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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2/08 유럽여행: 크리스마스 그륄바인

2008/12/08
유럽여행: 크리스마스 그륄바인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독일 장크트 고아르, 23일째

일정: 마인츠에서 점심 먹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숙소를 잡는다.

훌륭한 아침시사
독일식 아침식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빵과 얇게 썰린 세 가지 종류 고기, 그리고 치즈
발라먹는 갖가지 잼과 버터조각이 준비되어 있다.
거기다 따듯한 커피까지.
아침에 빵과 커피를 마시는 게 익숙하진 않지만, 먹을 만하다.
맛은 있는데, 씹어서 넘기는 게 쉽지 않게 느껴진다.
그래도 여기저기 여행을 하려면 든든히 먹어둬야 갰다 생각하고, 빵 두개를 먹는다.
두 번째는 거의 입에다 그냥 구겨 넣다시피 한다.

예전에 중국에 선생님이 아무리 먹기 힘든 음식이라도 세 번만 먹어보면 먹을 만 하다고 했다.
다음에 한 번 더 먹으면 그때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서빙 하시는 아주머니가, 식사하는 동안 커피는 더 필요하지 않냐, 뭐 더 가져다줄까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
오히려 그런 정성이 더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맙고 감사하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 할일들을 잠깐 정리한 후에 예쁜 한지를 꺼내 그림을 그린다.
처음 여행 떠날 때, 외국에서 사귄 친구에게 그림을 그려주려 준비해 왔는데, 여태껏 한국 사람들에게만 그림을 그려줬다.
물론 친구를 사귄 건 아니지만, 드디어 처음 외국인에게 주는 그림 선물이라 더욱 마음을 더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려 드리니, 어디가 위고 아래인지 묻는다.
역시나 짜라가 그림을 못 그리긴 못 그리나 부다.^^;
방향을 알려드리고, 오른쪽 하단에 도장을 찍어드린다.
다음번엔 어디가 아래인지 해깔릴 일은 없겠지.


안개를 뚫고 마인츠로
바이크를 타고 마인츠로 향한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안개가 너무 자욱해 10m앞이 겨우 보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차들은 100km 넘는 속도로 마구 달린다.
짜라는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천천히 달린다.
주위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그래도 80Km 정도 속도는 낸다.
안개가 많이 끼어 도로 표지판은 코앞까지 와야지 보인다.
헬멧 실드에 안개가 달라붙어 더욱이 시야를 흐린다.


마인츠
다행이 아무런 사고 없이 마인츠에 도착한다.
여기도 예외 없이 대성당이 있다.
이젠 대성당에 가보는 일이 아주 익숙하다.
보통 유명한 광장 가까이에 대성당이 있으므로, 특별히 뭘 하는 게 없더라도 들어가 본다.
대성당 여러 곳을 가보니, 규모의 차이나 특징 같은 것들이 하나씩 머리에 각인 된다.

마인츠 대성당에선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인상적이다.
항상 연주하는 건 아닌 거 같다.
천천히 성당 여기저기를 구경하는데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 크지 않은 소리가 성당 전체를 잔잔하게 감싸고 있다.
단조로운 멜로디지만, 음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려온다.
오른쪽 벽면에 설치된 커다란 파이프 기둥이 보인다.
소리의 근원지는 저 파이프의 끝이겠지?


크리스마스 마크트(마켓), 뜨거운 그륄바인
배도 고프고 뭘 좀 먹고 싶은데, 소변이 마렵다.
유럽은 화장실 찾는 게 참 어려운 듯하다.
나만 못 찾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처지는 정말 고문과도 같다.
크리스마스 장이선 입구 쪽에 부스배치 약도가 그려져 있다.
그곳에 WC라고 써진 곳이 보인다.
다행이 화장실을 찾아 볼일을 보고 나니, 아주 시원하다.

뭘 먹을까 기웃거리다,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뜨거운 차를 마시기로 한다.
그륄바인 이라는 포도주다.
그륄바인 한잔을 앞에 놓고 향기를 맡아본다.
달콤한 포도향이 나고, 더하여 알콜향이 진하게 배어있다.
향기만 맞고 있어도 취할 것 같다.
20분 동안 천천히 마시는데, 신기하게도 그 온기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다.
짜라는 술을 좋아하지 않아 술이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술만은 유독 맛이 있다.
특히나, 포도주에서 포도 맛을 느껴 보긴 처음이다.
한잔을 다 마시고 나니 기분이 알달달 하다.
아무래도 음주 운전이 될듯하다.


프랑크푸르트
날이 너무 추워 대략 광장과 성당만 보고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안개는 아직도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일상다반사로 길을 잃어버리지만, 이번엔 안개가 더욱 큰 공헌을 해 반도가기 전에 길을 이탈해 버렸다.
몇 번을 해매고, 물어보고 하여 간신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다.


민박집 5곳에 전화를 해보는데, 전화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지금 다른 곳에 나가셨다고 한 시간 뒤에 오라고 한다.
다른 한곳은 바로 오면 된다고 한다.


민박집에 손님이 하나도 없다.
회사 근무하는 사람, 신혼부부 한 쌍이, 총 3명이 있지만, 도미토리엔 짜라 혼자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도 하고, 뜻이 맞으면 함께 관광도 하면 좋은데, 조금 아쉽다.
숙박료가 30유로다.
알아볼 때는 대부분 25유로 였는데, 비싸서 사람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식사도 조금 성의가 없다.
식사 준비에 규율이 서 있는 것 같긴 한데, 뭔가 부족한듯하다.
사실 여행하면서 이거저거 따지긴 뭣하지만, 다른 민박집에 비교해 보면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데 못 먹을 정도는 아니다.
표현하자면, '나쁘지 않다.' 라고 할까.


특별히 많은걸 한 것 같진 않는데, 너무 피곤한 느낌이다.
침대에 누워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일기를 쓰려고 했는데, 그대로 잠들어 새벽까지 잔다.
새벽 5시에 알람 소리를 듣고도 계속 잔다.
결국 아침 07:30 에야 겨우 몸을 추스르고 샤워를 한다.

마음이 편할 상황은 아닌데, 마음이 편한 건지, 여행에 익숙해 진건지, 아님 정말 여행으로 몸이 많이 피곤해 졌는지…….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여행에 사명감을 가질 필요까진 없지만, 그래도 그때만큼 정말 즐거웠다는 기억을 간직하도록 노력하고 싶다.


작성: 2008/12/09, 2008/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