다.
한참을 어떻게 할 까 고민을 하다 결국, 점원에게 사실대로 말한다.
점원은 내가 가진 돈이 없다는 걸 확인 한 후.
오토바이 번호판과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메모한다.
그리고는 한마디 당부를 잊지 않는다.
'24시간 내로 돌아와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

민박집에 전화를 거니까, 이모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부자리에서 지갑을 발견했다고 이야기 해 주신다.
그냥 민박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한다.

이왕 사건은 벌어진 거고, 기름은 채웠으니 성이나 구경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출발 직전에 트렁크에 들어있을지 모를 신용카드가 떠오른다.
혹시라도 지갑을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여행가방에 넣어둔 신용카드다.
뒷자리에 묶어둔 가방을 내려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뚜껑을 연다.
다행이 신용카드 한 장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문제없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


울적한 마음으로 성 앞에 오토바이를 새우고 입구로 들어선다.
하이델베르크 성 앞에서 정환군(민박집에서 알게 된)을 만난다.
낮선 곳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기 그나마 울적한 마음이 조금은 가신다.
둘이서 성을 한 바퀴 돈다.
성은 세계 2차 대전 때 부서져 아직까지 복원이 되지 않고 있다.
무너진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철학자의 길을 걷는다.
특별히 볼건 없다.
둘이서 이야길 하면서 걸으니 그리 심심하진 않다.
사람들 말로는 혼자서 이곳을 걸으면, '내가 왜 이 짓을 하는 거지?'에서 부터 여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고 했다.
둘이서 수다를 떨다보니,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정환군은 기차시간에 맞춰 역으로 간다.
짜라는 오토바이 세워둔 곳까지 걸어가며, 하이델베르크 번화가를 구경한다.
만아 봐야 초등학교 4~5학년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길에 바이올린을 하나 들고 나와서 어설프지만 열심히 연주를 한다.
간간히 꼬마 앞에 놓인 가방에 동전이 떨어진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그런 사람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독일은 사회복지가 잘 되어있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길에서 구걸을 하거나, 길에서 연주를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없진 않다.


작성: 2008/12/13
편집: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