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2008/12/01 유럽여행: 변화 없이 달은 바뀌고

2008/12/01
유럽여행: 변화 없이 달은 바뀌고

짜라의 오토바이 유럽여행
독일 쾰른, 16일째

12월이 되었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오늘 이지만, 왠지 마음은 작고 새로운 시작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기대감을 부풀린다.


10:00
스파카제은행 창구에 가 한국에서 송금한 돈이 들어왔는지 물어본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인터넷 뱅킹으로 외화송금을 했다.
하지만 잔고는 0.

언제쯤 들어오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창구직원은 별것 아니라는 듯 국제 송금은 영업일 수 기준 5일이 걸릴 거라는 낭떠러지로 떠미는 소리를 한다.
혹시나 그 말이 사실일까 하는 걱정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토요일이 영업일에 포함되는지 확인해 본다.
토요일 09:30 ~ 14:30
토요일도 영업일에 포함이 된다.
민박집 이모님은 영업 안하는 것 같은데 하며 말꼬리를 흐리신다.

홈페이지에서 외화송금에 관해 설명된 부분을 찾아 읽어본다.
미국의 경우 송금에 2~3일 정도 걸린다고 적혀있다.
일단 이 말을 믿기로 한다.
내일 새벽 01:30 에 전화해 토요일 영업일 유무와 독일 외화송금 시에 걸리는 시간을 확인해 봐야겠다.
확인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건 없다.
송금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그것이라도 확인해 두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듯하다.


5일전부터 목이 따끔하기도 하고 간질거리기도 한다.
감기가 놀러올 모양이다.
평소 짜라는 감기를 그리 적대시 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 중이니 만치, 감기로 알아 높고 싶지는 않다.
예방 차원에서 비상용으로 가져온 종합감기약 성인 1회 복용 분 두 알 중, 한 알만 삼킨다.


13:00
방으로 돌아와 망연자실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쾰른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잠깐씩 들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다.
무기력한 짜라와 독대하고, '넌 무얼 할 수 있니?' 하며 으르렁 거린다.

딱히 피곤한건 아닌데, 노곤해진다.
잠이 스르르 눈꺼풀을 잡아당긴다.
천천히 깜빡이던 눈은 어느새 감겨 있다.
깨어있는지, 잠들었는지 알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생각은 이어진다.

'무얼 할 수 있니?'
'무얼 해야 하니?'


작성: 2008/12/01