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9 유럽여행: 프랑크푸르트, 눈이 내린다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독일 쾰른, 24일째
아침식사를 하고, 오토바이 수리점을 알아본다. 상점 전화번호 책자를 뒤지고, 민박집 아저씨 도움으로 수리점을 간신히 찾았다. 민박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혼다 전문 매장인데,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매장까지 있다. 윙커(깜빡이)와 달릴 때 소리 나는 문제, 기어 변속이 뻑뻑한 문제 등을 문의한다. 83연식 바이크라, 부품을 구하기 힘들다고 한다. 소리 나는 문제는 속도계 쪽 이상인 듯 하다고 했다. 기어 쪽은 어떻게 손쓰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냥 기름칠만 해 달라고 했는데, 의사 전달이 잘 안 되는 듯하다. 일단 가격을 확인하는 데로 연락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집으로 향한다.
두 시간쯤 후에 연락이 왔다. 속도계는 150유로정도 하는데, 문제는 부품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속도 측정이 안 되는 건 그냥 조금 답답하면 되지만, 큰 소리가 나는 건 문제가 좀 있다. 달리고 있으면 산만한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윙커는 45유로 정도 한다고 한다. 달기를 원하면,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일단 선불을 받은 후에 부품을 주문하고, 부품이 오는 대로 연락해서 고쳐 주겠다고 한다. 망가진 깜빡이는 급한 대로 전구만 하나 끼워 왔다. 비가 들어가지 않도록 플라스틱 겉모양이 45유로인건데, 별것 아닌 거 치곤 좀 비싼 값이다. 어쩔까 고민하다 그냥 전구를 비닐로 감아서 다니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일단은 내일 연락하고 찾아가겠다고 대답했다. 물론 갈 가능성은 적다.
오후에 민박집을 고향민박에서 청수민박으로 바꾸었다. 무선인터넷이 되지 않아서 되는 곳으로 옮긴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가격도 고향민박만 유독 30유로를 받는다. 다른 곳들은 25유로 정도 한다.
청수민박은 일단 사람들이 많아서 좋다. 싼 곳에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하겠지. 싸지만 시설은 훨씬 좋은 것 같다. 샤워 시설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식사도 훨씬 먹을 만하게 나온다.
15:30 roemer 광장으로 나들이를 간다.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장이섰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면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런 식으로 장이 선다. 백여 개 정도의 부스가 마련되어 이것거서 먹거리와, 기념품 등을 전시해 놓고 판다. 현지 주민들이 바글거리고, 생동감이 넘친다. 어제 마인츠에서도 똑같은 장이 섰었다.
광장에 있는 시청 건물에도 들어가 본다. 시청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시청이 아닌 다른 곳에 들어간 듯하다. 1층은 가운데 둥근기둥이 있고, 지름이 7M가량 되는 원기둥이다. 원기둥 벽면엔 수십 명 정도의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지하에는 미술 상설 전시관 같은 게 있다. 그림과 조각들이 주를 이루며, 싸개는 100유로부터 비싼 것은 2000유로까지 한다. 특별히 뛰어난 작품이 아닌 듯한데, 가격이 너무 비싼듯하다. 누가 이걸 사갈까 의문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마니아들이 사가니깐 그렇게 팔겠지?
돌아오는 길은 쇼핑거리 Zeil 을 거쳐서 간다. 가는 길에 서점도 두 군데 들어가 본다. 서점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군데군데 편히 앉아 책 읽을 수 있는 소파들이 노여 있다. 한국도 최근 그런 추세를 따르곤 있지만, 여기보단 좀 못한 듯하다.
자일거리 끝에 Alte Oper 라는 오페라 극장이 있다. 오페라를 보고 싶어서 스케줄 표를 받아서 나온다. 극장 앞에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가 마련되어 있다. 조명도 적절히 배치해서 아름답게 보인다.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단 가격만 알아본다. 두 시간에 3.5유로라고 한다. 민박집 사람들을 꽤서 함께 타면 재밌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다. 생각지도 못하게 삼겹살과 안창살을 구워 주신다. 외국에 나와서 삼겹살을 먹을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푸짐한 저녁을 선물해 주신다. 사과와인과 맥주도 함께 준비하셨다. 사과와인은 4.5도정도로 와인치고는 무척 도수가 낮다. 이모님 말로는 젊은 사람들이 이거 좋아하지 않고, 나이 드신 분들이 즐겨 마신다고 한다. 관광 책자에는 유명한 와인처럼 소개되어있지만, 여행 책자엔 틀린 부분들이 꾀 있는 듯하다. 와인 두 잔과, 맥주 5잔 정도를 마신 것 같다. 짜라는 잘 모르겠는데, 옆에 앉은 사람 말로는 쌀 맛이 나는 것 같다고 한다.
저녁식사 후 이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IPTV STB 를 연결해 본다. 쾰른에서 테스트 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여기도 그럭저럭 볼만하다.
저녁에 눈이 내렸다. 많이 내리진 않았고, 떨어지면 바로 녹아서 길에 쌓이지도 않았다. 내일도, 모래도 눈이 온다고 하는데, 걱정이다. 눈이 오는 동안은 이 민박집에서 있어야 할 것 같다. 빨리 프랑스로 넘어가서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파리로 가는 길에도 비슷하게 눈 예보가 있다. 결국 내려가자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서둘러 남쪽으로 계속 내려갔으면 지금쯤, 지중에 연안에 도착했을 탠데, 너무 여유 부리가 이렇게 된 게 아닌가? 후회되는 마음도 일렁인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니 후회할건 없고, 앞으로 눈길을 어떻게 다닐지 그걸 고민해 봐야겠다. 제발 길이 얼지만 않길 바란다.
기다리는 동안 GPS 수신기를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일 ebay 에 들어가 GPS를 주문하려 했는데 쉽지 않다. 결국 주문하길 포기한다. 내일 민박집 아저씨 도움을 받아, 전자 상가에 가서 알아봐야겠다. 있을 거 같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기로 한다.
5,6,8일 날짜 일기를 쓰지 못했다. 밀리는 날들이 하루씩 늘어난다. 처음에 계획했던 데로 되지 않아 걱정이다. 좀 더 정신을 가다듬어, 긴장해야 갰다. 계획보다 던을 초과 사용하는 것은 크게 보면 큰 문젯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목표한 대로 후기를 매일매일 쓰지 못하면, 큰 후회를 남을 것 같다. 어제 너무 지친 나머지 시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잠들었다. 어쩜 잘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밀린 일기들을 보니 잘못한 것 같기도 하다.
내일이면 벌써 5일전의 일기를 써야하는 상황이다. 기억이 날지도 의문이고, 쓰더라도 찜찜할 것 같다. 아무래도 며칠은 빠뜨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 쓰기로 다짐 한다. 짜라 머리를 신뢰하진 않지만, 이번만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평생에 단 한번일지도 모를 기억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음에도, 일단 즐겁다. 힘들고 어렵고, 그래서 여행을 그만 두고 싶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지만, 끝까지 버티고 이겨내 보기로 한다. 인생 희로애락은 모두 마음속에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다, 즐겁다 생각하면 그런 것이겠지. 짜라는 그렇게 믿고 싶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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