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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008/11/30 유럽여행: 쾰른에 작은 개척교회

2008/11/30
유럽여행: 쾰른에 작은 개척교회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15일째

11시에 예배가 있어, 30분 전에 교회로 간다.
밖에는 비가 몇 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짜라만 우산을 챙겼다.

간밤에 여행자 한명이 왔는지 짜라는 까맣게 몰랐다.
민박집 이모님과 함께 세 명이 빗속을 걷는다.
짜라만 우산을 쓰고, 이모님은 자전거를 몰고 걸어간다.
교회까지는 약 25분쯤 걸렸다.
가는 길에 독일의 가정집과 단과병원들을 지나쳤다.
독일의 병원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쾰른에 있는 이 병원은 전문 분야(과) 별로 건물들이 분리되어있다.

골목길에 드문드문 작은 꽃나무들이 있는데, 개중에 개나리가 벌써 꽃을 피웠다.
한국은 봄이 되어서야 꽃을 피우는데 여기는 훨씬 일찍 꽃을 피우나 보다.
이모님은 특히나 일찍 꽃을 피웠네 하며 반가워하신다.
5mm 크기의 보라색 열매방울이 15개가량 방울진 1.5M 높이에 나무도 보인다.
무슨 열매인지, 자그마한 게 꽃처럼 예쁘게 피었다.


한국처럼 교회 건물이 따로 있지 않고 자그만 주택 하나를 교회로 사용하고 있다.
방 두개와 거실하나, 부엌이 있는 독일의 평범한 집인데, 거실을 설교 강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작은 강당엔 4개씩 3줄로 의자가 놓여있고, 각자리마다 찬송과 가스펠로 보이는 책이 놓여있다.

거실 창밖으론 거리가 보인다.
전형적인 외국의 풍경이, 하늘거리는 커튼 사이로 비쳐 든다.


9살짜리 한인 2세 유레나를 만났다.
수줍음이 많은 꼬마 숙녀다.
'안녕' 하고 손을 흔들어 보이니, 공손하게 반절을 하며 '안녕하세요!' 한다.
한국에서 만난 꼬마 아이보다 더욱 예의 바르다.
예배가 끝난 후 말을 썩어 보니, 한국말을 잘하진 못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할 수 있었다.
첫 인상과 달리, 한국말에 서툴러서 짜라에게 반말을 한다.
그래도 교회 다니는 부모님 밑에서 예절 교육을 단단히 받았는지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지난주에 '결승(Final)'이란 영화에 출연했다고 한다.
내년 중순 깨에 개봉하는 영화란다.
액션 영화라는데 개봉하면, '한번 봐야겠다.'생각을 한다.


목사님까지 12명 정도 인원이 모여서 예배를 드린다.
예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일어로 진행되며, 찬송도 모두 독일어다.
짜라가 노래는 한노래 하는지라, 찬송가를 읽으며 떠듬떠듬 따라 부른다.
가사는 어눌하지만, 음만은 정확하게 짚어 따라 부른다.
역시 한국인은 노래에 강하다.ㅋㅋ

옆에 앉은 민박집 아저씨는 목사님 설교를 번역해 주셨다.
열정이 넘치시는 아저씨는 짜라에게도 성령이 임하시길 바라는 눈치다.
그래서 짜라의 내력을 간략히 설명해 드렸다.
신념대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넘치는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

목사님의 설교가 독일어여서 한마디도 알아들을 순 없었는데, 가끔 설교 도중에 콧노래를 흥얼거리셨다.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마리아

음을 자꾸 바꿔 가면서 '마리아'를 부르기도 하고.
귀에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의 영어 노래를 부르기도 하셨다.
목사님이 설교 도중에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게 재밌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무척 자유분방한 느낌의 목사님이 기억에 남는다.

제일 앞줄엔 두 젊은이가 플루트와 첼로를 하나씩 앞에 놓고 앉았는데 찬송을 부를 때마다 그 노래를 연주한다.
완벽한 연주는 아니지만, 꽤 분위기를 살려주는 연주에 기분이 좋아진다.
목사님 왼쪽엔 전자 피아노가 놓여있고, 독일인 아주머니가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 플루트, 첼로 세 명이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에 맞춰 부르는 찬송은 짜라로 하여금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주었다.
멋져 부러!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집에 돌아와 무얼 할까 잠시 생각을 한다.
다시 또 백조의 호수가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먼저 어제 일기를 적고 가기로 생각을 고쳐먹는다.
어제 일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글을 적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가 가는 듯 했는데, 그날그날 마다 잔잔한 사람 사는 이야기 거리들이 있다.

여행은 떠나서 두 눈으로 보고, 두 발로 걷고, 두 귀로 듣고 하는 것 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다는 아닌 듯하다.
이렇게 지난 일들을 다시 떠올리고, 생각 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에 매력인 듯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것들은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 충분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행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일상의 것과는 완전히 달라서 더 큰 충격과 경험들이 끝없이 펼쳐지므로, 단기간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하게 해 준다.

내일이면 12월이다.
흐르는 날들을 담담히 생각한다.


이런!
벌써 시간이 4시가 넘었다.
글을 쓸 때면 시간이 배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이 시간부터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해 5시면 어두워진다.
더 어두워 지기 전에 백조의 호수를 한 번 더 보고 와야겠다.
'오늘이 마지막이리라'는 기대를 가지면서…….

16:25


작성: 2008/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